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제주]③ ‘위드 코로나’ 강수 두는 특급호텔...갈 길 먼 세계화

입력 2021.02.15 10:00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인의 발이 묶인 가운데, 제주도 관광산업에서는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 선두에는 특급호텔들이 서 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제주도 내 호텔은 모두 132개다. 이중 5성급을 받은 곳은 신라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 그랜드 하얏트 제주, 메종 글래드 제주 등 15곳이다. 서울시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행정구역 중에서 특급호텔이 가장 많은 지역이 제주도다.

그럼에도 고급 숙박시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 중 80% 정도를 차지하는 내국인의 소득 수준이 꾸준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픽=김란희
세계은행(WB)의 2019년 집계 기준으로 구매력 평가를 반영한 한국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3143달러(약 4800만원)다. 지난 30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이 4배 이상 늘었다. 10년 전인 2009년(2만9644달러)과 비교해도 50% 가까이 증가했다.

20·30대 사이에서는 가격 대비 효율을 중시하는 ‘가성비’ 소비뿐만 아니라 가격 대비 만족도를 의미하는 ‘가심비’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도 나타나는 점도 부동산 개발사와 호텔들의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가 일상화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나리오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나리오 모두에 적합한 방향은 시설의 고급화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말 개장한 제주 드림타워에는 5성급 호텔인 ‘그랜드 하얏트 제주’가 영업을 시작했고, 지난 달에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그랜드 조선 제주’가 문을 열었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도청의 호텔 등급 심사를 준비 중이다. 호텔측은 5성급 인증이 유력하다고 보고있다.

올 하반기에는 메리어트그룹의 JW메리어트 호텔이, 오는 2022년에는 파르나스호텔의 새로운 특급 호텔이 제주에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고유한 서비스와 인테리어, 미식 등 다양한 요소로 무장한 글로벌 호텔들이 제주의 관광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것이다.

◇ 제주에 쏟아지는 별···5성급 호텔 앞다퉈 진출

수십년 동안 사업이 지연된 끝에 지난해 12월 개장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제주시의 중심지인 노형동에 자리 잡았다.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안팎이면 닿는 입지가 강점이다.

2개 호텔동으로 구성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외관. /롯데관광개발 제공
하얏트호텔앤리조트의 고급 호텔 브랜드인 ‘그랜드 하얏트’를 도입했다. 스위트룸을 포함한 객실 1600개와 14개 식음업장, 스파, 수영장, 한국 유명 디자이너들의 의류와 잡화 등을 모은 ‘HAN컬렉션’ 등 쇼핑시설까지 두루 갖췄다. 시행사인 제주관광개발은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제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인허가도 준비하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레스토랑, 카페, 바 등 식음료업장에 글로벌 호텔체인의 강점을 십분 발휘했다. 중식당인 ‘차이나 하우스’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광둥, 사천 지방의 대표 메뉴를 모두 맛볼 수 있고, ‘제주 핫팟’에서는 중국에서 공수한 향신료와 제주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사천식 훠궈(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다. 두 식당은 글로벌 호텔그룹인 샹그릴라의 홍콩 본사에서 중식당 체인을 총괄한 빈센트 웡 셰프가 지휘한다.

다국적 뷔페인 ‘그랜드 키친’은 고급호텔인 윈 마카오 출신인 김영민 셰프가, 일식당 ‘유메야마’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출신인 히로시 시마다 셰프가 총괄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카페 8’의 주방은 마리오 셰프가 담당한다. 베이커리숍 ‘델리’는 고디바 출신 쇼콜라티에(초콜릿 제품 전문가)인 필리프 도우어가 이끈다.

제주 시내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실내 포장마차 콘셉트의 식당인 제주 드림타워 38층의 ‘포차’ /유한빛 기자
제주시의 반대편 서귀포시에는 토종 호텔브랜드인 조선호텔앤리조트가 ‘그랜드 조선 제주’를 개장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처음 선보인 최고급 브랜드인 ‘그랜드 조선’을 적용한 두 번째 호텔이다.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중문관광단지에 자리해, 바다와 한라산을 모두 볼 수 있는 입지를 자랑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이랜드그룹의 켄싱턴호텔을 인수해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모든 객실이 스위트룸인 신관(힐스위트) 건물을 신축했다. 객실 248실과 6개의 식음업장, 5개의 실내∙외 온수풀 수영장 등을 갖췄다.


