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국정농단’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장충기 부사장도 각각 같은 형량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총 298억원의 뇌물을 건네고 213억원을 건네기로 약속했다고 봤다.

앞서 1심은 전체 뇌물액 중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72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총 89억원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36억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본 정씨의 말 구입비 34억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50억 여원을 유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뇌물 액수는 모두 86억 여원으로 인정됐다.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의 준법감시 노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양형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 노력에 대한) 전문심리위원회 점검 결과, 특검과 변호인 쌍방의 주장 및 제출자료를 종합하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피고인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함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다음 사정들에 비춰볼때 새로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실효적 준법감시는 법적위원회 평가로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새로운 감시제도는 앞으로 발생가능한 새로운 위험, 예방 감시활동을 하는데까지 이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삼성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해 준법감시법안에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고 준법감시위원회와 협약 체결한 7개사 이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행위에 대한 감시체계가 성립되지 못했으며 과거 정치권력의 뇌물 제공 등 법적으로 관리할 필요 있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할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 논의결과,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수있지만 새로운 준감제도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상 이사건에서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는건 적절하지 않다느 결과에 이르렀다"면서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실형선고 및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자금 횡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 명의로 후원을 요구했기 때문인 점 △업무상횡령 피해액이 모두 회복됐다는 점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또 "이 부회장이 최후진술에서 모두 철저하게 준법감시 틀 안에있는회사로 바꾸고 준법을 넘어 최고수준의 투명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와 같이 재판과정에서 준법 의지를 진정성 있게 보여줬다"고도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새로운 준감제도는 비록 실효성 기준에 미흡한 점이 있으나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법윤리경영의 출발을 위해서, 한국 역사에서 하나의 큰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선고 직전 눈을 한번 꾹 감기도 했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구속하고자 한다"며 특별히 할 발언이 있는지 묻자 이 부회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특별히 드릴 말씀 없다"고 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재상고를 하지 않고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남은 복역 기간은 약 1년 6개월이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17일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때 구속기간은 354일로, 이번 징역2년 6월이 최종 확정된다면 나머지 559일을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