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마존조차 미래를 두려워하는데

조선비즈
  • 전재호 산업부장
    입력 2021.01.09 04:00

    "미래를 대비하려면 빨라야 하고 혁신적이어야 하고, 새로운 것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해야 한다. 그게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기업 가치가 무려 1700조원이 넘어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세 배 가량인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이자 지구상에서 손꼽히는 부자 중 한명인 제프 베조스가 한 말이다. 1994년에 작은 인터넷 서점이었던 아마존이 반세기만에 전자상거래 시장의 거인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이었다.

    베조스는 "내가 (아마존을 설립했던) 94년이나 (아마존이 증시에 상장된) 95년에 오늘날과 같은 아마존의 모습을 예상했을까? 대답은 ‘노’다.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있는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면서 한발 한발 내딛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아마존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어쩌다 크게 성공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같은 기업인이 계속 위기를 말하고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아마존 같은 기업, 베조스 같은 기업인도 미래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미래에 뒤처질까 걱정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느끼는 절박함은 아마존보다 더 심할 것이다.

    기업이 사활을 걸고 미래를 대비하는 동안 지난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경제계의 거센 반발에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 이사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자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계는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서 경영진을 처벌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며 재고를 요청했던 것이다.

    경제단체 4곳은 지난달 정기국회를 통과한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에 대해서도 "규제 입법으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보완입법으로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역시 묵살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규제는 미국 등 선진국이 더 가혹하다. 미국의 정치권 일각에서는 거대 기업의 독점을 막기 위해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대형 IT 업체를 부문별로 쪼개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같은 포퓰리스트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사실들이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친(親)노조 일변도 정책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베조스는 "정치인들은 큰 기업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들을 악마로 만들거나 비난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큰 기업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작은 기업에 투자하고 많은 사람들을 알지만 그들은 보잉 787과 같은 탄소섬유 비행기를 만들지 못한다. 삼성이나 애플, 보잉과 같은 기업이 없다면 세상은 정말 암울해진다"고 했다.

    정치권의 온갖 규제에도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일부 정치인이 기업인 혹은 큰 기업은 악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기업이 미래를 대비하도록 도와준다면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은 한국 기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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