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새해, 부동산 정책도 옛것과 결별할 때

입력 2021.01.02 04:00

강추위와 함께 시작한 새해 첫날 분위기는 예상대로 무거웠다. 많은 사람이 차례 지내기는 물론 외출 자체를 포기했다. 시내 거리는 텅 비었고 스키장은 문을 닫았으며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이 정부의 말을 잘 들은 셈이다. 그런데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 수는 네자릿수로 복귀했다. 교정시설과 요양병원의 집단 감염은 이미 통제 불능인 듯하다.

코로나 못지않게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새해를 맞았을까. 세밑에 발표된 통계들은 집값과 전세금 상승 폭이 또 커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다수 전문가는 정초부터 올해도 모든 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예상을 쏟아내고 있다. 이제는 형태 불문 지역 불문이다. 무한정 오르는 자산은 없다지만, 멈추려면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다. 무주택자의 한숨 소리는 주변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새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기대를 거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일년 반도 채 남지 않은 이 정부의 임기 동안 무슨 뾰족한 수로 사태를 반전시키겠는가. 더구나 실패만 거듭한 기존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갖고 해결책을 논해야 한다. 지나간 일보다는 앞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허물을 탓하기보다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먼저 정부가 믿던 것 중 많은 것과 결별해야 한다.

먼저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반감이다. 군사정권 시절부터 도시정비가 만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양한 인간의 욕심을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이 어려운 과정에 성공한 곳이 있다면 정부는 십분 활용해야 한다. 멀쩡한 아파트를 때려 부숴 돈 벌려고 하는 그들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는 시각부터 바꿔야 가능한 얘기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살려놓은 마당에 무엇이 두려운가. 공공성은 이것으로 충분히 확보된다.

애먼 안전진단 핑계로, 혹은 임대주택 더 넣는다는 이유로 발목을 잡지 말고 차라리 고밀도 개발을 유도하자. 땅도 모자란 판에 더 지으라고 하고 더 거둬들이는 게 시장을 위해서도, 정부를 위해서도, 소유주를 위해서도 좋다. 그렇게 거둔 돈으로 더 많은 서민주택을 지을 수 있다. 아파트 숲이 나쁘다는 시각도 무지의 소산이다. 가장 효율적인 도심의 땅을 가장 비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저밀도 주거단지다. 높이 지어야 녹지도 더 확보되고 더 쾌적해진다. 이미 전 세계 대도시에서도 고밀도 개발을 통한 도심 회귀 움직임이 거세다.

다음은 공공주택 문제다. 최근 들어 정부는 점점 임대주택 또는 공공자가주택 같은 ‘남의 집’ 또는 ‘반만 내 집’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런 방식이 당장 입주자의 주거비를 줄여줄 수 있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은 대부분 완전한 소유를 원하는 실수요자다. 그 어느 때보다 ‘내 집’에 대한 욕망이 커져 있다. 일정 소득과 가정이 있는 중산층과 서민을 만족하게 하려면 부담 능력에 맞는 자가 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대출 지원 등을 통해 매입 비용을 낮춰줘야 한다.

그리고 임대주택은 주거복지의 영역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 취약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은 얼마든 더 지어도 좋다.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임대주택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시민을 많이 만나보지 않았고, 시장을 모른다는 것의 방증일 뿐이라는 얘기다. 특히 수도권 집값을 잡을 마지막 보루인 3기 신도시에서 자가를 줄이고 임대를 늘리려는 것은 큰 오판이다. 교통망 확충까지 속도를 높여 자가주택 수요를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반복하지만 주택시장 안정은 자가주택으로, 주거복지는 임대주택으로 구분해서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래비용이다. 양도소득세 한시 완화로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게 하자는 방안은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는 공급 확충 방안이다. 그런데 ‘부동산 불로소득’ 앵글로만 보니 나쁜 정책으로만 취급한다. 물론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결국 버티면 돈 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폐해가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매물 출회로 인한 주택 공급 효과에 더 주목해야 한다.

양도세가 부담돼 집을 팔지 않던 다주택자들의 집이 충분히 시장에 나오면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해당 물건을 산 사람도 이득을 보고, 낮아진 시세로 다른 물건을 사는 사람도 이득을 본다. 줄어든 세수의 상당수가 실수요자에게, 그리고 일부가 다주택자에게 돌아간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장을 겁박해 물건을 받아내려 해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지난 3년 반의 실수를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부작용의 폐해보다 효능의 이득이 크다는 점이 분명하게 기대된다면 약으로 인정하고 쓰는 게 상책이다. 반대로 부작용이 크다면 약을 바꿔야 한다. 아직도 그동안의 정책 부작용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집값 그래프를 한 번 다시 보기 바란다. 지난 3년 반 동안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전국이 그럴 조짐이다. 더구나 국토부 장관이 바뀌었다. 굳이 전임자의 기조를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면 정책도 바꿔볼 만하지 않을까. 얼마나 더 시민을 울려야 옛것과 결별할 수 있을지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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