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리스크 피하자' 싱가포르 향하는 글로벌 은행들

조선비즈
  • 이슬기 기자
    입력 2020.12.22 11:24 | 수정 2020.12.22 11:28

    UBS·JP모건 등 싱가포르 인력 대폭 확대
    "싱가포르 채용, 홍콩 내 채용의 최대 8배"
    中 홍콩 보안법 강행 이후 미중 갈등 증가
    금융허브 지위 흔들...위험 피해 중심추 옮겨

    글로벌 금융회사가 밀집한 홍콩 도심의 풍경./연합뉴스
    세계 주요 은행들의 탈(脫)홍콩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강행으로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불안 요소가 커지면서 각 은행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사업 중심추를 싱가포르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의 자료를 분석·인용해 이달 9일 기준 JP모건과 UBS의 싱가포르 내 채용 규모가 홍콩의 8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씨티은행,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등도 홍콩 대비 싱가포르 채용 규모가 약 3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경우 홍콩 채용이 아예 전무했다.

    한 투자은행 임원은 FT에 "지정학적 상황을 감안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노력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통적으로 인원 수가 적은 싱가포르의 인력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씨티은행 측은 "홍콩과 싱가포르 모두 중요한 도시로, 두 시장에서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지난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경제·통상 분야에서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대우를 지난 7월부로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그간 홍콩에 대해 중국 본토보다 낮은 무역 관세를 부과했고, 홍콩도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홍콩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홍콩 보안법 시행으로 특별지위가 사라지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라는 위상이 상당 부분 흔들리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글로벌 은행들이 향후 투자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서둘러 싱가포르로 인력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금융 부문 채용 업체인 허드슨과 마이클페이지는 올해 자사 영업의 15~20%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인력을 이동시키는 금융사들을 지원하는 업무였다고 밝혔다.

    허드슨의 싱가포르 지사 책임자는 "올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은행가들을 옮기고 보안·내부 감사 책임자 등을 싱가포르로 재배치하는 작업이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개빈 테오 마이클페이지 싱가포르 부본부장도 "기존에는 금융사들이 홍콩 위주로 사업을 운영했지만, 최근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채용 계획이 생기면 싱가포르로 배정을 한다"고 했다.

    홍콩 지역 은행 경영진을 고객으로 둔 부동산 중개업체 나이트프랭크의 엘라 셔먼 영업담당 부사장은 "최근 우리가 맞이한 고객인 홍콩 내 은행 경영진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을 고려해 홍콩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각 금융사는 이러한 작업을 대부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중국 당국의 감시망에 잡히지 않도록 은밀하게 인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셔먼 부사장은 본사 및 인력 이전을 준비하는 금융사들이 '중국 정부의 노여움'을 피하고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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