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부진에… 점점 심해지는 현대·기아차 독식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21.01.12 06:00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생산 비중 16% 수준
    공장 가동률 60% 안팎으로 올해도 적자 전망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독식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3개 업체의 생산·판매가 부진한 결과다.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이들 3사의 생산량은 51만7364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5개 업체의 전체 생산량이 321만대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들 3사의 생산 비중은 16%로 쪼그라들었다.

    생산이 줄어들면서 공장 가동률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12월 3개 업체의 판매량이 6만7000여대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연간 생산량은 60만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3개 업체의 연간 생산능력이 105만대인 것을 고려하면 평균 가동률이 60%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공장 가동률이 70~80% 수준이 돼야 이익이 난다고 보는데, 가동률만 보면 이들 3사는 올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노조의 투쟁 현수막이 붙은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모습./조선일보 DB
    지난해 자동차 생산이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타격이라고 하지만, 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측면도 크고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내수 생산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사의 경쟁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올해,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GM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나마 2018~2019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부평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가동률이 전년보다 다소 개선되는가 싶었지만, 하반기 노동조합이 파업을 강행하면서 GM 본사의 한국 철수설이 재점화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한국GM은 지난해 11월, 당초 계획했던 인천 부평1공장에 대한 투자(1억9000만달러·약 2100억원 규모)의 집행을 보류하고, 투자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코로나 사태로 상반기 차질을 빚었던 생산분이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노조의 파업에 따라 생산 손실이 이어졌다. 올 초까지만 해도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이 역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이민경
    르노삼성과 쌍용차의 생산 부진은 더 심각하다. 르노삼성은 올해 국내에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 최근 내수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는데, 올해는 성적이 더 부진할 전망이다. 지난해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끝난 것도 타격이 컸다. 닛산 본사는 르노삼성 부산공장보다 일본에 있는 공장에서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해 르노삼성과 위탁생산 계약을 만료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은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르노삼성은 유럽에 수출할 XM3 생산을 통해 가동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지만, 고정적으로 확보한 물량이 없는 데다, 닛산 로그 생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물량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은 새해 들어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임원 수도 단계적으로 감축해 40%를 줄이기로 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르노삼성의 비상 체계가 가동되면서 구조조정 움직임이 회사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2월,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XM3 750대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 수출했다./르노삼성 제공
    쌍용차(003620)는 지난해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2000여명이 정리해고된 이후 11년 만에 또다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을 함께 신청한 쌍용차는 3월이 가기 전까지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투자자를 찾지 못해 법정관리가 개시돼 청산을 피하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가 높고 강성 노조가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 여전히 자동차 생산 기지가 있는 이유는 정교하고 수준 높은 내연기관차 생산 기술이 있는 데다,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이 형성된 덕분"이라며 "하지만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되는 과정에선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고 내연기관 부품 대신 IT 부품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 한국 자동차 공장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문제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는 자동차 생산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