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44) “코로나 시대에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경쟁력"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1.02.05 15:35 | 수정 2021.02.05 16:07

    충북 청주의 양조장 ‘조은술 세종’ 경기호 대표
    마트에서 술 사서 집에서 마시는 ‘홈술’이 대세...소비자의 다양한 니즈 충족하려면 술 종류 많아야
    막걸리만 20여종, 소주, 약주, 리큐르 합하면 생산제품 40여종 넘어
    유기농쌀로 만든 소주 ‘이도', 우리술품평회 대상 수상...유기농 술 마시는 것이 유기농가 돕는 셈
    "술 다양성 위해 향, 색소 같은 첨가제 사용 허용해달라" 정부에 건의

    "첫향에서 알코올과 곡물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뒤이어 약하게 바닐라 향이 나면서 매운 향이 천천히 따라온다. 맛은 첫맛에서 알코올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독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뒤쪽에 매운 맛이 있다."(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의 이도 시음기)

    조은술 세종(양조장 이름)의 증류식소주 ‘이도’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6년 정부가 주관한 우리술품평회에서 최고상인 대상(증류식소주부문)을 받고서였다. 조은술 세종의 경기호 대표가 3년간의 개발 끝에 2015년에 100% 유기농쌀로 만든 ‘이도'를 출시한 지 딱 일년만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이도를 "알코올도수 42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목넘김이 부드러우며 깔끔하다"고 후하게 평가했다.

    조은술 세종은 국내 유일의 유기농인증 전통주 기업이다. 경기호 대표는 “소비자들이 세종대왕의 기를 받으시길 바라는 뜻에서 소주 이름을 이도(세종대왕의 본명)로 정했다"고 말했다. /박순욱기자
    경기호 대표는 인공감미료는 물론 개량누룩도 전혀 넣지 않고서 이도 소주를 만들었다. 유기농쌀, 전통누룩, 물만 사용했다. 그래서 개발기간이 3년이나 걸렸다. 이도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15년. 화요를 비롯해 일품진로 같은 증류식소주가 이미 고급소주 시장을 장악하고나서였다. 경 대표는 "후발주자로서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유기농쌀로 잡았다"며 "유기농쌀로 만든 이도를 드시는 소비자들은 유기농쌀 소비를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유기농 농가를 돕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은술 세종은 양조장 전체를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1000개가 넘는 국내 양조장 중 유일하다. 술 제품이 아닌 양조장 전체를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원료 구입은 물론 원료의 관리까지 까다로운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유기농 전담 직원도 둬야 한다.

    유기농쌀은 일반쌀보다 40% 정도 비싸다. 하지만, 유기농으로 만든 술 가격은 일반 쌀로 만든 술과 별 차이가 없다. 이도 소주는 같은 도수와 용량의 화요보다 1000원 정도 비싸다. 경 대표는 "유기농 술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화요보다 약간 더 비싸게 가격을 매겼지만, 사실상 가격 차이는 거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40%나 더 비싸게 산 원료 구입비를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규모가 크지 않은 지방 양조장이 그럼에도 ‘유기농’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경 대표는 본래 농업인이었다. 젊은 시절, 농촌개량 운동인 4H운동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는 1997년 전국의 지역 전통주를 납품하는 주류도매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술 유통 사업장이 자리한 청주에 이렇다 할 전통주 양조장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안타까워, 2007년 직접 전통주양조장을 차렸다. 지금의 이름인 조은술 세종으로 바꾼 것이 2012년이다. 곡물의 특성을 잘 아는 농민 출신이어서 그럴까? 그의 양조장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 특징이다. 막걸리 종류만 20여종, 약주, 소주, 리큐르까지 합치면 생산 제품이 40종을 훌쩍 넘긴다. 경 대표는 "코로나로 인해 식당이나 주점의 술 소비는 줄었지만, 편의점 같은 소매점 매출은 늘고 있어, ‘홈술' 시대인 이제부터는 ‘소비자가 찾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경쟁력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술 유통 사업을 하다 전통주 제조에 직접 나선 이유는?

