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트럼프 탄핵 가능성…“공화당 반란표 기대 어렵다”

조선비즈
  • 박수현 기자
    입력 2021.01.25 13:46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5일(현지 시각) 상원으로 넘어간다. 양당의 합의에 따라 탄핵심판은 다음달 9일 시작될 전망이다.

    하지만 탄핵 가능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모양새다.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공화당 의원 최소 17명이 민주당 전원에 가세해야 하는데, 공화당 내부 반발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미국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AP 연합뉴스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24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탄핵심판은) 멍청하고 비(非)생산적인 일"이라며 "이 나라는 이미 불구덩이 속에 있다. 탄핵은 그 위에 기름을 퍼붓는 격"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가 지난 6일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회 난입 사건을 초래한 건 어느 정도 맞지만, 탄핵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 탄핵이 잘못된 선례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책임은 다른 방법으로도 물을 수 있다. 대상이 대통령인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탄핵심판은 이미 증오로 마비된 이 나라를 더 분열시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이크 라운드 상원의원은 탄핵을 "고려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미 물러난 상황에서 더이상의 추진은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라운드 의원은 "전임 대통령을 탄핵하는 건 헌법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며 "이밖에도 내각 인준 등 집중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했다.

    공화당 원로들도 비슷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상원 19년 경력의 존 코닌 의원은 23일 트위터에 "전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면, 2022년 공화당이 다수당이 됐을 때 민주당 전임 대통령들에도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민주당을 향해 "무엇이 나라를 위해 최선일지 잘 생각해보라"고 썼다. 로저 위커 상원 상무위원장은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심지어는 존 튠 상원 원내총무도 "시점이 좋지 않다"고 했다. 튠 총무는 트럼프와 종종 마찰을 일으켜 ‘반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이다. 튠 총무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와 불협화음을 냈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도 당내 이러한 예측에 대해 "불합리한 결론은 아니다"라고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주변에 "(탄핵안 찬성 여부를) 결정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코널 대표는 의회 난입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를 "폭도들을 자극한 장본인"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다만 CNN에 따르면, 그는 해당 발언 이후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 탄핵에 찬성할 경우 원내대표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트럼프에게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탄핵심판 일정을 미뤄왔다.

    2021년 1월 6일 바이킹 분장을 하고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 제이콥 챈슬리. /로이터 연합뉴스
    물론 공화당 의원 일부의 이탈 가능성은 아직 배제할 수 없다. 의회 난입 사건과 관련, 트럼프에 대한 불리한 진술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의를 탈의하고 뿔 모자를 쓴 채 의회에 나타나 주목을 받았던 제이콥 챈슬리는 당국 조사에서 "6일 워싱턴으로 오라는 대통령의 말을 따른 것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챈슬리는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QAnon)의 회원으로, 당시 NBC와 인터뷰에서 "의회에는 반역자들이 있다"며 "(의회 난입은) 우리가 거둔 가장 큰 승리"라고 말한 적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은 부동산 중개업자 지나 라이언도 얼마 전 지역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그곳(의회)으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엄격한 기준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 형사재판과 달리 상원은 원하는 모든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발언이 지지자들의 행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면 이들의 진술은 탄핵심판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다고 밝힌 공화당 상원의원은 밋 롬니 등 5명이다. 여기서 12명의 의원만 더 나오면 탄핵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하원에서는 10명의 공화당 의원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관건은 전임 대통령 탄핵의 위헌 여부다. 미 의회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헌법은 전임 대통령 탄핵이 가능한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않지만, 학자들은 의회에게 탄핵 대상을 전임자로 확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견에 불과해 논쟁의 여지가 많다.

    한편 워싱턴DC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주방위군 5000명이 3월 중순까지 잔류할 예정이다. 큐어넌을 중심으로 극우단체들 사이에서 음모론이 도는 등 여전히 보안 우려가 남아있어서다.

    대표적으로는 트럼프가 오는 3월 4일 취임할 것이란 음모론이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진정한’ 대통령이니 전통적 취임 날짜에 맞춰 등장하는 게 맞다는 논리로 읽힌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일은 원래 3월 4일이었으나 1933년 수정헌법 20조가 마련되면서 1월 20일로 바뀌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이에 따라 1935년 두번째 임기를 1월 20일에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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