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아스트라제네카, 2회 화이자 접종
시너지 통해 효능 높일 것으로 기대
옥스퍼드대, 러시아 백신과 병용도 계획
남재환 교수, 노바백스 조합 제안

아스트라제네카(왼쪽)와 화이자(오른쪽)의 코로나19 백신.

경쟁 관계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혼합 접종하는 시도가 시작됐다. 최근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공동 개발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4일(현지시각) 양사 백신을 혼합하는 접종법의 임상시험을 위해 피시험자 820명 모집을 시작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보도했다. 두 백신 모두 2회 접종이 필요한데, 1회차는 아스트라제네카, 2회차는 화이자의 백신을 접종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환자 모집이 이뤄지는 대로 4주나 12주 간격으로 두 백신을 접종하고 접종자의 혈액을 채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중화항체와 면역세포(T세포)의 양을 확인할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세포를 직접 죽이는 T세포, 화이자 백신은 바이러스와 결합해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활성화하는 데 각각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두 백신을 함께 쓰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면역 효과가 발휘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준으로 효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지난달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고 사전 게재한 논문을 통해 전임상(동물실험)에서 혼합 접종이 단일 접종보다 효과가 높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화이자뿐만 아니라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와의 혼합 접종법 임상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일 러시아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는 임상에서 91.6%의 예방 효과를 보인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는 각각 62~70%, 92~95%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백신 조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백신 혼합 접종 방식이 (화이자 혼합 접종보다) 더 유리하다고 제안했다. 남 교수는 "노바백스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비슷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면서도 (초저온 보관이 필요 없어) 생산과 유통이 더 간편하다"고 설명했다. 화이자 백신은 섭씨 영하 70℃의 초저온 환경에서 보관해야 한다.

서로 다른 백신 간 혼합 접종이 가능해질 경우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게 될 뿐 아니라 백신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앞서 영국 보건당국은 "2회차 접종을 받아야 하는데 같은 종류의 백신이 없는 일이 생기면 다른 회사의 백신을 맞아도 된다"고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