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 중이지만, 공직자들이 잇따라 방역 수칙을 위반하거나 파티 등 사적 모임을 갖는 사례가 이어져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식당에 5인 미만 입장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9일 서울 마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채우진 마포구의원은 28일 밤 11시쯤 합정역 인근 파티룸에서 5인 이상 모임을 가지다가 적발됐다. 이날 모임에는 채 의원 외에도 지역 자영업자와 파티룸 사장 등이 포함됐고, 이들은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노래를 틀어놓고 술과 함께 야식을 즐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채 의원의 파티룸 술파티가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기간에 이뤄졌단 것이다. 지난 23일 0시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내년 1월 3일까지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일부 가족간 모임, 공적인 업무수행, 대학별 평가 등 일부 상황을 제외하고는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은 전면 금지됐다.

채 의원의 ‘파티룸 술파티’ 소식이 전해진 29일 마포구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국민들은 집에만 있으라더니 자기들은 와인파티며 파티룸 술파티가 웬말이냐", "부모님집도 못가고 있는데 ‘사무실인 줄 알았다’는 구의원 해명이 더 화나게 한다", "아이들 생일파티도 못하는 상황에 구의원이 파티를 한다니 어이없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민에게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라고 호소한 이후에도 일부 공직자들은 버젓이 술판을 벌이거나 사적 모임을 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지인 5명과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생일을 기린다며 와인 파티를 벌였다. 당시 윤 의원은 지인들과 와인 모임을 갖는 모습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같은 날 페이스북에 "2.5단계 격상에 따라 불편하더라도 잠시 멈춰야 한다"는 글을 올린 직후였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서울 송파구 한 학교에서 열린 조기축구회에 참석해 논란이 됐다. 당시 전반전 20분, 후반전 20분 등 총 40분가량 진행된 경기에서 최 수석은 직접 경기를 뛰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되고, 지난 23일 청와대가 "소모임이나 행사, 회식 등이 최근 코로나 확진자 증가의 뿌리로 떠올랐다"며 "청와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모임과 행사를 취소하도록 했다"고 말한 지 불과 6일이 지난 후였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사례도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재확산 될 조짐을 보이자 전국 공무원과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 근로자의 불필요한 출장을 금지했다. 기관별로 전 인원의 1/3 수준은 재택근무를 실시해 밀집도를 낮추도록 하기도 했다.

24일 오후 직원 확진자 발생으로 청사 건물이 폐쇄된 서울 노원구청에서 직원들이 검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 속초시 소속 공무원 100명은 5개 팀으로 나눠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연수를 다녀왔다. 코로나와 태풍 비상 근무 등으로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의 여행으로 1인당 41만 8000원의 시비가 지원됐는데,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팀은 각각 11월 3일·9일·22일 제주도로 출발했지만, 네 번째·다섯 번째 팀은 각각 11월24일·25일 제주도로 향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불필요한 출장금지가 내려졌던 시기다.

외유성 출장을 갔다가 지역의 감염원이 된 공무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경남 진주 이·통장협의회 회장단 21명과 인솔 공무원 1명, 버스 운전기사 1명은 지난달 16~18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연수를 갔다. 이후 지난달 24~25일 이·통장 14명과 인솔 공무원 1명, 버스기사 1명, 이장 가족 4명 등 20명이 이틀 동안 집단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제주도 연수가 지역 사회 확진자 속출의 화근이 된 셈이다.

노원구에서는 지난달 24일 소속 직원 한 명이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관련 확진자는 20여명으로 증가했다. 해당 구청 직원들은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 두 차례에 걸쳐 40명씩 강원 평창군으로 단합대회 성격의 워크숍을 다녀왔다.

집단감염은 워크숍 이후 특정 부서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첫 확진자는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지역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