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를 맞은 중고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만큼은 식지 않고 있다. 올 한 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캠핑과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문화) 인기로 SUV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차 수요도 함께 올라왔었는데, 연말까지도 기세가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티볼리 에어.

매년 12월은 중고차 시장의 대표적인 비수기다. 해가 바뀌기 전에 타던 차량을 처분하려는 소비자가 많아 매물은 늘어나는데, 완성차 업계의 신형 모델 출시와 연말 맞이 할인 프로모션이 맞물리면서 중고차 수요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연말은 통상적으로 국산차와 수입차, 차종과 차급을 가리지 않고 중고차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다.

하지만 SUV 중고차량은 이번 달에도 상승세를 보였다. AJ셀카가 21일 공개한 12월 '내차팔기' 대표 시세를 보면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는 전달 대비 7% 상승해 이달 시세 상승폭이 가장 큰 모델을 기록했다. 또 현대자동차싼타페와 기아자동차쏘렌토도 각각 5%씩 상승했다. 이달 거래량 상위 20개 모델의 판매 시세가 평균 3%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SUV 차종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AJ셀카 측은 "연식변경에 따른 시세 변화 영향과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불황을 고려하면 올 연말 중고차 시장의 시세 하락은 비교적 선방한 편"이라며 "특히 SUV의 인기는 수개월 전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볼보 XC90.

특히 고급 SUV의 인기가 이어졌다. 엔카닷컴의 12월 중고차 시세에 따르면 볼보 XC90 2세대와 포르셰 뉴 카이엔 가격은 각각 2.62%, 3.99% 올랐다. 고급 SUV 모델은 폭설 등에도 주행능력이 뛰어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중고차시장에서는 대기 기간이 없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수요가 몰린 덕이다.

다만 일부 SUV 모델 중에는 하반기 출시된 신형 모델과 연말 할인 프로모션의 영향을 크게 받은 모델도 있었다. 엔카닷컴의 르노삼성 SUV QM6 가격은 전달 대비 9.93% 큰 폭 하락했다. 올해 하반기 나온 신차에 밀린 올뉴투싼과 올뉴카니발도 내차팔기 시세 기준 각각 3%, 7%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QM6는 최근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고, 투싼과 카니발도 신차 효과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이들 모델은 각 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말 할인과 잔가보장 할부 등 혜택도 있어 중고차보다 신차를 사는 편이 유리하다는 소비자 인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