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보다 빛난 중소기업 부동산 매각 이익… "코로나 시국에 효자네"

조선비즈
  • 고성민 기자
    입력 2021.02.15 06:0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다수 기업들이 경영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일부 중소기업에선 본업보다 부동산이 효자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쏠쏠한 시세차익을 누리거나 현금을 긴급 수혈해 위기에서 버텨낸 것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성형주 기자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지난 5일 화성시 안녕동 물류창고 부지 6만7433㎡(2만398평)를 코람코신탁에 608억원으로 매각했다. JW중외제약은 1977년부터 이 부지를 보유해 회사의 생산기지와 물류창고 등으로 써 왔다. 2014년 전체 토지 중 절반가량인 7만9347㎡를 225억원에 매각했고, 이번에 나머지 땅을 매각했다.

    당시 토지의 절반가량을 안 팔았던 것이 ‘묘수’가 됐다. 2014년 매매가는 토지 3.3㎡당 약 94만원, 이번 매매가는 3.3㎡당 약 298만원이다. JW중외제약은 아울러 이번 매각 대금 중 100억원을 코람코신탁이 추진하는 물류센터 사업 펀드에 출자하는 ‘재투자’를 결정했다. 전체 임대면적의 약 32%를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재임차해 해당 펀드의 리스크를 낮췄다.

    남성복 ‘바쏘’와 여성복 ‘에이비에프지(a.b.fz)’ 등을 전개하는 SG세계물산은 부동산 매각으로 자산총액의 37.7%에 해당하는 자금을 수혈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옥을 1085억원에 디벨로퍼 알파하우징에 매각했다. 대지 3.3㎡당 약 3800만원으로 가산디지털단지 일대 공장용지 중 평당 최고가 거래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31.8%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가운데 부동산이 효자 역할을 했다. SG세계물산은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현금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자전거 제조 및 판매업을 주업으로 하는 삼천리자전거도 2015년 부동산 경매로 162억8000만원에 취득한 강남구 신사동 빌딩(666-6번지)이 효자 역할을 했다. 지난해 9월 215억원에 매각해 5년 새 세전 52억2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봤다. 자산총액 대비 14.65%에 해당한다. 삼천리자전거는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라고 했다. 매수인은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의 장남 이수훈 덕산네오룩스 대표다.

    일신방직도 지난해 본업인 섬유보다 부동산 부문이 돋보였다. 본업인 섬유제조부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부업인 화장품판매업(영국 화장품 더바디샵 수입판매)도 약 1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 사옥과 한남동 빌딩, 청담동 빌딩 등을 활용한 부동산임대관리 사업은 약 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섬유제조부문(2646억원)이 부동산임대관리(196억원)보다 컸지만, 부동산 부문이 효자였다.

    특히 일산방직은 지난해 7월 1935년부터 가동된 광주1공장을 3190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자산총액의 33.5%에 해당한다. 매수자는 주식회사 엠비엔프라퍼티와 주식회사 휴먼스홀딩스로, 이들은 이 부지를 활용해 복합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일신방직은 "자산 매각을 통해 경영환경을 개선할 목적"이라고 했다.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켜진 정보통신(IT)기기 제조 기업 크루셜텍은 지난해 6월 판교 사옥을 353억원에 매각하며 현금을 긴급 수혈했다. 자산 총액 대비 33.0%에 해당한다. 크루셜텍은 사옥 매각 대금으로 채무를 상환해 부채비율을 기존 175.6%에서 77.4%로 98.2%포인트(p) 낮췄다.

    크루셜텍은 사옥에서 발생하는 연간 4억8200만원(2019년 기준)의 임대료 수익을 포기하고, ‘사무실 월세살이’로 소요되는 연간 3억3600만원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사옥 매각으로 인한 긴급 현금수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동비율이 낮은 주유소 운영사 중앙에너비스도 지난해 4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주유소(마장동 796-5 외 7필지)를 인트러스투자운용과 SK건설에 315억원에 양도하며 현금 부족 현상을 덜어냈다. 자산총액 대비 무려 51.2%에 해당한다.

    중앙에너비스는 "재무 건전성 강화와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고 했다. 인트러스투자운용과 SK건설은 부동산 펀드를 통해 이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쎄니트는 7년여간 보유한 CGV대전가오점을 지난해 3월 멜론자산운용에 313억원에 매각했다. 자산총액 대비 21.4% 규모였다. 쎄니트는 "이익 실현과 현금 확보 목적"이라고 했다.

    매각한 CGV대전가오점은 쎄니트가 2013년 대전가오시네마를 흡수합병하며 취득했다. 당시 극장 감정평가액은 약 105억원이었다. 쎄니트는 롯데시네마 산본점처럼 극장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CGV로부터 보증금 10억원과 월 1억3000만원의 임대료만 받아 왔다. 이번 매각으로 세전 208억원의 시세차익까지 획득해 부동산이 효자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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