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마윈 사태가 보여준 ‘중국 특색’

입력 2021.02.15 06:36 | 수정 2021.02.15 06:43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馬雲) 전 회장이 지난달 20일 온라인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행방을 궁금해하던 투자자들이 잠시 안도했다. 과거 영어 교사였던 마윈은 이날 시골 교사 100여 명을 대상으로 화상 연설을 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한 금융 포럼에서 중국 금융 당국을 공개 비판한 후 약 세 달간 공개 석상에서 사라져 실종설·구금설 등이 분분했다. 중국에선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제기된 ‘합리적 의심’이다.

그의 신변에 큰 이상은 없다는 게 확인됐지만,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마윈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1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윈이 중국 남부 하이난성의 한 리조트에서 골프를 치는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소란은 마윈이 중국공산당의 권위에 대들면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금융서밋에서 금융 감독 당국이 위험 예방을 이유로 낡고 보수적인 규제를 고집해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비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부주석이 "금융에선 혁신보다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직후 마윈이 정부의 금융 규제 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그로부터 9일 후인 11월 2일, 마윈은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금융 기술)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지배주주 자격으로 경영진과 함께 금융 당국에 불려가 경고를 받았다. 하루 뒤인 3일 밤엔 중국 정부가 이틀 뒤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동시 상장을 중단시켰다. 앤트그룹 기업공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이미 많은 투자자가 몰린 만큼 상장 절차 중단은 파장이 컸다.

시련은 계속됐다.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에 사업 재편을 지시했다. 앤트그룹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알리페이)로 시작해 대출, 투자, 보험 등 금융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당국은 앤트그룹에 본업인 결제 서비스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앤트그룹에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윈과 앤트그룹은 그동안 핀테크는 금융 사업이 아니라 기술 사업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국은 앤트그룹에 앞으로 금융사와 똑같이 자본·채무 등 엄격한 규제·감독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모든 규제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앤트그룹을 포함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네거티브 규제’ 방침 덕분에 성장했다. 법으로 금지된 것을 빼고는 일단 하고 이후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는 ‘선 허용·후 규제’ 방식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기술 기업을 키우기 위해 지금까지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기술 기업의 독점 행위를 눈감은 면도 크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언제 칼을 들이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 기업이 중국공산당·군의 지배를 받고 있다며 제재할 때마다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런 의심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중국 정부다. 마윈 사태는 중국에선 어떤 회사도 당의 지배와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당의 심기를 건드리면 사람도, 회사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자꾸 확인시켜준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이 두려워 억지를 부린다는 중국 정부의 말이 외부에 잘 통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앤트그룹이 국유화나 분해, 해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평도 나온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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