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특구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유명 학군 아파트값 '파죽지세'

조선비즈
  • 최상현 기자
    입력 2021.01.25 06:00 | 수정 2021.02.07 10:24

    "같은 단지 내에서도 어느 초등학교로 배정되느냐에 따라 아파트값이 5000만원 이상 차이나요. 앞으로 자사고도 폐지된다니 전셋값은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겠고,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전세 계약금부터 밀어넣고 있는 상황이에요. (목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연합뉴스
    교육부가 오는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예고한 가운데, 서울 중심 학군에 자리한 부동산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교육 수요를 분산하는 역할을 하던 자사고가 폐지되고 나면 다시 전통적인 명문 일반고로 수요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면서 "대체재가 없는 만큼 학군 지역 아파트 가격이 계속 치고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소위 ‘서울 3대 학군’으로 불리는 대치동·목동·중계동의 매매·전세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진학 실적이 좋은 일반고에 들어가려면 그와 인접한 초·중학교에 다니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중심 학군 아파트로 몰리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 폐지는 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까지 ‘명문 에스컬레이터 열풍’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하급학교로 갈수록 배정 범위가 좁기 때문에 학군 아파트를 두고 학부모들 간의 ‘자리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은 800여개가 넘는 학원이 몰린 ‘학군 1번지’로 명성이 높은 지역이다. 지난해 일반고 서울대 진학률 1위를 기록한 단대부고가 위치해 있으며, 인근 다른 고등학교도 휘문고·중동고·숙명여고·경기여고 등 진학실적이 우수한 일반고가 대다수다. 중학교로는 단대부중과 숙명여중, 대청중이, 초등학교는 대치동 학원가로 도보권 통학이 가능한 대도초·대치초·도성초가 선호도가 높다.

    서울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 아파트 단지./조선DB
    이런 학군에 걸맞게 대치동 아파트는 엄청난 가격대를 자랑한다. 단대부고를 둘러싸고 있는 ‘대치아이파크’ ‘대치삼성래미안’ ‘래미안대치팰리스’ ‘대치동부센트레빌’ 등은 전용면적 84㎡ 기준 20억원에서 30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아파트다. 전셋값도 15억원이 넘어 어지간한 재력으로는 셋집살이도 쉽지 않다.

    대치동 입성을 갈구하지만 자금력의 벽에 막힌 맹모들은 자연스럽게 ‘은마아파트’로 눈을 돌리게 된다. 1979년 준공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은마아파트는 매매가격은 높지만, 오래된 아파트이다 보니 전세가격은 인근에 비해 싼 편이다. 그러면서도 교육환경만큼은 대치동 학군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고효율 아파트’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전세가격도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2층) 전세는 1월 15일 1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해당 전세 매물의 가격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5억~6억원대에 형성돼있었다. 반년 새 전셋값이 곱절로 뛴 셈이니,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세대란을 감안하더라도 상승폭이 매우 크다.

    양천구 목동은 대치동 다음으로 꼽히는 학군 중심지다. 일반고 가운데 강서고와 신목고의 진학실적이 첫 손에 꼽히는 가운데, 초·중학교 선호도는 목운초과 목운중이 압도적이다. 목운초의 경우에는 전학하는 학생이 워낙 많아 6학년 학급 수가 9개로 1학년(7개) 보다 두개가 많을 정도다.

    학원가가 밀집한 ‘목동 신시가지1·2·5·6단지’와 ‘목동 신시가지7·8단지’는 3.3㎡당 가격이 5000만~6000만원대로 양천구 평균(2069만원)의 세 배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장주로 꼽히는 것이 중심 학원가와 목운초·중학교 학군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목동신시가지7단지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7단지 전용면적 101㎡는 지난해 12월 19일 22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6월 5일에 18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원이 넘게 올랐지만, 전셋값 상승폭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66㎡ 전세는 지난해 12월 21일 10억원에 거래됐는데, 6월만 해도 4억~5억원대에 전세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여기에 목동 신시가지7단지가 255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이다 보니 같은 단지 내에서도 초등학교 배정이 목운초와 서정초로 갈린다는 점도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66㎡ 기준 목운초 학군은 17억5000만원에, 서정초 학군은 17억원에 매매가 가능하다"면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목운초 매물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동 학군 아파트들은 ‘역세권’보다 ‘학세권’이 훨씬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역세권인 대치동·목동 학군과 달리 중계동 학군은 7호선 중계역에서 1.3㎞ 떨어진 은행사거리가 중심이다. 중계역과 인접한 ‘중계그린’ 전용면적 84㎡는 최근 6억3900만원에 거래됐는데, ‘비역세권’인 ‘중계청구3차’ 전용면적 84㎡의 최근 거래가격은 12억5000만원으로 이보다 두배 가량 높다.

    중계청구3차 아파트도 전세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중계동에서 첫손에 꼽히는 학교인 을지초-을지중-서라벌고 루트를 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전용면적 84㎡(1층)가 지난해 12월 8일 8억3500만원에 거래되며 같은해 1월(5억4000만원) 보다 3억원 가량 올랐다.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배정 학교만 다른 중계주공5단지의 전용 84㎡ 전세 최고가는 6억5000만원으로 이보다 2억원 가량 낮다.

    은행사거리에 위치한 ‘중계청구라이프신동아’에서는 노원구 최초로 15억원이 넘는 실거래가가 나오기도 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이 아파트 전용면적 115㎡는 6개월 전보다 5억원 가량 높은 1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15억원이 넘으면 초고가 주택으로 분류돼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서울 3대 학군’ 지역에서 전셋값 급등이 나타난 데 대해 자사고 폐지와 임대차법 개정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면서, 초6 학부모의 경우 일단 학군 아파트에 진입하기만 하면 고등학교까지 안정적인 진학이 보장된다"면서 "다소 비싼 전셋값을 치르고라도 들어갈 만한 유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자사고가 사라지면 중심 학군에서는 전세가 먼저 오르고 매매가 뒤따라가는 식의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교육 정책은 정권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큰 만큼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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