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자동차의 정의가 재정립되고 있습니다. 가장 적응력이 뛰어나고 탄력적인 시스템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재 프로그래밍과 빠른 반응속도를 지닌 자일링스(Xilinx) 적응형 반도체가 미래 자동차에 적합한 이유입니다."

9일 유세프 칼릴롤라히(Yousef Khalilollahi) 자일링스 아태지역 세일즈 부사장은 ‘오토모티브 트렌드 2021’ 온라인 간담회에서 "자일링스는 설계자가 제품을 출시한 후에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단에서 제품을 조정할 수 있는 적응형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일링스 제공

자일링스는 198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전문 기업이다. FPGA 분야를 개척해, 시장 5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FPGA는 하드웨어적으로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다. 인공지능(AI) 연산과 빅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통신 산업에서 널리 쓰인다. 자일링스는 지난 10월 CPU(중앙처리장치) 분야 2위 기업 AMD에 인수되기도 했다. 인수 대금은 350억달러(약 38조원)에 이른다.

자일링스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자동차 반도체 시장 현황과 사업 계획을 밝혔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도입과 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면 자율주행에 앞서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가 도입되고 있고, 5G 통신을 활용한 커넥티드카, TaaS(서비스로서의 교통) 등이 미래 자동차의 핵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한 DAPD(Data Aggregation, Pre-processing, Distribution) 처리에 쓰이는 센서 및 카메라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새로운 센서·카메라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반도체가 필요한 이유다.

기술 발전에 따라 자동차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450억달러에서 2040년 1750억달러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도 반도체 시장의 큰손이다. 칼릴롤라히 부사장은 "자동차 시장 혁신 속도가 이미 일반적인 반도체 설계주기를 넘어섰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시장이 요구하는 속도에 맞추기 위해선 전통적인 반도체보다 유연하고 적응성 높은 솔루션이 요구된다"고 했다.

자일링스 FPGA는 미리 설계한 대로만 작동하는 ASIC(주문형반도체)보다 개발비용이 저렴하고, 언제든 재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자일링스 자동차 반도체는 단순한 재 프로그래밍을 넘어서 네트워크를 통한 OTA(Over The Air)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자동차 시장에서 자일링스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이유다.

자일링스의 자동차 반도체 판매량은 2006년 540만개에서 올해 1960만개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칼릴롤라히 부사장은 "15년간 매해 출하량이 두자릿수 성장해왔고, 현재까지 자동차 반도체 1억6000만개 이상을 팔았다"며 "ADAS를 위한 반도체 판매량만 7500만개"라고 했다.

전면 자율주행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안전성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선 빠른 반응·처리속도가 필요할 뿐 아니라, 검증된 신뢰성도 필요하다. 칼릴롤라히 부사장은 "자일링스는 오랜 기간 자동차·산업·항공우주 분야에서 품질과 신뢰성을 입증했고, 현재까지 리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칼릴롤라히 부사장은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가장 똑똑한 기술자나 강력한 재정이 아닌 적응력"이라며 "자일링스 적응형 플랫폼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역동적인 시장에서 가치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