    "원래는 농업인이었다. 농촌에서 4H활동도 많이 했다. 그러다 어떤 계기가 있어 전통주 유통업을 하게 됐다. 1997년부터 특정주류도매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년 정도 술 도매업을 했다.

    그런데, 유통사업장이 있던 청주 지역에는 양조장이 아예 없었다. 산업화에 밀려 그나마 있던 양조장들이 도심 밖으로 밀려나갔기 때문이다. 유통사업을 했을 때 있던 20여개의 양조장이 계속 줄어들어서 양조장 하나로 통합됐다가 그마저도 청주 시내를 벗어나, 청주 안에는 양조장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청주에 양조장이 한곳도 없던 공백기간이 한 8년 됐다."

    -왜 양조장이 하나둘씩 없어졌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막걸리산업이 하향세였다. 막걸리 붐은 2014년쯤 돼서야 일기 시작했다. 월드컵 계기로 일본에서부터 시작해서 2016년쯤에는 막걸리 열기가 대단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약 10년간은 침체기라서 청주지역 양조장들이 죄다 이전하거나 문을 닫았다. 내가 사업을 시작한 때는 양조장 한개가 남아있었고, 그나마도 없어졌다."

    -청주지역에 양조장 없는 게 문제가 되나?

    "유통사업(도매)을 하다보니, 애주가들이 지역 전통주를 선호하더라. 도매업자들끼리 모임을 하게 되면 대부분 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술을 갖고와서 같이 마시는데, 양조장 하나 없는 청주에서 도매업 하는 나는 갖고 나갈 술이 없어 아쉬웠다. 전국의 전통술을 다 취급하지만, 정작 내가 사업하는 지역의 술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고장의 술을 전국에 소개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청주에 전통주 양조장을 하나쯤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7년에 설립한 양조장 조은술 세종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처음부터 갖추었다. /박순욱기자
    -양조장 한다고 하니까 주변 반응은?

    "지인들은 양조장 사업을 대부분 말렸다. ‘(지금 도매사업장 있는) 시내 비싼 땅에 남들은 밖으로 이전하는 양조장을 왜 하려고 하나?’는 거였다. 한마디로 ‘양조장 사업이 돈이 안된다’는 거였다. ‘술 도매사업 잘하고 있는데 그거나 잘 키우지, 굳이 비싼 땅에 양조장을 왜 차리느냐?’고들 했다.

    사실, 술 유통 경험이 없었더라면 양조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술이 안팔리는 걸 잘 아는데, 덜컥 술 제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나는 전국에 영업망이 구축돼 있어 유리한 상황이었다. 도매업을 하면서 돈도 좀 모았고, 쌓인 경험도 있으니까 전통주 양조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직접 양조장 설계까지 했다. 그게 2007년이었다. 이곳 양조장은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전국의 유명 양조장은 다 거래를 하고 있어, 안 가본 양조장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 짓는데 도움이 됐다. 15년 사업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양조장 제조공정의 효율성이 돋보이는 사례를 든다면?

    "작은 120ml 술병부터 1.8L(리터) 대용량까지 유리병, 페트병 상관없이 다양한 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생산 설비라인을 갖추고 있다. 국내 어느 양조장보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설비체제를 구축해놓았다. 양조장 건립 당시부터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설비를 갖추겠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술들을 요구한다는걸 알게 된 것은 유통사업 경험 덕분이었다. 당시만 해도 막걸리 하면 쌀막걸리, 밀막걸리 둘뿐이었다. 그것도 페트병 일색이었다. 그래서 천편일률적인 생산에서 탈피하려면, 양조장 설립 때부터 다품종 생산설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 유통기한이 긴 살균주가 인기가 없을 때였는데, ‘앞으로 우리가 수출을 하려면 살균막걸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살균설비를 갖추었다. 생막걸리 생산라인 별도로 살균막걸리 라인을 만들었다. 막걸리 살균뿐 아니라 약주 살균설비도 따로 만들었다. 그래서 어느 양조장들보다도 다양한 술들을 만들 수 있다."

