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반도체 산업 부문에서 아시아 등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대 500억유로(약 67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8일(현지 시각)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지난주 "유럽 반도체산업의 투자액은 수백억 유로를 넘어서 최대 약 50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유럽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한 해 매출액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내부.

이 중 정부는 여러 지원 수단이나 보조금 등을 통해 각 기업이 최종 투자키로 하는 금액의 20∼40%를 부담할 계획이다. 이같은 적극적인 투자 방침은 폴크스바겐(VW) 등 유럽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등 홍역을 치른 후 추진되는 것이다.

앞서 유럽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독일과 유럽연합(EU) 당국에 아시아와 미국의 경쟁자들이 자국 정부로부터 받는 대대적인 보조금에 힘입어 경쟁에서 뚜렷한 우위를 점했다고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이는 특히 제조 부문에 있어 유럽 반도체산업이 뒤처진 배경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U 소속 19개국은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반도체산업을 위해 수십억 유로 규모의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유럽내 반도체산업을 보존하고, 유럽내에서 독립적으로 다른 산업에 반도체 공급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프로그램에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참여한다. 이들 국가의 반도체 산업 내에서는 다양한 연합이 형성될 수 있다. 이들은 유럽을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받는데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