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소문에 울고 웃는 주가…韓 증시 가짜 주의보

조선비즈
  • 정해용 기자
    입력 2021.01.22 14:20 | 수정 2021.01.22 14:50

    애플, 모더나, 테슬라 등 해외기업 협력설 확산
    국내 기업 주가 급변에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도 커져

    올해 첫 거래일이던 지난 4일 투자자 A씨는 주당 48만원에 녹십자(006280)주식 100주를 매수했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을 위탁생산, 공급하는 국내 제약회사가 녹십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녹십자 주식이 급등하자 A씨도 이런 이야기를 믿고 투자한 것이다.

    당시 녹십자 주가는 42만1000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했다. 모더나가 한미약품(128940)등 다른 제약사와 계약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자 급등하던 주가가 다시 급락으로 돌아섰다. 녹십자 주가는 장 중 최저 40만5000원, 최고 50만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종가는 47만5000원이었다. 그러나 22일 현재까지도 모더나가 어떤 곳과 계약을 맺어 백신을 제조·공급을 할지는 알 수 없다.

    A씨는 주가가 갑자기 떨어지자 매수한 물량을 44만7000원에 전량 매도했다. 그는 "모더나 소식만 믿고 들어갔다 털렸다"고 의심했다. ‘털린다’는 말은 투자자들 사이에 사용되는 속어로 주가를 움직이는 세력이 개인투자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가 급변동을 유도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로 인해 주가가 급등락하는 상황이 업종과 종목을 넘나들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주가가 요동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사례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유동성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소문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행동해야할 시기라고 조언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 연합뉴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오르내린 대표적 종목 중 하나는 지니뮤직(043610)이다. 지니뮤직은 KT(030200)의 자회사로, 음악 서비스 사업과 음악 콘텐츠 투자·유통을 하고 있다.

    지니뮤직 주가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KT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전기차에 탑재하고 지니뮤직의 음악 콘텐츠를 사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폭발했다.

    지난 11일 3675원(종가 기준)이던 주가는 사흘 후인 14일 5050원까지 올랐고 15일에는 5770원까지 상승했다. 장중에는 6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종가기준으로 보면 4거래일 만에 주가가 2095원(57.0%) 상승했다. 18일 테슬라 한국지사인 테슬라코리아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자 주가는 다시 크게 내려 21일에는 499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애플이 전기차(애플카) 제조에 나선다는 것을 공식 발표한 것도 국내 주요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을 크게 확대한 계기가 됐다.

    LG전자(066570)는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동력전달장치(파워트레인)를 만드는 회사를 합작 법인으로 설립하기로 했는데 이 회사가 애플카에 부품을 제공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지난해말부터 연초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24일 11만2000원이던 주가는 올해 1월 4일 14만2000원이 됐다.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도 애플카 제조에 협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뛰어올랐다. 지난 6일 20만3000원이던 현대차는 3거래일 후인 11일에는 26만7500원으로 상승했다. 지난 6일 6만2200원이던 기아차는 21일 9만1100원까지 상승했다. 앞서 모더나와 녹십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애플카가 어떤 곳의 부품을 공급받을지, 어떤 완성차업체와 협력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그래픽 = 박길우
    전문가들은 거짓 소식에 주가가 요동을 치는 것이 선량한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으면 확인도 하지 않고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점을 악용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떠돌고 있다"며 "1000원짜리 주식이 거짓 정보로 단기간에 2000원이 되면 나중에 거짓정보가 확인된 후 다시 주가가 급락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엄청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장은 "기관과 외국인 등 매수주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종목들은 100% 확신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호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 매수세만으로 상한가까지 올라가는 종목들은 주가를 올리려는 세력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태 갤럭시자산운용 전무는 "경륜이나 경마 등 도박자금의 일부가 주식시장에 들어와 주가 조작 세력과 연계돼 거짓 정보를 갖고 주가를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가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런 핫머니(투기적 이익을 찾아 다니는 시장의 부동자금)는 결코 장기투자를 하는 자금이 아니어서 (거짓 정보만 믿고 투자하면) 애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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