    -어떤 술들을 만들고 있나?

    "막걸리, 약주, 소주, 리큐르 포함해 40~50종의 술을 생산하고 있다."

    -왜 다품종 소량생산인가?

    "양조장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틈새를 공략하지 않고는 승산이 없다고 봤다. 독특한 술로 승부를 봐야했다. 다양한 주종뿐 아니라 다양한 용량의 술 생산도 가능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개성 있는 술이 각광받는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생산체제를 진작부터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조은술 세종의 가장 큰 자랑은 당해 연도 유기농쌀을 비롯해 우리 농산물을 고집하는데 있다. 2013년에 전통주 유기가공식품 인증과 국제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획득했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이런 친환경 토대에서 만든 술이 2015년에 출시한 증류식소주 ‘이도’다. 이도는 2016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증류식소주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농식품부로부터 증류식소주로는 유일하게 ‘2017 쌀가공품 Top10’에도 선정됐다. 세종대왕의 본명에서 따온 술 이름 ‘이도'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미도 동시에 갖고 있다.

    조은술 세종의 경기호-이승애 부부. 부인은 원료구매, 회계 등 양조장 안살림을 맡고 있다. /박순욱기자
    -전국 최초로 전통주 유기농 인증을 받은 이유는?

    "증류식소주 ‘이도'가 우리나라 유기농 술의 시작이다. 유기농 재료를 고수한 것은 첫째, 원료의 차별화였다. 2007년 양조장 설립 당시에는 소주가 없었다. 6년 전에야 증류식소주를 만들었다. 생각은 7~8년전부터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증류식소주 시장이 커지겠다' 싶었다. 3년여간 연구를 한끝에 ‘차별화’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판단했다.

    10년전만 해도 증류주 하면 일부 양조장에서는 잘못 만든 술, 팔다 남은 술, 반품 들어온 술 같은 막걸리와 약주를 증류시켜 소주를 만들었다. ‘버리기 아까운 술들은 증류주로 만들면 된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약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현실이 그랬다. ‘이런 식으로 소주를 만들었다가는 명품주는 못만들겠다' 싶었다. 아예 차별화해야 한다. 그래서 원료로 남들과 다르게 유기농을 선택한 것이다. 처음부터 소주를 만들 작정으로, 유기농 원료로 탁주를 만들어 증류를 했다.

    그런데, 한단계 더 나아가 유기농 인증까지 욕심을 냈다. 지금껏, 유기농 인증을 받은 사례가 없었다. 유기농 쌀로 술을 만든다고 해서 유기농 인증을 쉽게 받을 수 있는게 아니다. 양조장 전체가 인증을 받아야 했다."

    -그럼, 어떤 부분까지 인증을 받아야 하나?

    "유기농 원료는 기본이다. 원료의 관리, 원료의 이력제(어디에서 생산된 유기농 원료를 어떤 과정을 거쳐 들여왔는지) 등을 죄다 검사 받아야 하니 너무 복잡해 그동안 어느 양조장도 유기농 인증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재료 관리의 어려움도 있고, 전담 직원을 둬야 하는 인건비 부담도 걸림돌이었다. 유기농 쌀을 구매할 때도 유기농 인증서를 갖고 있는 업체에서 사야 한다. 농가 개인은 유기농 관리 자체가 어려워,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협에서 원료를 사왔다. 지금은 3만평 정도의 유기농 단지와 계약해, 유기농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유기농 쌀로 만든 소주는 일반쌀로 만든 소주와 어떻게 다른가?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우선, 갓 찧은 쌀로 술을 만든다. 술 생산 하루 전에 쌀 도정을 한다. 미리 도정해둔 쌀로 술을 만들지 않는다. 자체 방앗간, 벼를 보관하는 저온저장고도 갖고 있다. 쌀도 당해연도만 쓴다. 워낙 신선한 쌀로 술을 빚다보니, 술을 담그면 쌀기름이 술 표면에 동동 뜰 정도다. 생각해보라. 갓 도정한 쌀로 밥을 하면 얼마나 밥맛이 좋겠는가? 술도 마찬가지다. 밑술용 고두밥을 찌면 기름이 좌르르 흐른다. 발효와 숙성은 20일에서 한달 정도 한다."

