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가 답은 아니다.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둘 다 놓치는 수가 있다. 지금이라도 3단계 격상해야 한다."

"3단계 격상하면 서비스업 분야뿐만 아니라 일부 공장도 멈춘다. 말 그대로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는 조치인데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가 지난 27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없이 2.5단계 조치를 유지하기로 한데 대해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를 꺾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3단계 조치가 불러올 경제적 후폭풍을 감안해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검체 체취를 하기 전 목을 축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27일 정례 브리핑을 열고 이날 종료 예정이던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를 6일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은 "연말연시 방역 효과에 따라 둔화하고 있는 환자 증가세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추이를 봐야 한다"면서 "다음 한 주간 상황을 지켜보며 모든 거리두기 조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1월 3일 이전에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급격한 확산세 억제 ▲수도권 이동량 감소 ▲감염병재생산지수 감소 ▲병상 가동력 회복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 추가 시행 등을 근거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연일 1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이미 3단계 전환 기준을 충족한 상황에 왜 방역 당국이 거리두기를 강화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이날 오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변이 바이러스도 국내에서 검출됐는데 당장 3단계 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격상해야 한다" "이번엔 당연히 3단계 조치할 줄 알았는데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정부의 거리두기 전환 기준을 보면, 일주일 간 일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800~1000명 이상이거나 또는 일일 확진자가 2배로 증가할 때를 ‘3단계’로 정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22~28일)간 증가세가 가파르진 않았으나, 일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는 984명으로 전환 조건을 충족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이모(27)씨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3단계 격상으로 ‘밥줄’이 끊기는 상황이 우려되기는 한다"면서도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보다는 일주일 정도 3단계를 적용해 코로나 확산세를 멈추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성탄절 당일 놀이공원에 사람이 몰린 사진을 봤는데 이대로 가다간 일일 신규 확진자 2000명은 시간 문제일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방문객들이 모여 있는 모습.

코로나 사태로 반년째 입사가 미뤄지고 있는 신입사원 김모(26)씨도 "온갖 이유를 들면서 ‘2+a’ ‘3-a’ 단계를 둘 생각이었다면, 애초 왜 거리두기 전환 기준을 왜 세운 건지 모르겠다"며 "변종 바이러스까지 국내로 들어온 데다 국내 일일 확진자 수도 계속해서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우물쭈물하기보다는 짧고 굵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3단계 격상은 도시 봉쇄에 준하는 만큼 최대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필수 시설 외 전국 209만여개 다중이용시설에 집합금지가 떨어지고 각종 국공립시설도 운영이 중단된다. 학교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거나 휴교 조치에 들어가고 회사도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로 전환된다.

취업준비생 박모(25)씨는 "3단계는 도시를 아예 ‘셧다운’ 하는 조치인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미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피로도도 너무 높아졌고 올 겨울 내내 확산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걸 아는데 3단계로 높인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박씨는 "이미 2.5단계 방역수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거의 3단계에 준하게 생활하고 있지 않느냐"며 "지금 2.5단계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3단계로 올린다고 지킬 것 같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에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모(45)씨도 생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로 거리두기 격상에 반대했다. 이씨는 "2.5단계에서도 장사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3단계로 격상하면 필수 업종이 아닌 이상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며 "이는 매출 감소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대출금이 이미 쌓일 대로 쌓였다. 가게 문을 강제로 닫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영국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확인되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방호복을 입은 해외 입국객이 대기하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경제적 충격을 감수하고서라도 현재의 코로나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리두기 3단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 주장과 달리 병상은 폭발 직전이다. 지금 체계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검체 검사 의료진들은 이미 탈진 상태인 데다 민간병원의 다른 과 의료진까지 당직을 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외부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직장인 사이에서 감염이 많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3단계 격상해 이동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거리두기 단계 격상의 필요성은 한 달 전부터 얘기해왔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라도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몇 주짜리 단기적인 거리두기 조치를 넘어 내년 하반기 집단면역 형성 시기까지 고려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땜질식 대응’만 이어간다면 다음 겨울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