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앤트그룹 국유화 수순 밟나…“중국 정부가 원하면 가능”

조선비즈
  • 박수현 기자
    입력 2020.12.21 13:15 | 수정 2020.12.21 13:26

    마윈(馬雲)이 지난달 중국 금융당국에 소환됐을 당시 앤트그룹의 ‘부분적 국유화’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각)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마윈이 지난달 2일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4개 감독기관과 웨탄(豫談)에서 "필요하다면 앤트그룹의 어떤 플랫폼도 국가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 /로이터 연합뉴스
    웨탄은 형식적으로는 면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질책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데에 쓰인다. 당국을 공개 비판한 대가로 앤트그룹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마윈이 납작 엎드린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국은 마윈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앤트그룹에 지금보다 엄격한 자본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은 검토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당국은 앤트그룹의 지급준비금을 기존 5%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당국이 이러한 규제를 통해 앤트그룹의 자금줄이 끊길 때까지 기다려 국유은행이나 다른 국영기관에 넘기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유니온 페이도 비슷한 방식으로 국유화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WSJ는 익명의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적어도 (앤트그룹의) 일부는 국유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정권은 그동안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는 기업들을 가차없이 쳐내왔다. 다롄완다그룹, 안방보험그룹, HNA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당국의 자산 매각 명령을 받고 국유화됐거나, 창업주가 18년 이상의 장기 징역형을 받는 곤혹을 치렀다.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마윈은 지난 10월 24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등 중국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에서 "중국 금융당국이 담보가 있어야 대출해주는 ‘전당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 당연한 지적이란 목소리도 나왔지만, 국가급 지도자와 금융 최고위 당국자들의 면전에 댄 도발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우려는 일주일 만에 현실이 됐다. 류허(劉鶴) 부총리는 지난달 1일 금융안정위원회를 소집해 앤트그룹을 겨냥한 핀테크 산업 규제를 예고했다. 다음날에는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4개 기관이 마윈과 웨탄을 가졌다. 상하이·홍콩 증권 거래소는 하루 뒤 앤트그룹의 상장 연기를 발표했다.

    당국은 지난달 10일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독점 거래를 규제하는 가이드라인 초안도 공개했다. 반(反)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알리바바그룹 산하 알리바바 인베스트먼트, 텐센트홀딩스 산하 웨원, SF홀딩 산하 선전 하이브박스에 각각 50만위안(약 8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50만위안은 각 회사의 매출에 비하면 아주 작은 금액이지만, 관련 법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최고한도 벌금이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에 있는 앤트그룹 본사 전경. /차이신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이자 세계에서 시총이 7번째로 큰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계열사다. 지난달 5일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해 역대 최대인 340억달러(약 37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은 앤트그룹 상장 후 세계 11번째 부호 자리에 오를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앤트그룹이 상장 작업을 재개하더라도 규제 강화 여파로 이전에 기대했던 것 만큼 많은 자금을 모으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윈은 앤트그룹 상장이 중단된 이후 공개석상에 나서지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발언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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