    조은술 세종 양조장 전경. 1층에 전통주 갤러리와 발효실이 있어 주로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고, 2층은 증류식소주 이도와 유기농 약주 오가닉을 생산한다. /박순욱기자
    -유기농을 선택한 두번째 이유는?

    "유기농을 고집한 두번째 이유(첫번째는 원료의 차별화)는 환경 때문이다. ‘이도’라는 이름 자체가 세종대왕의 본명이기도 하고, ‘다른 길'이란 뜻으로 그렇게 이름지었다. 3만평 계약(위탁)재배, 농사를 짓고 있는데, 유기농 논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적어도 3년간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유기농 농사’는 ‘친환경 농사'보다 한단계 높다. 지속적으로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 실개천이 살아난다. 그동안 산업화로 인해 산천이 다 오염됐다. 화학비료를 사용해, 토양을 훼손하지 않았나? 그다음에는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화학비료 등이 땅 속으로 침수되니까. 그러다보니 실개천이 오염돼 미꾸리, 개구리들이 다 기형아가 나오는 현상이 벌어지고, 사람이 실개천에 목욕도 못하게 됐다. 마지막 남은 게 하늘, 공기까지 오염시켰다. 요즘에 나타나는 미세먼지 현상도 산업화의 그늘(부작용)이다.

    그래서 유기농업을 하지 않으면 망가진 자연을 회복시킬 수 없다고 여겼다. 생태적 삶에는 유기농이 최고다.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우리가 유기농을 통해 일정부분이라도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기농으로 만든 이도 소주를 드시는 소비자들은 간접적으로 유기농을 지원하는 셈이다. 이도 술 한잔을 드신다는 것은 ‘내가 친환경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일치한다. ‘몇평의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유기농쌀을 원료로 한 술 제조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술 발효는 더 잘된다. 갓 도정한 신선한 쌀로 밑술을 만들면 쌀이 갖고 있는 수분이 많아 발효가 더 잘된다. 단지, 그후에 술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 유기농 술에는 누룩, 쌀, 물 외에는 들어가는 재료가 없다. 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니까 맛을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감미료를 쓰면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전통적인 제조방법을 고수해야 하니까 소비자들이 익숙한 술맛을 내기 어렵다. 유기농으로 술 만드는 것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술맛을 제대로 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제품의 안정성, 항상 똑같은 향과 맛의 술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게 어렵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맛이 제대로 안나와서 내다버린 술도 엄청나다.

    그런데 ‘증류식 소주라는 게 잘못 만들어진 막걸리나, 팔다 남은 술로 만드는게 아니냐?’는 일부 사람들의 그릇된 시각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말했다. ‘이 술(이도)는 처음부터 유기농이다. 발효할 때부터 증류주를 염두에 두고 만들고 있다’고. 막걸리, 약주를 만드는 술과는 원료부터 태생이 다르다. 유기농 쌀로 우선 막걸리를 만들지만, 막걸리로는 판매하지 않는다. 100% 증류식 소주 만드는데 쓰인다."

    -유기농 술은 이도 소주 뿐인가?

