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수주 잭팟에 철강업계도 환호... "내년까지 계속 가격 올린다"

조선비즈
  • 정민하 기자
    입력 2020.12.31 06:00

    후판 가격, 2016년 이후 t당 60만원대에서 제자리걸음
    연말 조선업계 잇따른 수주 낭보에 철광석 가격 급등까지
    철강업계 "그동안 인상 많이 미뤘다… 이젠 올릴 때"

    철강업계가 조선사들의 읍소에 그간 미뤄왔던 선박용 후판(厚板·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인상 카드를 4년 만에 꺼내 들었다. 국내 조선 3사가 연말 몰아치기 수주에 성공하는 등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철강사들도 4년째 동결된 후판 가격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이미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후판과 열연 강판 가격을 인상했다. 최근 철광석 가격이 한 달 새 41.9% 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자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한 것이다.

    후판은 두께가 최소 6㎜ 이상인 두꺼운 강판이다. 주로 선박 건조에 쓰인다. /현대제철 캡처
    포스코(005490)는 이달부터 유통향 열연·후판·냉연 가격을 톤(t)당 3만원가량 인상했고, 내년 1월부터는 실수요향 열연 가격도 5만원 올릴 방침이다. 현대제철(004020)도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1일과 14일 t당 3만원씩 선박용 후판 가격을 총 6만원 인상했다. 유통향 열연 역시 3만원 올렸다.

    열연 강판은 쇳물을 가공해 만든 직사각형 모양 슬래브를 압연한 제품으로 주로 건자재 용도로 쓰인다. 이 기초 철강재인 열연 강판을 좀 더 가공하면 고부가가치 제품인 냉연 강판이 만들어진다.

    선박용 후판 가격은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반기(6개월)마다 회사별로 협상하는데, 2016년 이후 t당 60만원대에 머물러있다. 110만원 선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2008년 가격대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제철은 조선사의 수주실적 감소를 고려, 후판 가격을 3만원가량 인하하기도 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와 조선업계 수주절벽 등을 고려해 후판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왔다"면서 "최근 조선사들 수주가 느는 데다가 철광석 가격도 급등하면서 이달에 이어 내년에도 제품 가격 추가 인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010140)·대우조선해양(042660)등 조선 3사는 연말 들어 잇따른 수주에 성공하며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4분기에만 54억9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총 51척을 수주했는데, 이는 올해 수주량의 55%에 달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올 4분기에 전체 수주량의 약 82%와 71%를 각각 달성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4 고로에서 한 작업자가 녹인 쇳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가격 인상에 또 다른 지렛대로 작용한 요인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이다. 철강 가격 V자 반등에 성공한 중국은 4분기 들어 철강 유통 가격이 급등, 12월 말 기준으로 지난 10년 이래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열연 가격도 12월에만 20% 상승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또한 열연 가격이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2018년 상반기 이후 처음으로 1000달러대를 돌파했다. 일본 최대 전기로 업체인 동경제철은 내년 1월 유통되는 주요 제품 가격을 1만엔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이는 2008년 이후 최대 규모 인상 폭이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상승세 역시 제품 가격 상승의 주원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167.27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 평균 가격보다 35.21% 오른 수치로, 올해 최저가였던 지난 2월 3일 t당 80.38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급등한 상태다.

    여기에 당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철광석 가격 오름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철광석 채광기업인 브라질 발레(Vale)는 이달 초 올해 연간 철광석 생산 목표를 3억1000만t에서 3억500만t으로 소폭 내려 잡았고, 최대 철광석 수출항인 호주 필바라 항구에서는 사이클론 경보 등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전방산업인 자동차·가전제품의 생산 회복 등도 철광석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이 실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1% 오를 경우 삼성중공업은 3%, 대우조선해양은 2.4%, 현대중공업은 1%씩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배 한 척을 만드는 데 드는 전체 비용 중 후판 가격이 20%가량을 차지하기에,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은 수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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