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이면 가치가 생긴다"… 新 가치 창출 포인트로 커뮤니티 주목
온라인 쇼핑몰에 커뮤니티 서비스 접목… 접속 시간 늘려
오프라인 매장도 MZ세대·지역주민 커뮤니티 공간 조성 나서
유통기업들이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예전엔 인터넷 카페나 네티즌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를 통해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면, 이제는 직접 커뮤니티를 운영해 고객들이 모여서 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1일 온라인 쇼핑몰 리바트몰을 리뉴얼 오픈했다. 가상현실(VR) 쇼룸 도입으로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개선했지만, 방점은 커뮤니티 공간 구성에 뒀다. 리바트몰에 접속해 오른쪽 측면에 있는 '커뮤니티' 배너를 클릭하면 사이트는 커뮤니티로 전환된다. 커뮤니티에선 '랜선집들이' '고수의집들이' 등을 통해 개인이나 전문가의 인테리어 제안과 가구 배치 노하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같은 커뮤니티형 정보 공유 서비스는 가구·인테리어 쇼핑 플랫폼 '오늘의집'이 먼저 시도했다. 오늘의집은 '집들이' '노하우' '전문가집들이' 코너를 운영하며 고객들의 사이트 체류 시간을 늘리고,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할 계획이 없더라도 커뮤니티를 방문해 웹 서핑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핑을 하다 마음에 드는 가구나 소품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게 된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인테리어 고수를 찾고 그들의 집을 온라인 집들이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며 "예쁜 집을 보며 따라 하던 유저들이 직접 꾸민 집 사진을 올린 결과 80만개 이상의 인테리어 사례를 보유한 서비스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리빙&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까사미아도 '커머스 & 커뮤니티'라는 개념을 도입한 '굳닷컴'(guud.com)을 지난 7월 오픈했다. 제품 판매와 함께 인테리어 팁, 숙면, 디자인 등 일상생활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굳닷컴은 유튜브 채널 '굳튜브'도 함께 운영 중이다. 굳튜브에서는 신진 디자이너 인터뷰, 무상 메이크오버(집 단장) 프로젝트 '꿈꾸는 집', 숙면 실험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제공한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홈퍼니싱도 온라인에서 소비자 접점을 늘려 나가야 한다"며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이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어 온라인 마케팅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까사미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오픈 커뮤니티가 아닌 회사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웹진 형태다. 콘텐츠의 질은 우수하지만, 콘텐츠의 양이나 소비자 관여도 측면에서는 다소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도 '동네 정보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서비스한 '동네생활'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동네생활'은 중고 물품 거래가 아닌 반려동물 정보와 동네 맛집, 살림 노하우, 건강, 출산·육아 등 생활 밀접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서비스로 지역생활 커뮤니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는 "동네생활이 지역생활 커뮤니티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고 이웃 간 소통과 교류 활성화를 이끌어 새로운 사회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1위 중고 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와 숙소 예약 플랫폼 '야놀자'는 태생부터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다"며 "사람이 모이면 가치가 생긴다. 기업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고객 유입으로 인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있다"고 했다.
오프라인 쇼핑몰도 커뮤니티 공간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7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 '힙(HIP)화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힙화점은 롯데백화점의 밀레니얼 세대(만 24~39세) 직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는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의 '역(易) 멘토링 제도'로 만들어졌다.
MTT는 롯데백화점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백화점 공간을 '힙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화점은 이들의 제안을 수용해, 영등포점 1층에 MZ세대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고, 그들의 영감을 공유하는 '뮤즈의 작업실'을 마련하는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매장을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8월 부산 아시아드점에 지역 커뮤니티형 매장 '코너스'를 오픈했다. ‘집 앞 골목(코너)을 돌면 만나는 소소하고 특별한 일상'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실내 풋살장과 플리마켓, 지역 문화 아카데미, 어린이 도서관 등을 마련해 장을 볼 생각이 없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마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홈플러스 측은 부산 아시아드점 코너스 매장이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향후 코너스 매장을 다른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을 준수하면서 추가로 전환이 가능한 점포를 상권에 따라 선별해 순차적으로 '코너스'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