    "처음에는 유기농 원료로 소주만 만들었지만, 현재는 약주, 막걸리 일부 제품도 유기농 원료로 만든다. ‘이도 소주’ 외에 ‘오가닉 라이스와인'(약주)도 유기농 원료로 만든다. 막걸리로는 ‘장군 막걸리'(1800원)라고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막걸리도 원료가 유기농이다."

    -유기농쌀이 일반쌀보다 얼마나 비싼가?

    "유기농 원료 가격은 40% 더 비싸다. 하지만 일반쌀로 만든 술과 유기농 제품 가격은 큰 차이 없다. 그나마 지역특산주 대우를 받고 있어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은 전통주 업계끼리 경쟁하기보다는 전체 술 시장에서 경쟁력(유일하게 유기농 원료 사용)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도의 제조공정 특징은?

    "이도는 토종효모를 사용했다. 원료의 차별화는 기본, 제조공정에서도 남다른 점이 있다. 세종대왕이 인근의 초정리에 와서 병 치료를 하셨다. 그러면서 청주 사람들에게 고기와 술을 하사했는데, 그때 술을 재현해보자고 해서 만든 게 이도 소주이다.

    그런데 ‘당시 술에 누룩은 뭘 사용했을까?’ 곰곰이 생각하니, 새로 만드는 술에 옛날 전통누룩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런데 시중에 나오는 전통주 대부분이 개량 누룩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전통누룩을 찾던 중에 농촌진흥청이 개발해놓은 토종효모(누룩), 그것도 증류식소주에 특화된 토종효모(N9)를 알게돼 최초로 사용하게 됐다. 특허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도는 술 발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효모부터 남들이 쓰지 않은 토종효모를 사용하고 있다."

    -전통방식인 상압증류가 아닌 감압방식을 택한 이유는?

    "가정이지만, 옛날에도 강압증류가 가능했다면 아마 감압을 채택한 술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감압방식 기술이 없었다. 발효주를 소주고리에 끓여 소주를 내리는 상압방식밖에 없었다.

    상압증류가 전통방식인 것은 맞지만, 그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상압을 하면 탄내, 이취가 생긴다. 감압을 몰랐던 우리 조상들은 이취를 없애려고 오랫동안 숙성을 시켰다. 그런데, 감압증류를 하면 대량생산도 가능할 뿐더러, 이취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오랜 숙성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엔 덜하지만, 전통소주에 나는 이취가 싫어 증류식소주를 멀리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적이 있다. 특히 젊은층은 이런 이취를 싫어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은, ‘젊은 세대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깔끔한 증류식소주’여야 한다고 여겨, 감압방식을 택했다. ‘전통소주의 대중화’에도 감압방식이 낫다고 여겼다. 깔끔하고 청아한 향을 요구하는 젊은 세대가 소비의 주력이 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전통소주를 마실 때, 칵테일로 만들거나 블렌딩을 해서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칵테일에 왜 보드카를 많이 쓰는 줄 아는가? 이취가 없기 때문이다. 깔끔한 향이 보드카의 매력이라 칵테일 베이스로 많이 쓰인다. 점점 홈술이 확산되는 요즘, 소주에 과일을 넣거나 다른 부재료를 섞어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도 향이 강한 상압방식보다는 담백한 향의 술이 나오는 감압방식이 시대정신에 더 맞다고 본 것이다."

    조은술 세종 경기호 대표가 발효 중인 막걸리 향을 맡고 있다. /박순욱기자
    -막걸리 생산 제품 수가 20개 이상이다. 다품종 생산 이유는?

    "막걸리 종류로는 어느 양조장보다 많다. 아마 가장 많을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첫번째 이유는 내가 술빚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슨 술이든지 만들고 싶은 열정이 있다. 그리고 농업인 출신이다보니 원료를 다 잘 안다. 술에 쓰이는 곡물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 특징을 살려 술을 발효시키고 싶었다. 농업인인 내 장점을 살려본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도 다양한 술, 새로운 술을 즐기게 해주자는 생각에서 제품 종류를 최대한 늘렸다. 설비를 갖출 때부터 다품종 시스템을 만들었다. 개발해놓고 아직 출시 안한 술들도 많다. 요즘 전통술도 인터넷 판매가 활발한데, 이런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가급적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생각이다. 오랜 유통사업 경험을 토대로 애주가들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는 전략(다품종 소량생산)을 쓰고 있다."

