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패러다임 바꾼다…5분 충전에 100㎞, 내 차로 다른 차 충전

조선비즈
  • 변지희 기자
    입력 2020.12.02 11:18 | 수정 2020.12.02 15:39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2일 공개했다. E-GMP에는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18분 이내에 80% 충전이 가능하며, 1회 충전시 최대 500㎞, 5분 충전시 100㎞를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은 기존에 가장 보급률이 높은 400V 충전 인프라와도 호환되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으로,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이같은 기술을 확보했다.

    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아울러 차량 외부로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전기차 배터리가 마치 커다란 보조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캠핑 장소에서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거나 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차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파예즈 라만 현대차그룹 전무는 이날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에서 "2025년까지 전용 전기차를 포함한 총 23종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며 "전세계에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보급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첫 적용될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IONIQ)’을 지난 8월 론칭하고, 내년 2024년까지 ▲준중형 CUV ▲중형 세단 ▲대형 SUV 등 3종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E-GMP 효율성, 어떤 경쟁업체와도 비교 불가"

    현대차그룹은 2일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통해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의 기술적인 특장점과 새로운 고속화 모터 및 배터리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E-GMP를 기반으로 내년 '아이오닉5'를, 기아차는 'CV(프로젝트명)'를 출시한다.

    이날 행사 후 진행된 미디어 질의응답 시간에서 '폴크스바겐, GM, 테슬라 등 경쟁자와 비교했을 때 E-GMP만의 장점과 차별성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연구개발본부장은 "새로운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이나 800V 충전 시스템의 효율성은 어느 회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현대차만의 강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빠른 충전 속도는 물론이고 E-GMP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 모델의 경우 600마력의 강한 힘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능 뿐 아니라 좋은 스타일링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또 " 확장성 있는 컨셉과 기술 개발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시장 요구 사항에 유연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기존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했던 것 과는 달리 E-GMP는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됐다. 내연기관 플랫폼과 달리 바닥을 편평하게 만들 수 있고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차지했던 공간이 크게 줄어들어 실내 공간의 활용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새로운 자동차 실내외 디자인도 가능해졌다.

    E-GMP는 모듈화·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이기 때문에 전기차 라인업도 단기간에 늘릴 수 있게 됐다. 자율주행, 고성능 EV, V2G(Vehicle to Grid) 등 다양한 활용성까지 감안한 새로운 설계 구조라는 것이다.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6, 아이오닉7, 아이오닉5./현대자동차 제공
    ◇ 세단, SUV 등 다양한 차급에 활용 가능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은 "E-GMP는 차종과 차급의 경계를 넘어 유연한 제품개발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세단, CUV, SUV 뿐 아니라 고성능 모델까지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차량을 신속하게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에 따르면 E-GMP 기반의 고성능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하는데 3.5초 미만, 최고 속도 시속 260km 구현이 가능하다.

    E-GMP 를 통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엔진이 사라진 공간에 상대적으로 가벼워진 구동 모터를 배치하고, 배터리를 하단에 낮게 위치시킬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저중심 설계, 이상적인 전후 중량배분이 가능해졌다.

    이 밖에도 E-GMP는 고속화 모터를 탑재해 구동성능을 대폭 끌어올렸으며, 중대형 차량들에 주로 적용했던 후륜 5 링크 서스펜션과 세계 최초로 양산 적용되는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Integrated Drive Axle을 적용해 승차감을 높였다.

    ◇ 충돌 상황 대비해 다양한 신기술 적용

    E-GMP에는 탑승객과 배터리 안전을 위한 신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됐다. 차량 전방의 충돌 에너지 흡수구간은 차체와 섀시 등 구조물의 효과적인 변형을 유도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대시보드 앞부분인 하중 지지구간은 보강구조를 통해 PE 시스템과 고전압 배터리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차량 하단의 고전압 배터리의 보호구간은 초고장력강으로 충돌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서 고영은 상무는 "냉각수도 배터리 본체와 별개로 바깥쪽에 흐를 수 있도록 여러 안전장치를 했다"고 말했다.

