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빚갚는 롯데그룹...중대기로 선 '뉴 롯데'

조선비즈
  • 이현승 기자
    입력 2021.01.25 15:26

    롯데지주, 올해 첫 회사채 발행해 4000억 조달
    작년 발행액의 75%...자회사 실적 악화
    회사채 훈풍 올라탔지만 케미칼·쇼핑 실적이 관건
    ‘호텔롯데 상장’ 통한 지배구조 완성도 안갯속

    롯데지주(004990)가 25일 회사채를 발행해 4000억원을 마련한다. 수요 예측에 조(兆) 단위 뭉칫돈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핵심 자회사인 롯데케미칼(011170), 롯데쇼핑(023530)의 실적에 따라 향후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추인 호텔롯데 상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신동빈 그룹 회장이 그리는 '뉴 롯데'가 올해 중대 기로를 맞았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현황. / 디자이너=정다운
    롯데지주는 이 날 3년, 5년, 10년 만기 회사채를 총 40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 당초 25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15일 진행된 수요 예측에서 1조1900억원의 기관 자금이 몰려 금액을 4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지난해 발행금액의 75%다.

    뭉칫돈이 몰린 건 저금리가 계속되며 우량 회사채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롯데지주는 AA0 등급 중에서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회사가 평가한 평균 발행금리)가 높은 편이다. 12일 기준 3년물 민평금리는 AA0등급 평균이 1.299%, 롯데지주가 1.454%였다.

    롯데지주는 조달액 대부분을 기업어음(CP), 대출금, 회사채를 갚는 데 쓸 예정이다. 이 회사는 작년 코로나 여파로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만기가 회사채보다 짧은 CP 발행을 늘렸다. 올 들어 회사채 투자심리가 개선되자 만기가 긴 회사채로 부채 구조 전환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회사채 시장 훈풍에 힘입어 수요가 안정적이지만 향후 주력 계열사의 재무구조와 현금 흐름에 따라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지주의 주 수익원은 계열사의 배당과 상표권 사용, 임대료 등이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3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이지만 롯데쇼핑의 경우 작년 4월과 6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각각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뒤 상황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주력인 백화점 부문의 저성장이 계속되고 코로나 여파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흐름이 바뀌면서 롯데마트, 롯데슈퍼도 타격을 입었다.

    롯데쇼핑은 적극적인 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순차입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작년 6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13조7000억원으로 전기 말 대비 7000억원 증가했다. 한태일 한신평 수석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오프라인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지난 4분기에 영업을 통해 얼마나 현금을 벌었는지, 이를 통해 차입금을 얼마나 줄였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롯데그룹의 명운을 쥔 또 다른 회사는 호텔롯데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통한 완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물산 등 핵심 계열사의 주요 주주인 호텔롯데가 걸림돌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자본이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가 일본 그룹이라는 지적을 받는 주 원인이 됐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고 일본 롯데 측 지분율이 낮아진다.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구주 매출(기존 주주가 보유중인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매각하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일본 측 지분율이 대폭 낮아진 호텔롯데와 롯데지주가 합병하는 것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종 단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은 코로나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주력인 호텔과 면세 수요 급감이 장기화 되면서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대비 48% 감소했고 영업적자를 냈다. 한신평은 작년 11월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0에서 AA-로 한단계 낮췄다.

    일각에선 호텔롯데가 42%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렌탈이 추진중인 IPO에서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 받으면 호텔롯데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돼 상장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거란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호텔롯데의 면세, 호텔 사업이 개선되지 않는 한 IPO 재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호텔롯데는 코로나 최대 피해기업"이라며 "실적 회복과 IPO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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