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적금 엑소더스…. 일 년 새 12조원 사라져

조선비즈
  • 유진우 기자
    입력 2021.01.13 16:36

    시중은행에 1000만원을 맡겨도 1년 이자가 고작 3만원 남짓 붙는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예·적금 대신 새해 들어 재차 빠르게 오르는 주식시장으로 향하거나,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쌓아두는 금융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5대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을 취합해보면 지난달 말 기준 예·적금 잔액은 총 673조7286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1조 9874억원이 줄었다. 보통 연말에 가계와 기업 자금 수요가 늘어나 은행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많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으로 감소폭이 컸다.

    2019년에는 이들 은행 예·적금이 1년간 49조원 넘게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새로 예금에 가입한 사람이 만기에 돈을 찾거나, 해지한 사람보다 더 많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뒤바뀌었다는 의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주요은행 정기 예·적금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수십조 원씩 늘었는데, 지난해로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 예·적금을 깨고 전세금 담보 대출까지 끌어 직접 투자에 나서는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13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비교공시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1년 만기 일반 정기예금 상품 기본금리는 세후 0.38~1.10% 수준이다. 1000만원을 1년간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소득세를 제외한(15.4%) 평균이자가 최저 3만8000원 수준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일부 금리 ‘노마드’족들이 높은 금리를 찾아 시중은행 대신 저축은행으로 예·적금을 옮기곤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저축은행 금리마저 1%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렇게 초저금리가 이어지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영세 소상공인, 대출 규제로 주택 매매 자금을 충당하지 못한 개인들은 급전 마련 차원에서 예·적금을 스스럼없이 깨고 있다.

    최근에는 신용대출까지 내 ‘빚투’에 뛰어드는 2030 세대와 내집 마련을 위해 ‘영끌’하는 3040 세대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펀드 사고가 줄지어 터지면서 믿고 맡길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 상품이 사라진 상황에서, 은행 이자까지 바닥을 치자 개인 금융소비자들이 이자가 거의 없는 요구불예금에 일단 돈을 넣어두거나, 아예 직접투자에 뛰어드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연봉이 7000만~1억2000만원 사이인 국내 대중 부유층(mass affluent)은 금융자산 가운데 예·적금 비중(45%)을 1년 전보다 평균 5%포인트 줄이고, 대신 주식(15.4%) 비중을 3%포인트 늘렸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0년 11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 협의통화 잔액은 1139조632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6.8% 늘었다. 대출을 받거나 정기 예·적금을 깬 뒤 아무 때나 꺼내 쓸 수 있는 수시입출금·요구불예금에 돈을 넣어두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계·기업을 가리지 않고 대출이 급증하는데, 예·적금은 새어나가면서 예대율이 금융당국 관리 목표치인 100% 수준에 임박했다"며 "계속해서 은행에 예·적금은 들어오지 않고 대출로 나가는 돈만 늘면 중장기적으로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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