    -효자 막걸리 제품은?

    "우도땅콩주가 1위다. 제주 우도산 땅콩을 넣어 만든 기타주류다. 색과 향을 넣어 막걸리로 대우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구분없이 막걸리로 알고 드신다. 두번째는 알밤주다. 청주산 알밤을 사용했다. 청주생막걸리가 세번째쯤 된다."

    증류식 소주 ‘이도’ 다음에 유기농 술로 만든 게 약주 ‘오가닉 라이스와인'이다. 이 술에 대한 이대형 박사의 시음기는 다음과 같다.

    "첫 향에서부터 쌀향, 세콤한 향과 함께 누룩향이 난다. 뒤쪽에서 약하게 시트러스향이 느껴지면서 아카시아 향도 있다. 혀를 감싸는 알코올이 강하지 않고 깔끔하며 단맛은 적고 부드럽고 산미가 적당하다. 전체적인 발란스가 좋다."

    -유기농 약주 오가닉 제조공정과 맛의 특징은?

    "유기농쌀, 누룩, 물만으로 만들었다. 외국 수출도 염두에 두고 ‘오가닉 라이스와인’이라고 이름 붙였다. 학명은 ‘약주’이지만 ‘포도 외의 재료로 만든 발효주도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라이스(쌀)와인’이라고 했다. 외국에도 쌀와인이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겐 ‘이 제품이 한국의 전통적인 와인'이라고 말한다."

    -맛은 어떤가?

    "담백하면서 전통의 맛을 많이 살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인공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았기 때문에 곡물이 갖고 있는 향과 맛을 담백하게 구현해냈다. 적당한 단맛과 산미를 갖고 있다."

    -유통망은 어느정도?

    "우리 양조장 목표가 ‘전국 대상, 세계로'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에 다 들어가 있다. 세븐일레븐, 씨유 같은 편의점에도 우리 제품을 살 수 있다."

    -수출은?

    "일본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그 다음에 중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이 수출국이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 미국이다. 소주 이도를 수출할 예정이다."

    -작년 매출과 올해 목표는?

    "2020년 매출은 30억원 정도다.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릴 올해는 소비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술을 만들어야 할 시기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식당에 가면, 식당측이 권하는, 혹은 식당에서 취급하고 있는 술을 주로 마시지 않았나? 이제는 달라졌다. ‘마이 홈술 시대’다. 내가 마시고 싶은 술을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사서 집에서 마시는 시대가 왔다. 마트에는 얼마나 다양한 술이 있나? 우리 양조장 술을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지금부터 잘 나가는 술이 정말 좋은 술이다. 소비자가 찾는 술이다.

    그래서 올해는 소비자가 원하는 술, 소비자가 스스로 찾는 술을 많이 만들 것이다. 개성있는 술도 내놓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품 종류가 많은 우리가 유리하다고 본다. 우리 회사가 초기부터 추진해온 ‘다품종 생산’ 시스템이 빛을 발할 때가 됐다고 여긴다. 희망이 있다. 그래서 개발을 끝낸 술들도 적극적으로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막걸리만 보더라도, 이미 나와있는 막걸리가 20여종이고, 개발 중인 막걸리도 10여종에 달한다. 시장상황에 발빠르게 신제품 대응이 가능하다. 그래서 올해 매출 목표도 작년보다 20%정도 높였다."

    -전통주 진흥을 위한 정부정책 건의사항은?

