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 뜯기고 벽지엔 곰팡이… SH매입임대 둘러본 수요자들 '분통'

조선비즈
  • 최상현 기자
    입력 2021.01.14 13:00

    "곰팡이는 그렇다쳐도 쓰레기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었어요. 폐가도 아니고 집을 보러온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예 없는게 아닌가요."

    SH가 최근 공급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기존주택 매입임대 장기미임대 주택. /독자제공
    A씨는 지난 6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강서구 화곡동의 임대주택 두 곳을 방문한 뒤 충격을 받았다. 이날 SH는 입주 신청 전에 미리 집을 둘러볼 수 있도록 주택공개를 진행했는데, 막상 집을 보고 나니 도저히 거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집 안 곳곳에 뜯어진 장판과 버린 옷, 우산 등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었고, 벽면에는 시커먼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었다"면서 "추첨제라 열악한 집이 선택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어 결국 입주 신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SH는 15일까지 ‘기존주택 매입임대 장기미임대’ 957가구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임대 대상이 된 주택은 SH가 보유하고 있던 임대주택 중 6개월 이상 공가로 남아있던 곳으로 다가구주택 545가구와 원룸 412가구다.

    SH가 최근 공급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기존주택 매입임대 장기미임대 주택. /독자제공
    그러나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 주택공개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이 그대로 노출되며 입주 희망자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네이버 카페 ‘국민임대 아파트 들어가기’에는 "창문을 여니 벽 밖에 안 보이더라" "왜 빈집으로 남아있었는지 알겠다" "5층짜리 집에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등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기존 입주자가 살던 집이라 그런 상황이 발생했던 것 같다"면서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기 전에는 입주 청소를 모두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주택 대부분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집이라는 점도 입주 희망자들이 아쉬워 하는 대목이다. SH가 공개한 ‘기존주택 매입임대 장기미임대 공급대상주택 상세현황’에 따르면, 총 957가구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집은 81가구(8.4%)에 불과하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거의 대부분이 4·5층인데 (엘리베이터 설치유무가) 전부 ‘무무무무무’라는게 정말인가"라면서 "혼자 산다면 어떻게든 걸어 다니겠지만 부모님은 어떻게 해야 하나"고 했다.

    해당 임대주택들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1·19 전세대책’에 따라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 등이 보유한 공공임대 공실을 활용해 전국 3만9000가구, 서울 4900가구를 공급하겠다"며 "노후주택 등은 대수선 등 주거여건을 개선하여 공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공개된 임대주택의 미흡한 주거여건에 ‘특단의 전세대책이 결국 숫자 채우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SH, LH 등이 매입단가를 낮춰서 임대주택을 양적으로 늘리는데에 치중하다보니 주거취약계층도 기피하는 장기미임대 주택이 속출한 것"이라면서 "이런 주택을 아무리 많이 공급해봐야 전세난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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