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신 5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엑시노스2100'
갤럭시S21에 퀄컴 '스냅드래곤888'과 병행 탑재
GPU서는 성능 차 불가피… AMD와의 협업으로 개선 전망
삼성폰 생산 늘고, 중국서도 화웨이 제재 일부 반사익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의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 들어갈 삼성의 스마트폰용 통합칩 ‘엑시노스2100’이 15일(현지 시각) 모습을 드러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삼성 뉴스룸을 통해 갤럭시S21의 1월 조기 출시를 예고한 날이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핵심 사업이다. 이런 가운데 새해 1월 공개될 엑시노스2100은 최근 임원인사·조직개편을 통해 재정비된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박용인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김민구 개발실장(부사장) 체제’에서 나올 첫 결과물인 만큼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이 최근 공개한 플래그십용 통합칩 ‘스냅드래곤888’과 함께 엑시노스2100를 지역에 따라 5대 5 정도로 병행 탑재할 전망이다. 한국, 유럽, 인도 등에서 엑시노스가 탑재된 갤럭시S21이 출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IT 기기 성능 측정 전문 사이트 ‘긱벤치’에 올라온 엑시노스2100은 싱글코어·멀티코어 부문에서 각각 1006점, 3059점을 받았다. 미국에 판매될 스냅드래곤888 칩을 넣은 갤럭시S21 울트라 성능 분석과 비교해보면 점수가 약간 낮지만, 아직 두 칩 모두 시제품이라는 점에서 제품이 안정화된 출시 이후 성능을 비교해봐야 한다고 업계는 말한다.
같은 날 삼성전자 유튜브에는 ‘엑시노스: 생큐’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4분 13초 분량의 애니메이션 영상은 은퇴 후 무료해진 주인공이 토끼로 분한 엑시노스를 매개로 꿈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제품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엑시노스2100 출시가 임박했다는 점을 알리는 영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영상 설명에서 "최신 삼성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을 탑재해 고해상도 영상 등 대용량 스트리밍(실시간재생) 서비스를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또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적용돼 지능형 카메라, 가상·현실을 연결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확장 현실(Extended Reality, XR) 같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력한 중앙처리장치(CPU)는 원활한 멀티태스킹 경험을 가능케 하고, 한층 향상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모바일 기기에서도 고사양 콘텐츠를 빠르게 구동해 준다"고도 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엑시노스2100은 스냅드래곤888처럼 삼성의 최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인 5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로 생산된다. 자체 개발하던 CPU 대신 ARM의 표준 코어를 채택했기 때문에 퀄컴과의 성능 격차는 주로 GPU에서 비롯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삼성이 채택하고 있는 ARM의 말리 GPU는 퀄컴(아드레노) 대비 약 10% 정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통합칩에서 연산·통신 속도를 결정하는 CPU와 모뎀칩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화면이 커지고 모바일 게임, AR·VR(증강·가상현실) 활용이 늘면서 GPU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ARM의 GPU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만큼 이 분야 강자인 AMD와 협업해 내년 하반기 등장할 차세대 엑시노스부터 반전을 꾀할 전망이다. 김영우 SK증권 이사는 "AMD의 GPU가 들어간 엑시노스가 나오면 스냅드래곤과 견줄 만큼 성능이 전반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대내·외 여러 상황도 엑시노스의 성장 발판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가 3억4000만대로 올해(2억6500만대) 대비 3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점, 올해 갤럭시 전체 물량의 20% 정도만 들어갔던 엑시노스가 내년 50%까지 비중을 늘릴 것으로 추정되는 점, 화웨이 제재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중국 비보·샤오미가 일부 기종에서 엑시노스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엑시노스의 파이는 점진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