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금융권 대출 조이는데, 저축은행은 금리 인하… "중금리 고객 잡아라"

조선비즈
  • 박소정 기자
    입력 2021.01.25 06:00

    가계 빚 폭증으로 은행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업계는 속속 신용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이 크지만, 1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해 넘어 온 대출 수요를 잡기 위한 속내도 있다.

    2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가계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35개 저축은행 중 19개 저축은행이 지난달 평균 대출금리를 전월보다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키움예스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전월보다 3.07%P(포인트) 하락한 연 12.27%를 기록했다. 애큐온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은 각각 2%P, 1.33%P 떨어진 연 14.42%, 15.84%를 보였다.

    5대(SBI·OK·페퍼·한국투자·웰컴) 저축은행 중에서는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떨어졌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각각 0.15%P, 0.13%P 내린 연 14.91%, 연 18.15%를 기록했다. 웰컴저축은행은 0.03%P 떨어진 연 18.49%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저축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데는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란 배경이 작용했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중금리 대출 적용 금리 구간도 하향하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를 취급하던 이전보다 마진이 적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저축은행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 P2P(개인간 대출·peer to peer) 업체도 중금리 시장을 공략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중금리 대출 상품을 확대하기 위해 직장인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했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지난해 말 중·소상공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고, 카카오페이도 조만간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8퍼센트·렌딧·피플펀드 등 가장 먼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할 것으로 보이는 P2P 업체들도 중금리 대출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 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2금융권으로 넘어온 고객들을 끌어오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 1금융권과의 금리 차가 있다 보니 고신용자가 전체 여신(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지만, 저축은행으로 넘어오는 고신용자 수요도 분명히 있다"며 "일부 회사는 이 기회를 틈타 영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덩달아 대출 잔액도 상승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10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74조3955억원이었다. 전년 동기(65조504억원)보다 약 9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증가율만 17.1%다. 특히 가계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는데, 지난해 9월 말 기준 29조5913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말보다 1조8267억원 늘어났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금융당국은 1금융권과 달리 2금융권은 ‘빚투’(빚내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보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활 자금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판단해, 아직 대출 규제를 논하지는 않고 있다. 개별 저축은행의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에 맡기고 있을 뿐이다.

    한편,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정부의 만기상환·이자유예 조치로 수면 위로 드러나 있지 않은 연체율도 존재하는 만큼, 과도한 대출 확대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업권은 영업 확대에 주력하는 쪽과 코로나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쪽, 두 부류로 극명하게 나뉘는 분위기"라며 "중금리 대출 시장 선점과 고신용자 유치 목적으로 과도하게 대출을 늘리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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