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이공계 혁신]① 김기선 지스트 총장 “AI대학원 졸업생 전원 배수진 치고 창업할 것…2030년 유니콘 2개 배출 목표”

조선비즈
  • 김윤수 기자
    입력 2021.01.10 08:00 | 수정 2021.01.11 16:03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보통신·인공지능(AI)·바이오 신기술의 출현이 가속화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에 필요한 인재 역시 변하고 있다. 새로운 인재를 길러낼 국내 이공계 대학들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등 4대 과학기술원을 2030년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4대 과기원과 포스텍(포항공대) 등 ‘5대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의 총장을 만나 구체적인 혁신 실현계획을 들었다. [편집자주]

    [신년기획] ‘5대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 총장 인터뷰 ① 지스트
    "국내 최고 ‘AI 박사 창업’ 명문될 것"
    QS 세계대학평가 10위권…"앞으론 창업 집중"
    예산 4000억·500개 기업 ‘광주 AI클러스터’ 시너지

    김기선 지스트 총장이 지난 7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본원 총장실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지스트 제공
    "국내 최고의 ‘인공지능(AI) 창업 명문’이 될 겁니다. 우리 AI대학원을 졸업하는 박사 전원이 배수의 진을 치고 창업하도록 지원해 2030년까지 최소 2개의 유니콘 기업(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입니다."

    김기선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은 지난 7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본원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스트 설립 직후인 1994년부터 정보통신공학과(현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해 경력 대부분을 지스트에서 쌓았다. 지스트 에너지밸리기술원장, 전남대병원 의생명연구소 객원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2019년 지스트 8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지스트 역사의 산증인인 만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혁신을 위한 미래 전략을 과감히 제시하고 직접 실무 책임자로서 전략 실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스트,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산하 4대 과학기술원을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지스트 전경. /지스트 제공
    각 과기원은 저마다 지난 한 해 동안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세웠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긴다. 지스트가 내세운 전략의 핵심은 자교 AI대학원을 통한 AI 박사급 창업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2030년까지 250명의 AI 박사들이 우리 AI대학원에서 배출된다"며 "이들 전원이 연구소나 기업에 취업하는 대신 배수의 진을 치고 창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50명의 창업가 중 10%인 25명이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스타트업을, 그중 다시 10%인 2명 정도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세우도록 돕는 게 지스트의 역할이자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이라고 김 총장은 설명했다.

    지스트 AI대학원은 지난해 과기정통부의 첫 설립인가를 받아 운영을 시작한 전국 8개 AI대학원 중 하나다. 그중 유일하게 대학원생 전원(한해 50명)이 5년제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아야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입학생은 석사 졸업 선택지 없이 무조건 박사급 인재로 거듭나게 된다.

    지스트 AI대학원 건물 전경. /김윤수 기자
    이를 위한 커리큘럼도 갖췄다. 본격적인 박사 논문 준비에 들어갈 대학원 3~4학년 과정 중에는 6개월~1년간 엔비디아 등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창업 경험을 쌓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학생들은 일반대학원처럼 논문을 준비하면서 창업 프로그램도 성실히 이수해야 한다. 딥러닝·컴퓨터 비전·헬스케어·자동차·에너지 등 분야 전문가 출신 교수진의 지도를 받는다.

    AI대학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배수의 진’을 쳐야 할 것이라고 김 총장이 강조하는 이유다. 학생들의 진로를 학교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애초에 대학원생을 뽑을 때부터 창업가 기질을 핵심 역량으로 평가한다. 자연스레 예비 창업가들이 AI대학원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심지어 졸업을 포기하고 창업하는 일도 장려된다. 김 총장은 "예전에는 박사과정을 밟다가 휴학해 창업하는 학생들을 실패했다고 봤는데, 우리 AI대학원은 창업이 목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했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

    ‘배수의 진’을 치는 건 학생뿐만이 아니다. 지스트는 이미 연구역량으로는 ‘글로벌 톱10’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매년 전 세계 5546개 대학 대상으로 이뤄지는 평가인 QS 세계대학평가 중 연구역량 지표로 활용되는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횟수’ 부문에서 지난해 세계 4위를 차지했다. 2015~2016년엔 세계 2위까지 올랐다. 국내 대학 중 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QS대학평가 종합순위도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지스트 AI대학원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하는 모습. /지스트 제공
    AI대학원 졸업생들을 실력있는 연구자로 길러 학교 전체의 연구역량을 더 높일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음에도 김 총장은 다른 선택을 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학교의 역할을 교육과 연구를 넘어 창업의 영역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AI는 순수학문이 아니라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 될 신기술이기 때문에 연구보다는 산업적인 응용을 지향해야 한다"며 "기존 연구역량 수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내 최고 AI 창업 명문으로도 거듭나는 게 우리 스스로 정의한 혁신이다"라고 했다.

    김 총장은 AI 박사 창업 계획을 ‘배수의 진’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계획을 성공시킬 경험과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박한수 의생명공학과 교수가 창업해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 기반 치료제 개발업체 지놈앤컴퍼니처럼 이미 성공적인 창업 지원 경험이 있다.

    지스트 교원 창업기업 지놈앤컴퍼니의 연구실 모습. 업체는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지스트 제공
    2023년 들어설 AI클러스터(광주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정부와 광주광역시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4000억원 예산을 투자해 500개 기업이 들어설 수 있는 AI클러스터를 지역에 만들고 있다. 입주 기업들은 AI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고 사업 아이템들을 서로 융합할 수 있다.

    예산 중 1000억원은 국내 최고, 세계 10위 수준의 성능을 갖는 88페타플롭스(일반 PC 100만대의 정보처리 속도) 슈퍼컴퓨터(HPC)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쓰인다. 지스트는 1995년 환경공학대학원을 설립하고, 기후예측용 AI와 슈퍼컴퓨터를 도입·활용해왔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다른 1000억원은 자동차·헬스케어·에너지 분야 산업체들이 AI 기술을 활용하도록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인다. 김 총장은 "세 분야는 지스트 출신 AI 창업가들이 AI 기술을 가장 먼저 융합할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며 "광주 지역에는 기아자동차(자동차), 전남대와 조선대 의과대학(헬스케어), 한국전력(에너지)과 같은 관련 기관이나 기업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스트 AI대학원의 전임교수 8명 중 절반 이상은 AI 자동차와 관련 있는 비전 분야 전문가다. 김 총장은 "이들 밑에서 학생들은 AI 자동차가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졸업 후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만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스트 연구원들이 AI 로봇의 성능을 실험하는 모습. /지스트 제공
    지역 대학병원과 협력해 신약을 발굴하거나 고령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전남 지역 고령자들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각종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AI 헬스케어, 한전과 협력해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분배·저장함으로써 전력 낭비를 줄이는 AI 에너지 분야도 앞으로 지스트 출신들이 누릴 수 있는 기회다.

    향후 AI대학원들의 공통 문제가 될 ‘인력난’에 대해서도 김 총장은 일찍이 고민을 시작했다. 그는 "AI 헬스케어와 AI 에너지 전문가들을 더 데려와야 하는데, AI 전문가 수요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원하는 전임교수를 데려오는 일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신 이미 지스트 안에는 AI대학원이 아니더라도 199명의 전체 교수 중 50여명이 AI 관련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AI대학원과 이들의 협력을 통해 인력난을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과기원으로서 지스트의 본래 역할은 ‘과학사관학교’"라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기업이나 일반 대학과 달리 국가가 원하는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할 의무가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응할 항바이러스 연구센터를 지난해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단기술 개발, 치료물질 발굴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신종 바이러스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기선 지스트 총장. /지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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