SK·LG 배터리 합의금, 2조원 격차 줄일까… 지급 방식도 난제

조선비즈
  • 송기영 기자
    입력 2021.02.15 10:37 | 수정 2021.02.24 08:51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051910)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LG측 승리로 끝남에 따라 양사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배상금’ 문제에 합의점을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 패소로 코너에 몰린 SK(034730)가 적극적으로 LG(003550)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사가 협상 과정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던 배상금 ‘총액’에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총액이 근접할 경우 배상금 지급 방식을 놓고도 양사가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1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해 "기존에 수주한 포드와 폭스바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 기간이 허용됐다"며 "회사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소송 및 제반 절차를 통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그래픽=조선비즈 디자인팀
    SK이노베이션이 밝힌 ‘남은 소송 및 제반 절차’는 두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SK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ITC 판결은 효력을 잃고 양사의 배터리 소송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에서 결론이 난다.

    지난 10년간 미국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한건에 불과하다. 2013년 삼성전자(005930)가 애플에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기업인 애플의 편에 선 것이라 이번 LG-SK 소송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전에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총 5차례가 있었는데 모두 1970~1980년대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ITC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면 SK이노베이션은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항소를 하더라도 수입금지 조치 등 ITC 판결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돼 항소 기간 동안 SK는 이런 손해를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 또한 항소에서 패소할 경우 SK는 LG와의 협상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SK가 LG와 협상에 나서 ITC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 조기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ITC 판결은 민사소송의 성격이라 소송 당사자가 합의하면 판결은 무효가 된다.

    양사의 조기 합의는 배상금 ‘총액’이 관건이다. 최근까지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은 2조5000억∼3조원 가량의 배상금을 요구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연내 상장 예정인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일부와 소송 비용 등을 포함해 5000억~8000억원을 제시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양사는 구체적인 배상금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런 시장의 분석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시장의 분석대로라면 양사가 책정한 배상금 규모가 2조~2조5000억원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ITC에서 승소한 LG측은 기존에 요구했던 배상금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K는 조기 합의를 위해서 LG가 원하는 수준의 배상금을 제시해야 한다.

    SK는 충남 서산과 미국 조지아주에 3개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으면서 6조원을 투자했다.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수입·생산하지 못하면 사실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보다 LG 측이 원하는 수준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델라웨어 민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양사의 합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의 이차전지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SK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투자한 2조9000억원 이상의 배상금을 물어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일각에선 SK가 소송에서 패할 경우 최대 2조원까지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 나돌기도 했다. LG는 "200%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배상금 총액을 둘러싼 치열한 물밑 공방이 예상된다.

    배상금 규모가 결정되면 배상금 지급 방식이 또다른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가진 유동자산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배상금이 2조원을 웃돌 경우 유동자산을 모두 동원해도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현금 일부에 로열티를 더하거나, 자회사 지분을 지급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상금 규모가 결정되면 SK는 최대한 자사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배상금 지급 방식을 정할 것"이라며 "반면 LG는 현금이나 당장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을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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