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대세상승론 부추긴 '부동산 유튜버' 탈세 적발…국세청, 현미경 세무조사

입력 2021.01.07 12:00

부동산 유튜버, 탈세혐의 첫 공개… 시장교란 엄단 본보기
학원가 방쪼개기, 직원 월급통장으로 돈세탁 등 385명 적발
"상승은 시장교란, 하락은 문제없다?... 정부 기준이 뭔가" 비판

수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겸 대형 부동산 중개법인 대표 A씨는 아파트 갭투자·소형빌딩 투자관련 회원전용 강좌를 개설해 회당 수십만 원에 이르는 강의료를 현금으로 받은 뒤 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유튜버 방송 등에서 쪽집게 강의를 한다고 회원을 끌어모았고, ‘대세 상승’ 등을 외치며 부동산 투자 붐을 조성하려고 했다.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당국은 이들은 시장 교란세력으로 본다.

별도 관리하는 VIP고객에 대해서는 직접 투자 컨설팅과 중개용역을 제공해 받은 수입금을 탈루해, 국세청의 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법인세, 종합소득세 및 현금영수증 미발급 등 과태료 수 억원을 추징할 방침이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부동산 관련 탈세혐의자 358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청은 7일 고가주택・다주택 취득자, 방쪼개기 주택 임대사업자, 법인자금으로 주택을 취득한 사주일가 등 358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분양권 다운계약, 편법증여 등 탈루혐의자 209명 ▲취득자금을 증여 받은 혐의 51명 ▲주택 불법개조 임대, 현금 매출 누락, 법인자금 유출 등 32명 ▲차입을 가장한 편법 증여 66명 등이다.

◇부동산 유튜버 세무조사 신호탄되나

정부가 시장교란하는 유튜버 단속한다고 했지만 실제 세무조사 결과 사례로 소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24번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집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유튜브를 통해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엄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아파트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5.36%, 7.57% 올랐다. 둘 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전국 주택 전셋값도 4.61% 상승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지난해 전국 주택 월세는 전년 대비 1.09% 올라, 관련 연간 통계를 작성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지난해 1월 99.12에서 매월 상승해, 12월에는 106.22를 기록했다.

그래픽=국세청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유튜브 활동으로 세금 탈루 혐의를 적발해 공개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투자 정보를 소개하고 중개용역까지 하면서, 수익금을 정당하게 신고하면 문제 없지만, 모니터링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했다.

유튜버에 대한 세무조사는 어느정도 예견돼 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의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해 온라인 부동산 카페와 유튜브 등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사를 위해 경찰과 국세청 등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또 김대지 국세청장도 신년사에서 "부동산 거래 관련 취득자금 출처와 부채상환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여 변칙적 탈루에 빈틈없이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유튜버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를 발표하자, 유명 부동산 유튜버들이 줄줄이 방송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구독자 35만3000명의 유튜버 ‘재테크 읽어주는 파일럿’은 작년 8월 방송을 종료했다. 구독자 13만명대인 부동산 유튜버 ‘박병찬의 부동산 부자병법’은 멤버십 유료서비스를 중단했다. 유튜버들은 "시장 교란행위에 일조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보 제공을 위해 특정 지역을 언급했는데, 단속 대상에 걸릴까봐 조심스럽다"라고 언급했다.

당시 활동을 중단한 부동산 유튜버 대부분이 ‘상승장’을 주장하는 이들이라는 점이 주목 받았다. 반면 ‘부산 아파트 거품 터진다’, ‘아파트 거래량 대폭 감소했다’, ‘지금은 집 사면 절대 안 됩니다’ 등의 영상으로 ‘하락론’ 주장하는 유명 유튜버들은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상승을 주장하면 시장교란 행위고, 하락을 주장하면 시장교란 행위가 아닌 건지 정부의 기준이 궁금하다"며 "유튜브라는 채널이 기존 플랫폼과 달리, 좀더 유연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마다 여러 의견이 있는데, 세무조사를 이유로 이를 억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직원 월급통장으로 돈세탁… 학원가 방쪼개기도

이번 세무조사에는 직원의 통장으로 월급을 입금한 뒤, 일부를 다시 반환받아 현금을 탈루한 혐의자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학원을 운영 중이나 신고소득이 미미한 B씨가 아파트를 다수 취득해 자금출처 부족혐의로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배우자 C씨가 B씨의 부동산 취득자금을 학원 직원 수 명의 계좌로 입금하고, 직원은 이를 과다 급여 반환 명목으로 A에게 송금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모아 아파트를 취득한 사실 확인했다. 국세청은 B씨에게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그래픽=국세청
해외 거주 부모로부터 불법 외환거래를 통해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받아 고가아파트 다수 취득한 사례도 나왔다. 신고소득이 없는 외국 국적의 연소자(거주자) E씨는 고가 아파트를 수십채 취득해 자금출처 부족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에 외국에 거주하는 부모로부터 자금을 증여받아 아파트를 취득하고, 이를 임대한 후 보증금으로 다시 아파트를 취득한 혐의가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취득 자금을 국내외 환전상을 통한 불법 외환거래(환치기)로 수령한

그래픽=국세청
유명 학원가 일대에서 건물과 주택을 불법 개조해 이른바 ‘방쪼개기’를 한 임대사업자도 적발됐다. 이 사업자는 수십개의 객실로 나누고 학원 수험생 등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했고, 할인을 통한 현금결제를 유도해 수입을 축소해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 신고누락 혐의에 대해 조사 착수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가격 상승과 조정대상지역의 추가 지정, 법인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대상이 확대되면서 올해 탈세의심자료 통보 건수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 등기 자료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 자료 등 거래 자료, 관계기관에서 수보하는 탈세의심자료를 상시 분석하여 자금출처 부족 등 탈세혐의를 검증하겠다"고 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다양한 유형의 탈세혐의자 1543명을 조사해, 1252억원을 추징했다. 일부는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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