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작부터 여당과 엇박자난 공수처장, 독립성 지켜낼 수 있을까

조선비즈
  • 김민우 기자
    입력 2021.02.08 17:39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공수처 차장에 여운국 변호사를 제청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솔직히 여 차장이 누군지 잘 몰랐다. 그래서 브리핑 후 청사 입구에서 기다리다 여 차장이 어떤 인물인지 김 처장에게 물어봤다.

    김 처장은 '여 차장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던 인물이지만 공수처 차장으로 제청되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고는 정부과천청사로 돌아가기 위한 차를 탔었다. 그러다 차에서 내린 뒤 "여 변호사가 맡은 대표적인 것이 우병우 영장기각 사건"이라고 부연했다. 여 차장은 지난 2017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변호를 맡아 구속영장 기각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여 차장이 과거 우 전 수석을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예상대로 다음날 바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대 공수처 차장에 '우병우 변호사'가 웬 말인가"라고 반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여 차장을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김 처장도 여 변호사의 우 전 수석 변호 이력을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 문제삼을 거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처장은 "(여 차장이) 정치적으로 가려서 수임하지 않았다. 공수처 차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에 문제가 없다. 유능한 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제청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처장 후보 복수 추천시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단수 제청을 통해 차단했다. 김 처장은 차장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 "인사권과 관련된 것은 없었다. 제청 과정에서도 극도로 보안을 유지했다"고 했다.

    김 처장이 처장 후보 임명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취임사에서 강조한 것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 처장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처장의 주관이 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때문인지 민주당은 자신들이 공수처 출범을 강행했음에도, 공수처 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여당의 의도와 달리 공수처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 처장이 조심스러운 것은 그저 공수처가 검사나 수사관도 아직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게 싫어서일 수도 있다. 그래도 엄한 발언으로 본인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기관과 사법부 수장들이 자신의 말을 지키지 못한 사례들을 숱하게 봤다. 새로 태어난 공수처라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초심을 지켜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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