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하게 엇갈린 삼성 준법감시위 평가…"지속가능성 긍정적"vs"실효성 없어"

조선비즈
  • 강현수 기자
    입력 2020.12.07 16:34 | 수정 2020.12.07 19:00

    강일원 "위상 강화됐지만 삼바 증거인멸 조사 불충분"
    홍순탁 "짧은 점검에도 미비점 드러나...한계 명확"
    김경수 "변화 긍정적, 이사회 넘는 권한도 부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 운영의 실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전문심리위원들이 법정에서 엇갈린 의견을 진술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이날 오후 2시 5분부터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전문심리위원 세 명이 출석해 직접 의견을 진술했다.

    전문심리위원은 법원과 특검이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과 이 부회장 측인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구성됐다. 이들은 그동안 재판에서 논의된 것을 바탕으로 현장방문, 관계자 면담 등을 진행해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 성과를 평가했다.

    가장 먼저 의견을 진술한 강 전 헌법재판관은 비교적 중립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강 전 헌법재판관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위상이 강화·활발해지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건 확인했다"면서도 "합병 관련 형사사건이나 삼성바이오 증거 인멸 사건 등에 관해서는 조사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조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내외부 시스템도 강화돼 누구나 신분 노출 위험 없이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다만 기간이 짧아서인지 최고경영진 관련 제보는 발견하기 어려웠고 대부분이 민원사항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정리하고 선제적으로 예방활동을 하는 데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평가를 내렸다"며 "하지만 회사 내 준법문화와 여론의 관심 등을 지켜본다면 준법감시위원회의 지속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도 했다.

    반면 특검 측이 지정한 홍 실행위원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 실행위원은 "현재까지 준법감시위원회와 조직은 모니터링 체계를 수립하지 않았고 이뤄진 게 전혀 없다"며 "이런 항목을 포함해 외부 컨설팅 업체에 발주했다고 하지만 현재는 공백상태인 게 사실이다. 전체 인원 등을 고려하면 핵심적 모니터링 공백은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홍 실행위원은 또 "의혹제기도 아닌 검찰기소가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 위반 리스크에 대한 기본적 사실조회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른 임직원에 적용된 동일한 프로세스인 사실관계 확인 보고, 인사조치 검토 대책 수립 등이 최고경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속 가능성에 대해 "준법감시위원회 관계사 추가는 7개사가 동의해야 하는 데 비해 탈퇴는 단독 서면으로 가능하다"며 "예산 배정 중단, 사무국 보직전환 등을 막을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준법감시위원회가 지속가능한 제도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했다.

    홍 실행위원은 "시간 관계상 현장점검이 일수로 3일, 시간으로 10시간에 그쳤는데 이 짧은 기간에도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대부분 내용이 미비하다는 게 현재 시점에서 준법감시위원회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렇다고 하면 종합결론은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다는 게 상식적"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의견을 발표한 김 변호사는 홍 실행위원과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준법감시제도에 구조적 변화가 있고, 실무적 준법감시활동을 하는 관계사들의 위상과 지위가 강화된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기존에는 준법감시위원회 인사 구성이 최고경영진에 속해있어서 굉장히 취약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체계가 바뀌었다"며 "위상이 강화된 관계사 준법지원, 새롭게 출범한 외부 준법감시위원회, 총수 등 임원들의 준법문화 등 구성요소가 근본적 변화 불러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준법감시위원회는 작은 그물망이지만 총수 등 최고경영진의 거대 비리와 불법 단서를 걸러낼 수 있다"며 "비리 단서를 찾아내면 준법감시위원회와 연계해 더 진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법감시위원회는 외부 조직이지만 관계사 조사, 이사회 의견제시, 최고경영진에 필요한 권고를 하는 등 다양한 권한이 있고 유기적 규정도 많이 생겼다"며 "비록 위원회가 외부조직이지만 준법감시활동과 관련해 법령이 정하는 이사회, 감사회를 넘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의견 진술 이후 특검 측은 "강 전 헌법재판관과 홍 실행위원의 결과를 보면 거의 대동소이한데 김 변호사는 이 두 분의 점검사항 결과에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며 "총수의 준법 의지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이 부회장에 대한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근거로 총수 의지를 판단했는지 의견이 듣고 싶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 측은 강 전 헌법재판관, 홍 실행위원에게 "준법감시위 권고, 요구 등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거나, 이사회 결정으로도 협약 탈퇴를 못하도록 하거나, 이사회 의결이 없더라도 준법감시위원회를 선임할 수 있어야지만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부회장의 다음 재판은 오는 21일 오후 2시 5분에 열린다. 이날은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 진술에 대한 특검과 변호인의 의견진술이 이어진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형량을 구형하는 최종변론기일은 30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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