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경쟁업체 좀 규제해 주세요"...기업의 '정부 중독'

입력 2021.01.14 14:00

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최근 정부에 국산 중대형 고급 승용차에 국산 타이어가 장착되도록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미국이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어 대표 수출 산업인 자동차와 타이어 업계가 동반 성장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라는 설명이 붙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링 위에서 외국 타이어 업체를 쫓아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기업들이 정상적인 영업 활동 대신 정부 규제에 기대 시장을 늘리려는 이른바 ‘정부 중독’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겠다고 나서자 중고차매매 업체들이 여당 의원들을 찾아가 해당 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수년 동안 보호를 받고도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두부, 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 등 장류 제조업체들이 재차 정부에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한 요구가 다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경쟁 환경이 불리하다고 하지만, 품질을 개선하고 정당한 영업 활동으로 시장을 넓히는 기업은 많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경쟁을 통해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실패한 기업의 도태는 뼈 아프지만, 우리는 오랜 역사를 통해 경쟁력 없는 기업이 소비자가 아닌 정부나 권력의 선택을 받아 살아남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차근차근 경쟁력을 쌓아온 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타이어 업체들이 외국 업체와 경쟁을 피하고자 정부에 SOS를 친 것은 그동안 정부가 보여온 정책 방향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우리 정부는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기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곧 보호해야 할 '약자'로 규정하고 각종 규제 정책을 펴왔다.

정부는 동반성장이라는 명목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는 게 적합한지 판단했고,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고 나섰다. 링 위에서 싸우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선수들을 링 위로 올리지 않는 편을 택한 것이다.

당장은 링 위 선수들이 승리를 맛보겠지만 이 경기를 즐기는 관중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 경쟁의 무대가 글로벌 시장으로 넓어진 지금은 더 그렇다. 이런 정책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며 묵묵히 정도(正道)의 길을 걷는 기업의 사기를 꺾는 일이기도 하다.

구글(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우버 등 미국이 끊임없이 혁신 기업을 배출하는 비결은 동맹국까지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덕분이 아니라, 창업에 나선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은 도태되는 실리콘 밸리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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