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만혼·비혼, 자산양극화…2030의 '코로나 트라이앵글'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21.01.07 06:00

    K자형 회복 속 청년 고용불안 심화될수도…결혼 회의감도 커져
    2030 주식투자 열풍 이면엔 ‘내집 마련’ 불안감… "주거안정 절실"

    지난해부터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30대 초반 김모씨는 올해 절반 가량을 쉬어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이후 수시로 PC방이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방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응시한 기업 공채에서 '불합격'만 하다 잡은 아르바이트 자리였지만 한 달에 200만원은 손에 쥘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안해진 상황. 김씨는 "기업들도 이제는 경력이 있는 신입만 받아주는 상황이라 이름있는 기업 입사는 기대도 안한다"며 "코로나19가 종식 때 작년처럼 일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구직에 성공해 공기업에 근무 중인 20대 후반 정모씨는 요즘 하루에 수 차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들여다 보고 있다. 알뜰하게 2억여원의 목돈을 모았지만 서울이나 수도권 초역세권 아파트를 사기에는 역부족이라 빌라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 마음에 물건이 없어 고민만 늘고 있다. 정씨는 "올해만 몇억을 벌었다는 글을 볼 때마다 나와 격차가 더 벌어질거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래픽=김란희
    코로나19 이후 K자형 경제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2030세대가 받을 타격이 크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이는 고용시장에서는 물론 자산, 혼인 등에서도 이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규직 등 안정적인 직장을 찾지 못한 2030세대는 결혼 시기도 늦어지고, 이에 따라 부동산 자산 등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는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에 막 발을 들인 20대는 자산시장에서 '영끌·빚투'를 이끄는 세력으로 지목되고는 있지만 실상은 대기업, 전문직에 발을 들인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가 전세, 월세를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도 많다는 분석도 있다.

    ◇일용·임시직 발들인 2030… 불안심리, 혼인·출산포기로 이어져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진 후 올해 경제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고용’만큼은 예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을 상향하면서도 고용전망 만큼은 눈높이를 낮췄다. 한은은 기본 시나리오 아래 올해 성장률을 3.0%로 올려잡은 반면 취업자수 전망은 13만명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8월 제시했던 20만명 대비 7만명 낮춘 수준이다.

    코로나19가 진행되던 중 고용시장의 한파는 유독 청년세대에 매서웠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취업자수는 9개월 연속 감소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내리막을 기록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수는 코로나19 이후인 3~11월중 20~30대 취업자수는 1년 전에 비해 36만8000명이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청년세대가 임시·일용직 취업이 늘어났던 것과 연관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안정적인 상용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대졸 청년들이 일단은 불안정한 임시·일용직으로 첫 일자리를 구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29세 이하 대졸자중 첫 일자리가 상용직인 사람(106만7000명)은 5.9%(6만7000명) 감소한 반면 임시·일용직인 사람(35만8000명)은 1.5%(5000명) 늘었다.

    이같은 고용불안은 혼인, 출산 등 생애주기상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결혼과 임신, 육아에 뒤따르는 비용부담이 적지 않은데 일자리의 안정 없이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9월중 혼인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1만6000건(12.0%) 줄었다. 고용·소득여건 불안정이 혼인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은은 판단했다. 또 임산부가 병원진료비 지원을 위해 발급받는 국민행복카드 발급건수는 4~8월중 13만7000건으로 6.7% 감소했다. 한은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비대면 활동이 확산되면서 결혼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인식하게 되는 원인이 될 것으로 봤다. 1인 생활여건이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조선DB
    ◇자산시장에서 뒤처진 20대…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지난 한 해 불어닥친 부동산 급등세는 시장에 선진입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간 자산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가격은 5.63% 올라 2011년(6.14%) 이후 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7.57%로 가장 크게 뛰었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역대급 유동성 공급에 시중유동성(M2) 규모가 3100조를 넘어선 데다 강도높은 대출규제, 임대차2법 등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이 맞물린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청년들은 '영끌'로 내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특히 목돈이 부족한 20대 대부분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집값을 바라만 봤다. 30~40대의 경우 가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내집 마련에 나서는 일이 많았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0개월간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30∼40대의 매수 비율은 60.8%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청년층이 ‘동학개미’의 주역이 된 것을 내 집 마련 욕구과 연관지어 분석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밀레니얼 세대 투자인류의 출현'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는 주택 매입을 위한 재원 마련을 재무 목표 1순위로 삼았다. 전국 만 25~39세 남녀 700명 중 70% 이상은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구소는 "최근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주거 안정에 대한 니즈(필요성)가 더욱 절실해진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지난해 2030세대의 대출 증가율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부채 규모가 1940조원으로, 명목GDP(1918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30대 이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최근 1년 사이 200.3%에서 221.1%로 치솟았다. 한은은 "청년층에서 전·월세와 주택 매입 수요가 늘었고, 주식 투자 수요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세대가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식시장을 거의 유일하게 투자처로 삼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을 사기는 불가능해졌고, 빚을 내서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고 늘고 있는데 이것은 개인은 물론 금융 전반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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