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사는게 아니라 판다고?"… 대우건설 알짜 부동산 매각에 직원들 부글부글

조선비즈
  • 고성민 기자
    입력 2021.01.08 13:00

    대우건설이 서울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 역세권 입지에서 임직원 숙소로 쓰던 ‘대우로얄프라임’의 매각을 완료했다. 서울 알짜배기 땅이라 개발이익이 커 매물로 나올 당시부터 대우건설 직원들 사이에선 "왜 파느냐"는 말이 나왔던 부지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3가 대우로얄프라임. /고성민 기자
    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3가에 위치한 대우로얄프라임의 매매 본계약을 지난달 21일 체결했다. 매수인은 KT에스테이트로 양사는 오는 6월 30일 소유권 이전(딜 클로징)을 마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이 숙소를 쓰고 있는 직원들에게 "6월 30일까지만 생활관 이용이 가능하다"면서 "대체 시설을 검토 중"이라는 공지를 보냈다. 매각가는 대지 3.3㎡당 약 4000만원으로, 총액 40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이 건물은 대지면적 3317㎡(약 1003평), 지하 3층~지상 13층, 원룸 458개실(4.9평 410실, 6.5평 48실) 규모다. 지방에 거주하는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서울 본사에서 근무할 때 제공하는 기숙사 용도였다. 임직원 직계가족도 입주가 가능했다. 대우건설 홈페이지에는 대우로얄프라임에 대해 "대우건설 임직원의 또 다른 프라이드"라면서 "1999년 3월 개관한 이래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아늑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고 적혀 있다.

    대우건설 직원들 사이에선 "부지 매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여론이 높다. 대우건설이 디벨로퍼를 지향한다면 서울 알짜부지 땅을 대체 왜 매각하느냐는 의견이다. 이 부지가 매물로 나오자 대우건설 사내게시판과 블라인드 등에는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매수인인 KT에스테이트는 KT그룹의 부동산전문회사로, 밸류애드(Value add·가치 부가) 방식으로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민간 임대주택으로 개발할 예정"이라면서 "KT에스테이트의 기업형 임대주택 브랜드 ‘리마크빌’이나 역세권 청년주택 방식 두 가지 중 하나로 개발할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이번 매각에 대해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의 의사가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직원은 "우리가 부동산·건설과 관련 없는 회사라면 땅을 매각할 수 있겠지만, 알짜 입지라면 땅을 매수해서라도 개발에 나서는 게 건설사 아니냐"면서 "이 부지 매각은 건설사 DNA를 버리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영진은 미래 개발이익보단 당장의 현금을 확보해 재무제표를 개선, 회사를 매각하기 수월하게끔 하려는 것 같다"면서 "표면적으로는 좋아 보일 수 있겠으나, 대단히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는 KDB인베스트먼트로, 지분 50.75%를 보유 중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이 100% 출자해 설립한 사모집합투자기구(PEF) 운용사로 2019년 7월 설립됐다.

    특히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달 30일 대우건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대표가 앞으로 회사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8년 호반건설에 매각되는 절차를 밟던 중 잠재 부실 문제로 불발됐다.

    대우건설은 앞서도 부동산 매각 작업을 펼쳐 왔다. 2019년 말 춘천 파가니카컨트리클럽(파가니카CC)을 PEF 운용사 스트라이커캐피탈에 950억원으로 매각했다. 사이판에 위치한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와 인천 송도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 송도 IBS타워 등은 매물로 내놨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부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고 토지 용도변경도 필요해 개발사업을 한다고 해도 이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면서 "자체적으로 개발사업을 해야 한다는 사내 의견도 있지만, 작은 부지에 품만 많이 들이는 것 아니냐는 판단으로 매각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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