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우주기술 배운 UAE, 韓 뛰어넘어 美·中과 화성 탐사 경쟁

조선비즈
  • 김윤수 기자
    입력 2021.02.13 07:00

    2009년 韓 ‘쎄트렉아이’ 기술 빌려 첫 위성 발사
    당시 과학자들 주축돼 세계 5번째 화성 진출
    이주진 UAE 우주청 자문위원, 본지와 통화에서
    "UAE는 나라 전체가 스페이스X와 같다"

    사라 빈트 유시프 알 아미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을 포함한 UAE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9일(현지시각) 오후 화성 탐사선 ‘아말’의 화성 궤도 진입을 기념해 두바이 명소 ‘부르즈 칼리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와 화상 대화를 하고 있다. /플레시먼힐러드 제공
    지난 11일 중국의 화성 탐사선 ‘톈원 1호’에 이어 오는 19일 미국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궤도에 진입, 강대국들의 본격적인 화성 개척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이 경쟁에 끼어든 작은 나라가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다. UAE는 2009년 한국 기업 쎄트렉아이(099320)의 도움을 받아 첫 소형위성 ‘두바이샛 1호’를 쏘아 올린 ‘우주 후진국’이었지만 12년 만에 한국을 뛰어넘는 우주강국이 됐다.

    13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UAE 우주청은 한국시각으로 지난 10일 오전 12시 57분 화성 탐사 위성 ‘아말’(희망이란 뜻의 아랍어)을 화성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중국보다 하루 먼저, 아랍권 최초로 화성 궤도에 진출한 나라가 됐다.

    지난해 7월 20일 아말을 실은 로켓 ‘H-2A’이 발사되는 모습. /호프 마스 미션(Hope Mars Mission) 유튜브 캡처
    UAE 탐사선은 미국, 중국처럼 화성의 지상에 착륙하지는 못한다. 대신 궤도를 돌며 대기를 정밀 분석해 세계 최초로 화성 전 지역의 1년(687일)간 계절과 날씨 변화를 관찰한다. 수집한 데이터는 오는 9월부터 전 세계 학계와 공유한다.

    스승이었던 한국은 1992년 첫 소형위성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린 지 30년이 되는 내년에야 달 궤도에 진출한다. 화성 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 UAE는 어떻게 스승을 뛰어넘고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을까.

    UAE 우주청의 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주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13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현재 UAE는 나라 전체가 기업 스페이스X와 같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뛰어넘은 세계 최고의 발사체(로켓) 기술을 갖게 된 것처럼, UAE도 실패를 무릅쓰고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지원한 끝에 오늘날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말’의 화성 궤도 진입 소식에 기뻐하는 UAE 국민들. /AP 연합뉴스
    UAE는 2009년부터 수백㎏짜리 소형위성 단 4기만 쏘아 올린 후, 대형위성과 달 탐사선을 건너뛰고 2014년 과감히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UAE가 과감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생존 때문이라고 이 전 원장은 설명했다. 그간 석유 산업에 의존해온 UAE는 향후 탈석유 시대에 대비해 원자력과 우주를 새로운 국가 주력산업으로 삼았다. 그중 우주 기술력을 단기간에 키우기 위해서는 지구 저궤도와 달을 건너뛰고 곧바로 화성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목표 실현 시점은 건국 50주년인 올해로 잡았다.

    지난 9일(현지시각) 아말의 화성 궤도 진입 성공 기념식에 참석한 아미리 장관. /플레시먼힐러드 제공
    UAE는 2006년 항우연과 비슷한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를 세우고 자국 과학자들을 한국에 보내 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2009년 두바이샛 1호와 2013년 두바이샛 2호를 쎄트렉아이와 공동 개발한 사라 빈트 유시프 알 아미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2013년 카이스트(KAIST)에서 과학기술정책 석사학위를 받은 옴란 샤라프 MBRSC 에미리트화성임무(EMM) 총괄 책임자가 현재 화성 탐사 임무를 이끌고 있다.

    옴란 총괄은 지난달 28일 한국과학기자협회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화성 탐사 프로젝트는 2014년에 시작됐지만 2006년부터 한국과 진행해온 인공위성 사업이 발판이 됐다. 한국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UAE는 2014년 NASA 역할을 하는 우주청을 세우고 세트렉아이에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협업을 요청했지만 쎄트렉아이는 거절했다.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은 "우리는 화성 탐사 위성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미국 연구팀을 대신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UAE는 이후 6년간 콜로라도대, 애리조나주립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등과 공동으로 아말을 만들었다.

    UAE 사막에 건설될 화성 사이언스시티. /WAM
    이 전 원장은 "UAE의 화성 진출은 단순히 기술력을 과시한 게 아니라 화성 상업화를 위한 초석을 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UAE는 화성 진출 후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지와 연구기지를 만들기 위해 자국 내 사막 한가운데 ‘화성 사이언스시티’라는 18만㎡(약 5.5만평) 면적의 실험용 기지를 세우고 있다. 온도, 기압, 중력, 토양 등 화성의 환경을 최대한 모방한다. 2023년까지 완공해 관광산업에 활용하는 동시에 2117년 실제 화성 도시 건설을 위한 각종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 전 원장은 한국의 우주개발을 두고는 "과감히 점프하는 스페이스X나 UAE와 달리 한국은 실패 확률을 낮추기 위해 검증을 최대한 철저히 하려고 해서 속도가 더딘 면이 있다. 쉽게 말해 겁이 많다"며 "하지만 (실패하면서 배우고 결국 성과를 내는) 스페이스X와 UAE의 방식이 ‘뉴 스페이스 방식’이다"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첫 국산 로켓 누리호와 달 탐사선 ‘KPLO’는 설계 변경이나 추가 실험·제작 등으로 인해 수차례 일정이 미뤄진 끝에 현재 각각 오는 10월과 내년 8월 발사로 일정이 정해졌다.

    화성 궤도에 진입한 아말의 임무 수행 상상도. /플레시먼힐러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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