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계청, 공공부문 장기근속자 민간과 비교 못하게 만들어

입력 2021.01.24 06:00

공공 일자리 통계, 비교 기준 ‘민간→전체’ 바꿔
공공-민간 20년 근속비율 4.5배로 ‘뚝’…예전 기준으로는 6.25배
통계청 "공표 숫자 아냐… 비교 양식만 바꾼 것이라 문제 없어"

통계청이 일자리 통계를 만들면서 공공과 민간 부문의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율을 비교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발표 형식을 변경했다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장기 근속자 비율을 각각 비교 가능하게 발표했지만, 올해 발표한 통계자료에서는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 없게 발표 형식을 바꿨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민간과 공공부문 사이의 장기근속자 비중 차이가 전년도보다 축소되게끔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비교 양식이 일부 바뀌었지만, 통계수치 비교를 못하게 만들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선DB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 20일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를 발표하면서 비교 대상인 기존 ‘민간 근로자’ 통계 기준을 민간과 공공부문을 합친 ‘전체 근로자’로 바꿨다. 또 일부 통계에서는 전체 근로자 기준마저 공개하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통계 기준 변경과 삭제 이유에 대해서는 사전에 공지가 없었다.

통계청은 2019년 공공부문 일자리는 260만2000개로 1년 전보다 15만1000개(6.1%)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부문과 비교할 수 있는 통계치로 공공과 민간 임금 일자리를 합친 전체 일자리 수치를 제시했다.

작년과 재작년에 발표된 2017년~2018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서는 비교 통계로 민간 임금 근로자를 제시해서, 민간과 공공부문의 일자리 증가폭 등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했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민간과 공공부문의 일자리 증감 추이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작년에 발표된 2018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서 20년 장기 근속자의 비중은 23.9% 였다. 이를 민간 임금 일자리(3.4%) 비교하면, 공공이 민간에 비해 20년 장기 근속자 비중이 7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민간 대신 민간과 공공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수를 비교 대상으로 공개하면서 공공부문과 민간 사이의 비교는 간접적인 추정만 할 수 있게 됐다.

통계청의 2017년~2019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 2017~2018년 통계에서는 근속기간별 수치를 민간 부문과 비교할 수 있도록 민간 임금 근로자 수치도 공개했다. 하지만 올해 발표한 2019년 통계에서는 민간 통계를 대신해, 민간과 공공을 합친 전체 일자리 수치를 공개하면서 직접 비교를 어렵게 만들었다. /통계청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통계에서 20년 장기근속자는 58만4000명으로 전체 공공부문 일자리에서 22.5%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표시했다. 그러면서 공공과 민간 부문을 모두 합친 전체 전체 일자리에서 20년 장기 근속자 비중은 5%라고 비교했다. 얼핏보면 작년에 비해 민간 일자리의 20년 장기 근속자 비중이 1.6%포인트(P)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공공과 전체 일자리의 20년 장기 근속자 비율 격차는 4.5배로 나타난다.

하지만 사실은 전체와 민간 일자리 통계 간의 착시다. 비교 대상이 민간에서 민간과 공공부문을 합친 전체 근로자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장기근속 비중이 높은 공공부문이 비교표본에 들어오면서 공공과 민간 사이의 장기근속 비중 격차가 축소된 것 처럼 착시를 일으켰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조선비즈 요청으로 별도로 확보한 민간 근로자 통계로 계산하면 공공과 민간의 20년 장기 근속자 비율 격차는 통계청 발표 자료에서 나타난 4.5배가 아니라 6.25배로 분석된다. 2019년 민간 일자리의 20년 장기근속자 비율은 3.6%로 2018년에 비해 0.2%P 증가하는데 그쳤다.

10~20년 이상 장기 근속자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은 전체 근로자 가운데 10~20년 이상 근무자 비중이 9.4%라고 설명했지만, 민간만 놓고 보면 8.9%로서 0.5%P 차이가 있다.

비교 기준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착시는 정년이 보장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지속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자리 형태 통계’에도 발생한다. 2017년과 2018년 모두 민간 수치를 공개했지만, 올해에는 전체 일자리와 민간 일자리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통계청은 2019년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서 지속, 대체, 신규 일자리 비중을 86.6%, 7.5%, 6.0%라고 발표했다. 지속 일자리는 조사 대상 연도와 그 직전 연도에 같은 근로자가 2년 연속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체는 이직이나 퇴직으로 근로자가 대치된 일자리를 의미하며, 신규는 사업확장으로 새롭게 생긴 일자리를 뜻한다.

통계청의 2017년~2019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서 일자리 형태 수치다.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얼마나 지속적이고 탄력적인지를 보여주는 통계로서, 통계청은 2017년~2018년 통계에서 민간과 비교할 수 있도록 같은 조건의 민간 임금 근로자 수치를 표시했다. 하지만 2019년 통계부터는 아무런 언급없이 전체나 민간 부문의 통계를 표시하지 않았다. /통계청
조선비즈가 확보한 전체 일자리 부문은 지속 74.7% 대체 11.9%, 신규 13.4%로 구성됐다. 이를 해석하면 공공이 민간에 비해, 2년 이상 일하는 지속일자리 비중이 11.9%P 높지만, 이직으로 인한 채용이나 신규 채용을 의미하는 대체와 신규는 각각 4.4%P, 7.4%P씩 적다는 의미다. 민간 일자리 통계로 비교할 경우, 공공이 민간에 비해 지속일자리 비중은 14.9%P 높았고, 대체는 7.5%P, 신규는 7.3%P씩 적었다.

일각에서는 통계청이 비교 통계 방식을 바꾸고, 그 사실을 미리 공지하지 않은 것에 석연치 않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지난 2017년, 2018년 통계에서 공공부문과 민간 사이의 장기 근속자와 지속 일자리 비중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늘리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과거 2년동안 사용했던 민간 근로자 통계수치를 근로자로 바꿀 경우, 비교 모수가 커지면서 격차가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따라, 공무원 17만4000명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 측은 발표 양식을 일부 미세 조정한 것에 불과하고, 통계 추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변경은 전혀 아니라고 반박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그동안 발표됐던 민간 임금근로자 수치는 일자리 행정 통계에서 공표하는 숫자가 아니다"며 "통계는 숨기려나 변화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비교군을 민간과 공공을 합친 전체 수치로 바꾼 것일 뿐이고, 이를 통해 통계에서 나오는 의미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 수치의 차이를 보여주는 비교 군을 아무런 공지없이 바꾸거나 삭제했다는 것은 의도적이지 않은 조치라도 해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통계청이 비정규직 통계 등을 공표하면서 표본을 예고없이 변경해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했다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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