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이공계 혁신]③ 김무환 포스텍 총장 “배터리대학원·의대 유치’로 2030년 美 칼텍 따라잡겠다”

조선비즈
  • 김윤수 기자
    입력 2021.01.25 06:00

    [신년기획] ‘5대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 총장 인터뷰 ③ 포스텍
    포항 철강도시→배터리도시 맞춰 철강대학원 15년 만에 개편
    "美 일리노이대 새 롤모델 삼아 韓 공대 최초 의대 유치할 것"
    "세계 4대 방사광가속기 활용 기회·제넥신 길러낸 경험 뒷받침"

    지난 19일 포스텍에서 만난 김무환 총장. /포스텍 제공
    "2030년엔 미국의 칼텍(CALTECH·캘리포니아공대)을 따라잡겠습니다. 전매특허였던 철강대학원을 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일명 배터리대학원)으로 개편하고, 공대 최초로 의대를 유치해 ‘의사과학자’를 키우는 게 우리의 전략입니다."

    김무환 포스텍(POSTECH·포항공대) 총장은 지난 19일 경북 포항 본교에서 가진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포스텍에서 기계공학과·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 기획처장 등을 맡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국가과학기술 자문위원을 거쳐 2019년 9월 포스텍 8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포스텍은 1986년 세계 정상급 공과대학인 칼텍을 벤치마킹해 ‘소수정예 명문이 되겠다’는 목표로 개교했다. 한해 입학정원이 320명뿐이지만 3배 많은 카이스트(KAIST)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했다. 포스코(005490)의 지원과 산·학 협력을 통해 오늘날 포항을 국내 대표 철강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런 포스텍도 그간의 성취를 뒤로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해졌다.

    포스텍 본관. /김윤수 기자
    김 총장에게 포스텍의 혁신은 그간 롤모델이었던 칼텍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는 "포스텍은 칼텍과 교수·학생 수가 비슷하지만, 재정은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며 "학교 재정이 칼텍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다"라고 말했다.

    칼텍 법인이 가진 자금 규모는 약 3조7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 총장은 포스텍 법인이 대주주로 있는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의 성장을 도와 학교 재정을 늘리고, 이를 다시 신기술 연구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 총장이 주목한 신성장 동력은 전기차 시대에 수요가 늘어날 배터리(이차전지) 기술이다. 2005년 설립된 세계 유일의 철강 전문대학원 덕분에 금속 소재 연구는 국내 최고 수준을 자부하고 있지만, 배터리 연구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화학·화학공학·신소재공학 등의 학문과 융합이 필요하다. 철강대학원을 지난해 2학기부터 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 일명 배터리대학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에너지소재 전문가 5명을 전임 교수로 초빙하고 한해 입학정원도 기존 45명에서 60명으로 늘렸다.

    포스텍 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 /포스텍 제공
    포항시 역시 지난해 7월 국내 처음으로 ‘배터리 재활용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는 등 철강도시에서 배터리 도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 총장이 15년 역사를 가진 철강대학원의 정체성을 과감히 바꾼 이유다. 배터리 도시 계획 이후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086520), GS건설(006360)등 배터리 업체들이 총 2조원 규모의 생산시설을 지역에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포함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김 총장의 관심은 남다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했던 1976년이 1차 오일쇼크(1973년) 직후였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국가와 산업 전반의 위기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선택한 전공이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포스텍을 길러내야 하는 임무를 떠안은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김 총장에겐 칼텍 이외에 또 다른 롤모델이 생겼다. 미국 최초로 공대 기반의 의대를 세운 일리노이대다. 일리노이대 공과대학은 2015년 지역의 칼 파운데이션 병원을 흡수해 ‘칼 일리노이 의대’를 만들었다. 여기서는 의사가 아닌 의대 출신의 과학자들이 배출된다.

    김 총장은 "우리나라 병원들은 경쟁력 지표가 높지만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의사가 아니라 의사과학자다"라며 "국내 공대 중 최초로 의대를 유치해 치료제·백신 분야 기초연구를 수행할 의사과학자를 한해 50명씩 길러내겠다"라고 했다.

    성영철 생명과학과 교수가 창업한 제넥신(095700)을 포함한 포스텍의 바이오 벤처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다른 병원과 공동 연구 없이 포스텍 스스로 임상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텍은 지난해 바이오 벤처 클러스터인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든 데 이어, 2023년엔 세포막연구소를 구축해 교내 바이오 기업들과 의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세포막연구소는 약물이 세포막을 뚫고 세포 안으로 들어가 약효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집중 연구하는 곳이다.

    포항 방사광가속기 연구소. ‘PAL-XFEL’이라고 쓰인 일직선 모양의 시설이 1.1㎞ 길이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이다. 오른쪽의 원형 시설은 3세대 방사광가속기이다. /포항 방사광가속기 연구소 제공
    김 총장은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 원천 중 하나는 첨단 연구 인프라인 ‘방사광가속기’다. 입자를 가속할 때 나오는 강한 빛을 이용해 반도체, 신소재, 약물 등의 물질 구조를 정밀 관찰할 수 있는 시설이다.

    2017년 지어진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입자 가속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1.1㎞ 길이의 건물 속에 들어있다. 태양빛보다 100경(京)배 강한 빛을 방출해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나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동안만 일어나는 짧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위탁운영하고 있지만 포스텍이 설계하고 지은 작품이다.

    김 총장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스스로 만든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일본 등 4개국뿐이고, 대학 중에선 우리와 스탠퍼드대 둘밖에 없다"라며 "직접 만든 만큼, 시설을 잘 다룰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점도 첨단 연구 분야에서 포스텍이 가지는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내부(왼쪽)와 외부(오른쪽) 모습.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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