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풍향계] 로톡이 4대로펌?… 변호사 시장 위협하는 법률플랫폼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21.01.20 14:20 | 수정 2021.01.20 16:54

    '2020년 대한민국 로펌 순위 - 율촌 5위 밖으로 밀려나'

    최근 한 변호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을 쓴 이는 지난해 로펌 순위에서 율촌이 5위로 밀려났다며 4위 자리를 '로톡'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로톡의 매출액이 2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율촌을 밀어냈다는 것이다. 이 글은 조회수만 1500회를 넘기며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국내 로펌 시장은 김앤장을 필두로 한 6대 로펌이 견고한 성을 구축해 왔다. 2019년 순위는 매출액 기준으로 김앤장(1조960억원), 태평양(3374억원), 광장(3320억원), 율촌(2280억원), 세종(2080억원), 화우(1700억원)의 순이다. 변호사 1인당 매출액으로 보면 김앤장이 12억6705만원으로 가장 높고, 태평양이나 광장 등은 6억~7억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김앤장이 확고부동한 1위를 유지하고, 태평양과 광장이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율촌과 세종, 화우가 그 뒤를 추격하며 6대 로펌이 전체적으로 영향력을 키우는 모양새는 지난 몇 년 간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로톡'이라는 경쟁자가 뜬금없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로톡은 배우 박성웅을 모델로 광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톡은 로펌이 아니다.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주는 법률서비스 플랫폼이다. 변호사가 한달에 일정 금액을 정액제로 지불하고 광고 키워드를 구매하면, 로톡 이용자가 해당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변호사의 광고가 노출되는 식이다. 네이버의 키워드 광고와 마찬가지 형태다.

    일부 변호사 단체가 로톡이 법률사건 유료 소개를 금지한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로톡은 변호사와 의뢰인 어느 쪽에서도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로톡도 덩달아 성장했다. 로톡의 월간 상담건수는 2018년 약 3000건에서 지난해 약 1만5000건으로 늘었다. 법원과 검찰청이 있어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교대역은 로톡 광고판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기도 했다.

    로톡은 구체적인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변호사업계에서는 로톡을 통한 월 수임료가 150억원을 돌파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톡 매출액이 2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율촌을 밀어낼 정도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앞선 글을 쓴 이는 2022년에는 로톡이 김앤장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는 3800명을 넘어서 김앤장의 국내 변호사 수(865명·2019년 기준)를 한참 웃돌기는 한다.

    이에 대해 로톡 관계자는 "월 수임 추정액 150억원은 전액 변호사의 몫일 뿐, 로톡은 1원의 중개수수료도 받지 않고 있다"며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이 연 2000억원 수준의 수임료 매출을 나눠 가져갔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로톡 매출은 전적으로 광고비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아직 서비스 운영비를 감당할 수준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커뮤니티에서 로톡이 변호사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로톡 같은 법률서비스 플랫폼이 성장하면 변호사들이 결국에는 수임료를 낮추고, 플랫폼에 광고료를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타다를 좌절시킨 택시기사들처럼 단체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변호사 업계 전체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로톡과 비교된 대형로펌에서는 오히려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대형로펌의 경쟁력은 변호사 숫자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외국 변호사, 고문, 전문위원 같은 방대한 전문인력 풀에서 나온다"며 "로톡 같은 플랫폼이 성장한다고 해서 대형로펌이 위협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톡을 이용해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은 주로 소액의 민·형사 사건이 많다. 대형로펌과는 시장이 아예 다른 셈이다. 반면 중소형로펌이나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들은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22일부터 시작되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서도 로톡 같은 법률서비스플랫폼에 어떻게 대응할 지가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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