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빅테크' 겨냥한 與 이익공유제…"은둔형 CEO, 숨지말고 책임 다하라" 요구

조선비즈
  • 김명지 기자
    입력 2021.01.14 06:00 | 수정 2021.01.15 13:59

    與 의원들 플랫폼 기업 만나 "더 이상 벤처 아니다" 엄포
    15일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 첫 회의
    당 관계자 "기업이 우아하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고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3일 코로나 사태에 따른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한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플랫폼 경제에 적합한 상생협력을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한 후 "(플랫폼 기업들이) 자영업자의 마진율을 높이거나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대표이사/조선DB
    이날 이 대표가 '플랫폼 기업'을 직접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익공유제의 1차 타깃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배달의민족 쿠팡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들은 플랫폼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 정국에서 비대면 경제 활성화의 과실을 과도하게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빅테크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이후부터 실적 발표 때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들이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의 반사이득을 누린 만큼 수익 일부를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게 여권의 전반적인 정서다.

    ◇ 플랫폼 업체들 개별 면담 "더이상 벤처 아니다"

    14일 복수의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 접촉해 '자발적 이익공유제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들에게 "여러분은 더 이상 벤처 기업이 아니다" "은둔형 CEO로 숨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총수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외부 접촉을 피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당 안에서는 이들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코로나 사태로 큰 수익을 낸 것과 비교해서 사회적 기여도는 낮다는 기류가 있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상당한 호황을 누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5.5%, 카카오는 같은 기간 80.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든다. 쿠팡의 작년 결제액은 20조원을 돌파했다(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하지만 이들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거래소 산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하는 ESG(환경⋅사회⋅ 지배구조)등급에서 네이버는 환경 부문에서는 B+를 받는 데 그쳤다. 카카오도 환경 부문은 C를 받았다. 비대면 거래의 일상화로 이들 업체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영세 입점업체들 사이에는 불공정 거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네이버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포털 검색어 알고리즘을 조작해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부당하게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공정위 제재 발표 후 검색어 조작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지만, 검색을 통한 수익 창출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품 검색 시 광고주의 상품을 일반 상품 검색 결과보다 먼저 노출해주는 쇼핑검색 광고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검색을 통한 돈 벌이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 '자발적 참여' 강조하지만 "강제성 필요" 목소리도

    민주당은 1차적으로 이들 플랫폼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도 "당과 정부는 후원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상생협력의 결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간섭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업들이 우아하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당 안팎에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단순히 자발성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어느정도 강제성은 필요하다"며 "일정한 기준을 정해 기업들이 기금에 납부하도록 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법을 만들어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진 의원은 또 "코로나 수혜 부문과 피해 부문을 구분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소모적일 수도 있다"며 "오히려 이 기회에 고통분담세를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5선(選)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자발적 참여는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부유세나 사회적 연대세 방식이 더 낫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익 공유제는) 코로나로 급성장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이 한 축, 법제화를 통한 저소득·소상공인 종합지원책이 한 축"이라며 "세금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국민적인 반감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당은 이익공유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 최고위는 이날 홍익표 정책위의장을 단장으로 한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 및 재정 정책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의결하고, 오는 15일 첫 회의를 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책위와 민주연구원은 해외와 국내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익공유제의 기본 틀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 구체화 작업 착수...오는 15일 첫회의 '윤곽'

    TF단장을 맡은 홍 정책위의장은 전날(13일) 기자들과 만나 "법제화가 필요한 것은 법제화하고, 사회적 캠페인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캠페인으로 해결하겠다"며 "(이익공유제에 참여하는 기업에) 세제 금융지원 부분은 필요한 법이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학계의 의견도 청취했고, 정책위에는 미국과 독일, 캐나다, 일본 등 해외의 사례를 참고한 국내 적용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역사회개발공사(CDC) 같은 민관 합동기구를 통해 코로나 수혜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에 정부 공적 지원을 보태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방식으로 기금을 설립하고 운용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다만 민주당이 이익공유제 참여 기업을 이들 플랫폼 기업 만으로 한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삼성이나 LG도 코로나로 생활부문 가전 소비가 늘어나면서 코로나 특수를 누린 것으로 안다"며 "이익공유제의 핵심은 상대적 호황을 누리는 코로나 불평등을 시정하는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사회적 과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지난해 10월 14일 오전 포털공정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네이버 출신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털 기사 배치에 대해 항의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네이버, 카카오 뉴스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하며 항의방문에 나섰다. /연합뉴스.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들로만 기금을 구성해봐야 얼마나 되겠나"라며 "쿠팡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적자 기업"이라고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이 업계 상황을 오해한 측면이 있다고 억울해 하는 분위기다. 공정위의 검색조작 제재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적 판결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들과 자체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이미 실행 중이라는 걸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T업계 특성상 정치권과 소통에 익숙하지 않아 오해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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