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巨與의 밀실입법 핑계거리 돼버린 코로나

조선비즈
  • 양범수 기자
    입력 2020.12.28 06:00

    "처벌 양형 부분을 시범 운영처럼 해보는 것이 어떠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상정된 24일 회의장 안에서 한 여당 의원이 한 말이라고 한다. 법으로 정해지는 처벌 규정을 시범 운영해보자는 얼토당토않은 이말을 기자들은 회의에 배석한 관계자를 통해 전해들어야만 했다. 지난 8월 국회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기자들의 회의장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은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상법 개정안·5.18 특별법 등을 처리할 때도 있었다. 해당 법안들은 여야의 핵심 쟁점 법안이었기에 수십명의 기자들이 회의장 앞 복도에 쪼그려 앉아 회의장 문에 귀를 대고 진행 상황을 파악해야했다.
    많은 기자들이 회의장 밖 좁은 복도와 문 앞에 붙어 있게 되면서 '여기서 한 명이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큰일 나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사전에 비표를 발급받은 기자만 회의장 출입이 가능하다"며 "통상 영상 촬영 기자나 사진 기자들만 비표를 받아 출입하고, 취재 기자는 각 위원회 위원장실에 미리 허락을 맡아야 비표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각 상임위가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밀실 회의를 이어갔지만 예산결산심사특별위원회는 관행대로 취재 기자들의 소위원회 회의 출입을 허용했다. 덕분에 정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고, 어떤 사업에 대한 예산들이 무슨 이유로 감액 또는 증액이 논의되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국회법 57조는 국회 소위원회 회의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결로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의결 전까지는 공개해야한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는 공수처법이 안건조정위로 회부됐던 지난 7일 소위원회 회의도 취재진 없이 진행했다.

    소위원회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1세대가 1주택을 보유·거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과 처벌 대상과 관련해 여야간 이견이 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이 또 다시 밀실 회의를 통해 깜깜이로 통과될 것이다. 법안이 어떤 논의를 거쳐 통과됐는지 2주 뒤에 올라오는 회의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린 뒤다.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들어서면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왔다. 국회 개원을 위한 원구성 협상 때도, 내년도 예산안 심의 때도 국회법에 따른 기한 내 처리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예산안 논의는 공개하고 여야의 쟁점 법안에 대한 논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은 원칙에 기인했다기 보다 여당의 입맛대로 정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여당이 어수선한 코로나 시국을 틈타 논란이 있는 법안을 깜깜이 처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 최소한 어떤 논의들을 거쳐서 통과되는지 공개되야 한다. 설익은 법이 졸속 통과돼 부작용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이 누구인지는 국민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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