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기대에 들썩이는 빌라촌… "알고보면 안되는곳 많아"

조선비즈
  • 연지연 기자
    입력 2021.01.11 06:00

    "여긴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매물이 이렇게 없지. 딱 하나 있어요 지금. 3억~4억으로 몇년 뒤에 새 아파트 되는 걸 요즘 서울에서 어디서 사요."(서울 성북구 A 공인중개업소)

    아파트보다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았던 노후 빌라마저 값이 오르고 있다. 아파트 전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싼 빌라 매수로 돌아선 영향에 공공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부른 투자수요까지 더해진 여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개발을 노리고 사는 경우 과연 해당 지역이 재개발 심사를 통과할만큼 낡은 지역인지 유심히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에 지원했다가 ‘노후도’를 충족하지 못해 퇴짜를 맞은 구역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공공재개발 사업에 신청한 서울 강북구 번동 주택가 전경. /카카오맵
    11일 KB리브온에 따르면 지난해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2019년보다 6.47% 올랐다. 이는 2008년(7.87% 상승) 이후로 12년 만에 최대치다.

    연립주택이 오르는 이유로는 먼저 집값 강세가 계속되고 전셋값 마저 오르자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집을 사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꼽힌다. 여기에 최근 투자수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정비사업에 참여해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물량의 최대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대신, 여러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공공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려면 △주민동의 △노후도 비율 △도로연장률 △세대밀도의 등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이 중 노후도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도시정비법 시행령에 따른 노후도 최소 기준은 건물의 3분의2 이상, 연면적의 60% 이상이 노후 건물이어야 한다. 노후 건물은 다세대 주택일 경우 30년 이상, 다가구주택을 포함한 단독주택일 경우 20년 이상이어야 한다.

    대상지를 정할 때 노후도가 차지하는 점수는 만점인 100점 중 30점이다. 주민 동의 비율(40점) 다음으로 높다. 주민 동의율이 높더라도 노후도를 맞추지 못하면 공공재개발 대상지로 지정되기 어렵다.

    실제로 서울 안에는 재개발 추진이 어려운 구역이 많다. 서울시가 뉴타운 구역 상당수를 해제한 2012년 이후 신축 건물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재개발을 포기한 집주인들이 세를 놓기도 좋고 팔기도 좋도록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집을 헐고 새로 지은 경우가 많다.

    최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에 지원했지만 탈락한 은평구 내 8개 구역이 좋은 예다. 서울시 은평구의 녹번 2-1구역과 갈현 2구역, 수색동 289, 수색동 309-8, 증산동 205의 33, 불광동 329의 13, 불광동 346, 갈현동 12의 248 등 총 8곳은 최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 지역으로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이중 7곳이 노후도를 만족하지 못했다.

    은평구 갈현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7~8월에 공공재개발이 된다는 기대감에 문의 전화가 많이 왔고 일부는 계약이 체결됐다"면서 "못해도 1억원씩은 올라 거래가 진행됐는데, 이번에 후보지에서 떨어졌으니 일반 재개발과 같은 또 다른 방법들을 찾아볼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의 공공재개발 후보지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지역은 성북구청에 ‘구역지정을 위한 신축행위 (중단)탄원서’까지 제출했다. 2015년 이후로 신축 건물이 약 40여곳 가량 들어서면서 공공재개발 요건을 못맞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북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의 토지 등 소유자 수가 900여명에서 1200여명 수준으로 늘었고, 노후도도 83%에서 70% 초반대로 떨어진 것으로 안다"면서 "이렇게 되면 사업 진행이 어려운데 여전히 신축을 올리려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은평구 갈현동 일대의 노후도. 빨간색 부분이 노후 건축물, 파란색 부분이 신축물이다./부동산플래닛 캡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을 노린 빌라 투자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예측하고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은 마당에 빌라는 더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재개발이란 호재를 노리고 먼저 진입하려는 건축업자들도 많아 자칫하면 공공재개발을 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공재개발이 새로운 투자 트렌드인 건 맞는데,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노후 빌라를 사놓고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낭패"라면서 "‘지뢰밭’이라거나 ‘신종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투자일 수 있다.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빌라 투자는 원래 부동산 투자 중에서도 고수들 만이 하는 쉽지 않은 투자라고 봐야 한다"면서 "공공재개발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지난해 여름부터 발 빠른 투자자들은 먼저 진입했다는 점을 감안해 내가 사려는 매물이 있는 곳이 정말 공공 재개발이 가능한 지역인지 잘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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