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천금같은 시간, 중대재해법 유예기간

조선비즈
  • 최락선 기자
    입력 2021.01.08 13:01 | 수정 2021.01.08 14:35

    "예전에 영업을 전담하는 술상무가 있었죠. 앞으로는 대표 대신 감옥에 갈 바지사장을 앉혀야 하는 상황이 올 것 같습니다."

    20년 넘게 경기도에서 제조 중소기업을 하는 A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3년 후에 법이 시행되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감옥 입소 대기자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게 속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두고 중소기업계가 들끓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 시행을 1년 뒤로 미루고 50인 미만 기업은 2년간 유예한다. 5인 미만 기업은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중소기업중앙회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전날 성명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표현까지 썼다.

    몇 해 전 인천의 한 제철소에서 사망사고가 있었다. 쇳물 작업을 하던 40대 근로자가 용광로 안으로 떨어져 숨졌다. 당시 사망 근로자의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담임인 B 교사는 용광로에서 녹아버린 아빠의 죽음을 어떻게 위로할지 참담한 심정이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예비 범법자’가 된다는 A 대표의 하소연과 아빠를 잃은 아이를 마주해야 하는 B 교사의 심정.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감정 이입이 될 수 있겠지만 진영 논리나 계급적 관계에 따라 상대를 적대시할 문제는 아니다. 사람 목숨 지키는 법을 만드는 데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사망 근로자 수는 470명이다.

    "산재사고는 처벌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산재예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과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이 다르지 않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말 어느 지점에 해법이 있을 것이다. 이번 법안이 양쪽을 만족 시키지 못하더라도 지지부진했던 ‘근로자 안전’ 확보가 법제화된 점은 큰 전진이다.

    1년 뒤 법 시행, 50인 미만 기업 2년간 유예기간을 포함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3년의 시간을 번 셈이다. 산업 현장에서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경영자와 근로자가 지혜와 마음을 모을 충분한 시간이다. 법 조항 들이대면서 핏대 세우고 반목과 대립으로 허비한다면 양쪽 모두가 불만인 현재의 법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앞으로 3년, 혹은 그 이전이라도 A대표와 B교사가 마주할 현실이 달라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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