    "술의 다양성을 위한 첨가제 사용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흔히 막걸리로 알지만, 정부로부터는 막걸리로 인정받지 못하고 세금을 6배나 내야하는 기타주류 취급을 받는 술이 적지 않다. 우리 회사에도 막걸리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향, 색소를 넣었다는 이유로 막걸리 대우를 못받은 술들이 10여종에 달한다. 제주산 우도 땅콩으로 만든 ‘제주우도땅콩전통주’가 대표적이다.

    막걸리에 흔하게 넣는 감미료가 아스파탐이다. 사카린, 구연산 등도 흔한 첨가물이다. 이런 인공 첨가물 넣었다고 해서 막걸리가 기타주류 대접받지 않는다. 정부도 막걸리로 인정한다. 그런 첨가물 중 하나가 착향료다. 착색, 착향이다. 착향료도 아스파탐과 다를 바가 없다. 다 같은 합성감미료다. 그런데, 감미료 중에 천연감미료도 있다. 사탕수수 추출물로 만든 감미료는 천연감미료다. 하지만, 합성이든 천연이든 구분 없이 막걸리에 넣는 걸 정부가 용인한다.

    착향 중에도 천연 원료가 있다. 가령, 오미자 원료를 일부 넣으면 막걸리 색이 분홍빛을 띤다. 정부에서는 ‘향이나 색소도 천연 원료를 써야 막걸리 첨가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는 합성도 인정하면서 향이나 색소는 왜 합성원료를 인정 안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향, 색소를 첨가하는 이유는?

    "우리가 인공 향이나 색소를 일부 넣는 것은 천연 부재료를 강조하고, 술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가령, 알밤전통주를 보자. 쌀막걸리에 밤을 넣는다고 해서 밤향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래서 알밤도 넣지만, 알밤 향을 더 내기 위해 인공 밤향을 추가하는데, 이러면 막걸리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돼 세금이 막걸리의 여섯배를 내야 한다. 물론 술병에 ‘막걸리’ 표기도 못한다. 땅콩우도전통주도 마찬가지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은 되고, 인공 향, 색소는 안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첨가제 사용을 허용해달라는 게 업계의 요청이다. 첨가제는 함유량이 극소량이라, 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첨가제를 넣어 단순히 기호성을 높일 뿐이다.

    시중에 바나나막걸리가 있다. 하지만, 제주산 바나나를 많이 넣어봤지만 막걸리에 바나나 향이 안난다. 인공 향이 부득이하게 들어가야 바나나술이 된다. 그래서 바나나막걸리로 표기못하고 바나나술이라고 표기한다.

    그런데, 바나나우유는 어떤가? 바나나우유에 바나나 인공 향과 색소를 넣은 것이다. 그래도 우유로 인정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술에는 바나나 인공 향을 못 넣게 하느냐는 것이다.

    술업계가 바라는 것은 다양한 술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전통주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 그래야 우리쌀 소비도 촉진된다. 정부도 그걸 바라면서도, 정작 다양한 술을 만들면 제약을 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조은술 세종이 젊은층이 주로 오는 클럽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아이엠더문'. 이도 소주를 베이스로 다양한 과일을 넣었다. 알코올도수 17도다. /박순욱기자
    -작년에 나온 신제품 ‘아이엠 더 문’은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클럽이나 주점쪽에서 젊은층이 마시는 문화가 전부 외국술, 리큐르다. 전통술로도 얼마든지 좋은 리큐르를 만들 수 있는데, 안타까워 하다가 만든게 ‘아이엠 더 문’이다.

    전통주이지만, 젊은 취향으로 맛있게 만들어보자고 해서 개발했다. 이도 소주를 베이스로 해서 딸기, 오렌지, 망고, 사과를 비롯해 맛있는 과일즙을 잔뜩 넣었다. 과일칵테일 같은 술이다. 클럽에서 잘 나가는 술이 다 이런 류의 술이다. 요즘 코로나로 주춤하지만 아이엠 더 문은 클럽에서 인기 많은 술이다. 소비자가격이 5만~6만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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