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에 버블꼈다”는데… 부동산 진단 갑론을박 근거는

조선비즈
  • 백윤미 기자
    입력 2020.12.25 06:00 | 수정 2020.12.25 08:38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역대 최고치를 이어갈 정도로 주택 시장 과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년 부동산 시장이 어디로 움직일 지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까지 한국 자산시장에 버블이 끼었다며 "동학개미들이 큰 돈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시장의 열기는 뜨겁다. 버블인지를 판단하는 전문가들의 근거도 제각각인 상황이다.

    일러스트=정다운
    ◇수요와 공급 그리고 정책을 보면 "버블 아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에 아직 버블이 형성된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수요가 여전히 많다 △공급이 부족하다 △현재 부동산 정책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등을 근거로 말한다.

    ① 집 사고 싶은 사람이 아직 많다
    최근 서울을 비롯해 다시 매수세가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매수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은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계속 상승 중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109.9) 대비 2.4포인트(P) 올라 112.3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3개월 만에 기준선(100)을 넘어선 이후 거침없이 오르는 중이다. 경기도는 매수우위지수 112.5를 기록하며 오히려 서울보다도 높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가격에 버블이 형성됐는지는 시장에 수요와 공급이 일치했을 때 판단할 수 있다"면서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은 현재 시점에서 주택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② 주택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진다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버블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로 종종 제시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6만5594가구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36만1320)의 73.5% 수준이다. 2022년에는 23만9396가구로 더 줄어든다.

    서울은 입주물량이 더욱 급격히 감소한다. 올해 서울 아파트는 4만8758가구가 입주했지만, 내년에는 2만6940가구로 반토막난다. 2022년에는 1만6920가구로 급감한다.

    통상 수요와 공급 법칙대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상승한다. 이 때문에 주택 가격이 갑자기 하락하는 버블 붕괴 현상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은 주택 수급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현재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도 정부는 공급을 못 하게 하는 정책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실수요보다 과도하게 오른 측면도 있어 단기간 조정이 올 수도 있겠지만, 버블이 붕괴되는 것 같은 상황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③ 현재 부동산 정책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유로 꼽히곤 한다.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공공임대와 공공자가주택 등을 주된 주택 공급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토지임대 또는 환매조건부 주택을 합친 공공자가주택과 기존에 지어진 주택을 정부가 사거나 향후 지어질 민간 주택을 정부가 미리 사들여 임대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장관이 바뀌어도 현 부동산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동산 시장 상황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현재 변창흠 후보자가 언급한 공급정책은 임대주택이 대부분인 만큼 집값 안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임기도 1년 남짓으로 짧아 기존 제도 내에서 양도세 감면이나 규제지역 조정 등 정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도 "공공임대아파트나 개발이익 환수 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존 주택시장 안정을 가져오기에는 새 장관의 임기가 짧지 않나 싶다"라면서 "오히려 하위 10%에 대한 영구임대주택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민간이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만 집값 안정을 위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금리와 주거비 부담 보면 ‘거품’

    반면 현재 급격히 오른 집값이 이미 버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금리가 오르고 있다 △PIR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전세난이 매맷값을 더 자극하고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운다.

    ① 금리가 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제로금리' 기조에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7개월째 연 0.05%로 유지되고 있지만 최근 국내 은행 대출 금리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신한은행의 변동금리부(코픽스·신규 기준)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지난달 20일 2.42%에서 이달 4일 기준 0.09%P, 주담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40%에서 0.05%P, 신용대출은 1.88%에서 0.12%P 각각 상승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고 주택 가격도 내재가치 대비 평균선을 이탈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현재는 집값 버블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라면서 "내년 집값이 계속 오르고 기준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버블은 터질 가능성이 있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②PIR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집값이 급등한 데 따라 소득을 전부 모아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이 역대 가장 길어졌다는 점도 버블의 근거로 꼽힌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3분위 가구(2인이상·도시가구)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15.6으로 2008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주거비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는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주택을 살 수 있는 기간을 가리킨다. 수치가 높을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뜻해 주택 가격이 버블인지 여부를 알아보는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패닉바잉'이 30대를 넘어 20대까지 넘어가면서 소득 대비 주택가격을 올려놓은 건 분명 비이성적 과열"이라면서 "현재 집값은 버블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맞는다"고 했다. 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만연한 집값 우상향에 대한 맹신에 가까운 믿음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했다.

    ③ 전세난이 매맷값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전세난에 중저가 주택 구매 수요가 늘면서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과 지방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버블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주 전국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은 각각 0.29%, 0.30% 올랐다.

    이번주 매매가격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7개월여 만에 최고치였다. 전셋값 역시 지난주 상승폭(0.30%)을 유지하면서 68주 연속 올랐는데, 실수요 대비 매물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서울(0.14%)은 78주 연속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세금이 실제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오르다보니 집값도 밀어 올린 형국인데 이는 비정상적인 요인이 가격에 포함됐다는 의미라는 시각이 있는 셈이다.

    고종완 원장은 "강남을 비롯해 서울 외곽 지역까지 아파트값이 올라 서울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주택가격 거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공급부족으로 전셋값과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큰데, 가격 거품이 계속 쌓이면 정점이 오고, 결국 터지게 되면 폭락이 올 위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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