    탑승객 보호공간인 승객실은 변형을 억제하기 위해서 A필라에 하중 분산구조를 적용했다. 배터리 전방과 주변부에는 핫스탬핑 부재를 보강했으며, 배터리 케이스의 중앙부도 차체에 견고하게 밀착시켜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E-GMP는 미래 모빌리티에 적합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공간도 제공한다. 짧은 오버행(차량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 길어진 휠베이스(앞 바퀴와 뒷 바퀴 차축간의 거리)로 개성있는 디자인이 가능하며 슬림해진 콕핏(운전석의 대시보드 부품 모듈)은 탑승공간을 확장시켜준다. 더불어 이처럼 길어진 휠베이스는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내연기관 플랫폼에서는 필수적이었던 차체 바닥의 센터터널을 없애고 배터리를 중앙 하단에 배치하면서 실내 바닥이 편평해져 공간활용성이 극대화됐다. 후석 승객공간이 넓어졌고, 차종에 따라 다양한 전후 시트 배치가 가능하다.

    ◇ E-GMP에 최적화된 고효율 모터, 배터리 등 신규 PE 시스템 적용

    E-GMP에는 차세대 전기차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모터와 감속기, 전력변환을 위한 인버터와 배터리 등의 신규 PE 시스템이 탑재된다. E-GMP의 PE 시스템은 넓은 공간 확보와 중량 절감을 위해 크기와 무게를 줄였고 부품간 에너지 전달 손실을 낮춰 성능과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800V 고전압 시스템으로 충전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우선 모터, 감속기, 인버터를 일체화했다. 모터의 최고 속도를 기존 대비 30~70% 높이고, 감속비를 33% 높여 모터 사이즈를 줄이고 경량화를 통한 효율 개선도 실현했다.

    아울러 차급과 주행거리,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가변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전용 전기차에 최적화된 표준화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모든 차량에는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 셀로 구성된 표준화된 단일 배터리 모듈이 탑재되며, 이러한 표준화 모듈을 바탕으로 기본형과 항속형 등 모듈 탑재 개수에 따라 다양한 배터리 팩 구성이 가능하다.

    E-GMP는 후륜 구동 2WD 방식이 기본이며 트림에 따라 전륜 모터를 추가해 4WD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 최초로 모터와 구동축을 주행상황에 따라 분리하거나 연결할 수 있는 ‘감속기 디스커넥터(EV Transmission Disconnector·동력 분리장치)’를 탑재해 2WD와 4WD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동력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 세계 최초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 적용

    E-GMP는 충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과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아직까지 국내외 대다수 급속 충전 인프라는 40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위한 50~150kW급 충전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빠른 충전을 위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위한 350kW급 초고속 충전 인프라가 설치되고 있는 추세다.

    E-GMP는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초고속 충전기로 충전 시 18분 내 80% 충전이 가능하며, 1회 완충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5분의 충전만으로도 10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기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 전기차는 시장 보급률이 높은 400V 충전 시스템 급속충전 인프라를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부품이 필요했지만, E-GMP는 별도의 부품 없이 초고속 충전기와 기존 급속충전기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E-GMP에 적용된 특허 기술이다. 차량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400V 전압을 차량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안정적인 충전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의 경우 한국도로공사와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구축 협약’을 맺고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350kW급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초고속 충전기 인프라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전기차 선진 시장인 유럽에서는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적 투자를 한 바 있다. 아이오니티는 유럽 전역에 현재 308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고, 건설 중인 51개소를 포함해 2022년까지 총 400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 야외에서 전력 공급이 가능한 V2L(Vehicle to Load) 기술 탑재

    지금까지의 전기차는 외부에서 차량 내부로의 단방향 전기 충전만 가능했다. 그러나 E-GMP는 통합 충전 시스템(ICCU)과 차량 충전관리 시스템(VCMS)을 통해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도 일반 전원(110V/220V)을 차량 외부로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갖췄다.

    새롭게 개발된 V2L 기술은 일반주택의 공급 계약전력인 3kW보다 큰 3.5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약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이처럼 마치 커다란 보조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E-GMP의 V2L 기능은 야외활동이나 캠핑 장소에서 전자제품을 작동하는데 사용하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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