그랜드 조선 제주 신관의 외관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켄싱턴호텔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한 부동산개발회사 SK D&D의 황선표 부동산프런티어본부장은 "한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행 경험이 늘어나고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휴가)처럼 호텔 자체를 즐기는 유행이 생기는 등 호텔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는 올라갔는데, 그동안 제주도에 신규 공급된 호텔은 숙박만을 위한 2~3성급이 주를 이뤘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특화된 부대시설을 갖춘 고급 리조트형 특급호텔’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박기철 그랜드 조선 제주 총지배인은 "관광으로 특화된 중문의 입지를 살리면서도 다른 호텔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고객층을 네 그룹으로 나눠 그에 맞는 시설과 서비스를 마련했다"면서 "본관 건물은 맞춤형 인테리어와 루프톱 수영장(옥외 수영장)를 활용한 풀 파티(수영장 파티) 등으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젊은 커플 고객을, 수영장과 사우나, 레스토랑 등을 전용 부대시설로 마련한 신관 ‘힐 스윗’은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고객과 신혼여행객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드 조선 제주의 힐 프레스티지 스위트룸의 테라스 /유한빛 기자
올해 12월 개장할 계획인 메리어트그룹의 ‘JW메리어트 호텔 제주’는 객실 198실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제주신화월드 안에는 5성급인 ‘메리어트’ 브랜드로 진출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시설과 인테리어 등을 한층 더 고급화한 브랜드인 ‘JW메리어트’를 제주에 선보인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제주도는 코로나 이후에도 내국인 여행객의 수요가 집중된 지역이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여행’의 경험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해 최고급 호텔 브랜드인 ‘JW메리어트’를 신규 출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동산펀드인 블루코브자산운용이 사들인 ‘제주 더쇼어호텔(옛 하얏트 리젠시 제주)’ 부지에는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GS리테일이 호텔과 쇼핑몰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오는 2022년 개장을 목표로 건물을 새로 짓는다.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과 파르나스몰 운영하는 GS리테일 자회사 파르나스호텔이 운영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 관광산업 선진화에 목마른 제주···MICE 강자 싱가포르 참고할 만

호텔업계는 제주 관광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주의 방문객층이 다변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다양한 나라에서 제주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일반 관광 외에도 고부가가치 산업인 MICE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MICE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총칭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개인이 아닌 기업이 대상인 관광산업이기 때문에 방문객 규모가 클 뿐 아니라 행사장 대여, 다양한 관광상품 이용 등 면에서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이 큰 편이다. 유명한 글로벌 행사가 개최되면 전 세계 기업인 등이 방문하는만큼, 해당 지역을 홍보하는 효과도 크다.

싱가포르관광청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MICE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3만4000개 이상이다. 정부 산하인 싱가포르기업청(ESG)과 싱가포르관광청, 싱가포르전시컨벤션협회(SACEOS)는 지난해 ‘산업회복로드맵(IRR)’을 마련하고, 비즈니스 행사를 점진적으로 재개하기 위한 안전조치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MICE산업의 표준을 만들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관광·숙박시설인 마리나 베이 샌즈 전경. /싱가포르관광청 제공
매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던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는 이례적으로 싱가포르로 장소를 옮긴다. 코로나19 방역과 안전조치가 엄격하게 시행되고, 행사시설과 숙박시설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싱가포르를 택했다. 오는 8월 17일~20일 전 세계 1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으로, 마리나 베이 샌즈가 유력한 행사 장소로 점쳐진다.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를 활용해 마카오나 미국 라스베이거스 같은 복합문화공간을 육성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리조트 월드 센토사 카지노’와 ‘마리나 베이 샌즈 카지노’ 등은 싱가포르의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지노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개방형 카지노로 운영하되, 내국인과 영주권자에게는 1인당 150싱가포르달러(샌즈 카지노 기준·약 13만원)를 입장료로 받도록 했다. 카지노업계가 도박 중독 치료 프로그램 등에 재투자하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제주도 역시 미래 전략을 고심중이지만 갈 길이 멀다.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발간한 ‘제주 관광 미래 전략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성 △제주의 브랜드 정교화 △관광업 현안 해결을 위한 제도 장치(거버넌스) △디지털화 △세계화 등 5개를 핵심 안건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대규모 단체관광(매스 투어리즘)을 지양하고, MICE산업과 연계해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제주관광공사는 분석했다.

박기철 그랜드 조선 제주 총지배인은 "싱가포르, 홍콩,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이 MICE로 유명한데, MICE산업은 단순히 호텔과 컨벤션센터만 있다고 해서 활성화 되지 않는다"면서 "시설은 물론이고 교통편과 회의 참석자들이 편하게 먹고 즐기고 쇼핑할 관광기반시설(인프라)까지 종합적으로 잘 갖춰져야 하고, 제주도 차원에서도 다른 국제도시들과 경쟁해 국제 행사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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