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 퇴치” 아파트 주민들 직접 나서니… 매물 32개→6개 ‘뚝’

조선비즈
  • 백윤미 기자
    입력 2020.12.19 06:00

    "(허위매물 신고로) 매물이 줄어드는 걸 볼 때마다 울화가 치밉니다. 진짜 이 동네 부동산 ‘가두리'가 이정도였나 싶네요"(고양 덕양구 행신동 A 아파트 주민)

    경기도 고양시 일각에서 부동산 가두리 영업으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한 주민들이 직접 나서 허위매물 신고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두리 부동산이란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보다 싼 값에 매물을 내놓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말한다. 가두리를 치고 집값이 오르지 못하게 잡아둔다는 의미로 붙은 이름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고양 덕양구 행신동 1600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주민들이 ‘가두리 부동산에 수십년 당한 세월이 신물난다'면서 소유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개설했다. 이 대화방에는 3일 만에 60여명이 모였다.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한 마을 연합회 단체 대화방 홍보 게시글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와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캡처
    이들은 해당 아파트 단지 인근의 부동산들이 수년 동안 소위 ‘가두리' 영업을 해 소유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도 실제로 없는 매물을 시세보다 낮게 내놓는 허위매물이 많다며 같이 신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주인들이 직접 나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나 부동산 시세 앱 ‘호갱노노' 등에 단체대화방을 홍보하기도 한다.

    이 대화방에 있는 주민들은 실시간으로 허위매물 정보를 공유하면서 부동산에 직접 있는 매물인지 확인하고, 없을 경우 신고하는 등 활동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부동산의 경우 1인당 신고가 최대 5개로 제한돼 대화방 내에서 다른 소유주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단체로 신고에 나선 지 3일 만에 해당 단지 전용면적 49㎡ 매물은 종전 32개에서 6개로 대폭 줄었다.

    이에 주민들은 "이 동네 부동산 가두리가 이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주민들이 힘을 합치니 3일만에 매물이 3분의 1로 줄었다"면서 "이제까지 가두리에 당한 세월이 억울하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단체대화방을 개설한 이 단지 소유주 A(40)씨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고 집값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는데, 최근 가두리 부동산에 대한 주민들 원성이 너무 커 문제의식을 느끼고 대화방을 개설하게 됐다"면서 "주민들 신고로 며칠 만에 매물이 줄어드는 걸 보니 공인중개업소가 전산에 올려둔 매물조차 가짜였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상당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단지 일부 소유주의 경우 해당 단지 근처가 아닌 인근 지역 부동산을 이용하는 기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이 단지 전용면적 49㎡는 2억3000만~2억7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는데, 현재 현지 부동산에 나온 매물의 호가는 최고 3억5000만원에 이른다.

    실제로 호가가 높은 매물을 중개하는 부동산의 위치를 살펴보면 단지 내 부동산이 아닌 행신동 내 다른 아파트 단지에 있는 부동산이거나 화정동이나 삼송동 등 인근 타 지역의 부동산인 경우가 많았다.

    해당 단지 매물을 중개하는 덕양구 내 타 지구에 있는 B공인 관계자는 "행신동이 유독 허위매물이 많다"면서 "그 동네 부동산에 직접 전화해봤는데 거의 다 거래완료된 매물이라고 해서 ‘왜 안내리냐'고 했더니 ‘우리는 천천히 내려요'라더라. 과태료 500만원이 무섭지도 않은지 이상했다"고 했다.

    A아파트 내 부동산인 C공인 관계자는 부동산에서 매물 가격을 낮게 올려 가두리 영업을 하는게 맞는 이야기인지 묻자 "그런 건 모르겠다"면서 "최근에 매물이 다 빠져 현재 매물이 전용 49㎡는 세 안고 있는 3억짜리 하나 밖에 없는 것은 맞는다"고 답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같은 마을 인근 아파트단지들도 가두리 퇴치에 참여 의지를 보이면서 ‘마을 연합회' 단체 대화방이 생기는 등 주민연합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 대화방은 18일 현재 100여명의 소유주가 모였다.

    최근 정부가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해 올해 8월 21일부터 허위매물을 온라인에 게재한 공인중개사에게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허위 광고 사례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 한 달은 계도기간을 주었지만, 이후 허위매물 감소세는 미비한 상황이다.

    계도기간(8월21일~9월20일)에는 1507건이 신고 접수됐다. 본격적인 법령 위반 확인과 과태료 부과 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실시한 한 달(9월21일~10월20일) 간 1490건이 접수돼 계도기간 전후로 큰 변화는 없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허위매물에 아직도 강력한 제재가 없으니 주민들이 나서게 되고 주민들과 중개사 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면서 "공인중개사협회에 고발권이나 처벌권 등을 주는 등 단속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현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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