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中 법인 '1조원 소송' 부담 덜었지만 투자자와 험난한 협상 예고

조선비즈
  • 최지희 기자
    입력 2021.01.15 06:00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중국 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매각 실패를 두고 두산(000150)그룹과 재무적 투자자(FI)가 벌이는 최대 1조원 규모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두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두산그룹의 3조원 마련 자구안의 핵심 중 하나다.

    다만 10년 전 두산 측이 FI에 약속했던 ‘동반매도요구권(Drag Along)’은 여전히 남아있는만큼 두산 측은 모든 시나리오를 분석해 매각에는 영향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반매도요구권은 회사가 투자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회사 측 지분까지 끌어와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권리다. 두산은 2011년에 DICC 지분 20%를 FI에 매각하면서 3년에 DICC를 기업공개(IPO) 하겠다고 했고, 상장을 못하면 FI가 두산이 가진 지분 80%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원심 파기 판결을 받아든 FI들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 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앞선 2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예비적청구(중대한 계약위반 및 사기·기망) 사항 등 세부사항을 쟁점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FI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DICC가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있고, 이럴 경우 두산 측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계약 당시 확보한 FI의 지분 20%를 되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DICC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핵심 자회사로, 지난해 1~3분기 건설기계 부문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매출 중 건설기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량이다. 특히 이 기간 DICC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DICC는 지난해에만 중국에서 굴착기 1만8686대를 판매,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어 매물 가치도 크게 오른 상태다.

    두산 입장에서는 FI 지분을 되사올 경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FI와 합의점을 찾기 위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FI는 DICC 지분 20%의 가치를 약 7000억원으로 추정했는데, 협상을 통해 가격은 낮아질 수도 있다"며 "자구안 마련에 한 푼이 아쉬운 두산은 어떻게든 추가 출혈 없이 FI가 현대중공업과 협상할 수 있도록 넘기는 것이 최선이므로 이와 관련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두산이 FI 지분을 사들이지는 못하더라도 현대중공업으로 인수된 후 IPO 재추진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FI가 현대중공업과 협의과정을 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FI들이 동반매도요구권을 아무리 빨리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DICC는 두산그룹과 얽혀 있는 해외법인이라 단일 매각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며 "2016년에 FI가 주도한 매각이 불발됐던 것처럼 다시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실사 등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두산이 아닌 현대중공업과 협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매각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면서 우선 두산인프라 인수 본계약 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DICC 건은) 계약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던 사안이라 판결이 매각 작업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며 "예정대로 이달 말 중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오는 31일까지 SPA를 체결하고 4개월 안에 거래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매각 금액을 8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미래에셋자산운용, IMM PE, 하나금융투자 등 두산인프라코어의 FI들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등 지급 청구소송에서 매매대금 100억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2018년 고등법원은 계약상 두산인프라코어가 FI의 투자원금(3800억원)에 연간 내부수익률(IRR) 15%를 복리로 합산한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여기에 지연이자를 반영하면 금액이 최대 1조원 정도에 달한다.

    지난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034020)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3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두산 측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두산중공업의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두산의 두산솔루스(6986억원), 모트롤BG(4530억원), 네오플럭스 (73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을 팔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2125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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