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수주 늘었지만, 가격은 하락세… 마냥 못 웃는 조선사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1.01.14 06:00

    선박 가격 하락세에…조선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전문가 "저가 수주 심화되면 부메랑으로 돌아와"
    올해 선박 발주량 증가 관측…선가 인상 추진 가능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가 전세계 선박 발주 물량 중 43%를 수주하면서 중국을 제치고 2년 만에 1위를 기록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 연말에 수주 물량을 쓸어 담은 덕분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수주는 많이 했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오히려 미래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4일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선박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주 126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25포인트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지만, 작년 초 130포인트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일러스트=양승용
    선종 별로 보면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은 지난해 초 6150만 달러(약 674억원)에서 최근 5600만달러로 가격이 낮아졌다. 이 기간에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은 4850만달러→4600만달러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은 6150만달러→5600만달러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은 4850만달러→4600만달러 ▲컨테이너선(1만3000~1만4000TEU)은 1억900만달러→1억200만달러로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등 빅3 조선사가 전 세계 발주량의 85%를 차지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가격이 9200만달러에서 8500만달러로 700만달러나 빠졌다. 그나마 국내 조선사들의 ‘효자 선종’인 LNG선(17만4000㎥)만 1억8600만 달러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달러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의 원화와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였는데, 환율 하락을 감안하면 원화 선가는 2019년 말 대비 8.2%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건비 외에도 선박 제작에 들어가는 후판(두꺼운 철판) 값도 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후판 가격은 1년 전 t당 500달러에서 최근 700달러까지 올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종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조선업 호황기였던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선가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2008년 10월 190포인트를 찍은 뒤 10여년 째 우하향하고 있다. 126포인트를 기록한 올해 초와 비교해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약 33.68% 떨어진 셈이다.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전경. /조선DB
    선가가 떨어진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조선사 간 수주 경쟁이 심한 탓도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경우 최근 중국 조선소들이 경쟁 업체로 급부상하면서 일감 공백을 우려해 싼값에 수주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가 부진하면 1~2년 뒤 도크가 비게 돼, 인건비와 운영비라도 건지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싼값에 수주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증가에도 선가가 하락하는 것은 조선사들이 저가 수주에 나섰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저가 수주는 결국 수익성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저가 수주가 심화되면 결국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선업계는 올해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 대비 24%가량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선가 인상을 추진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중고 선박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클락슨 중고 선가 지수가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86포인트에서 96포인트로 약 11.63% 올랐는데, 업계에서는 "즉각 항로에 투입할 선박을 찾을 정도로 선박 수요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자연스레 선가 인상도 노려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미 선가 인상 움직임도 나타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그리스 선박회사로부터 9500만달러에 수주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을 1억500만달러 이상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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