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국내 생산이 이달 본격화한다. 이미 백신의 샘플 생산은 진행 중이며 러시아 백신과 품질 대조 후 곧바로 대량 생산에 돌입한다.
1일 러시아 백신을 생산하는 국내 바이오업체 지엘라파 관계자는 "12월 예정대로 스푸트니크 V 대량 생산에 들어 갈 계획"이라며 "중동 등의 국가로 수출이 예정됐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국부펀드(RDIF)는 지난달 13일 트위터 계정에서 "RDIF와 한국의 지엘라파가 세계 최초로 승인된 스푸트니크 V 백신 1억5000만회분을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한 협정을 공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이미 지엘라파의 자회사인 한국코러스의 춘천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지엘라파 관계자는 "현재 트라이얼(시험) 백신은 생산 중"이며 "생산 중인 백신과 러시아 생산분의 비교 이후 순차적으로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V는 러시아 정부가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승인(공식등록)한 코로나19 백신이다. 하지만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1상, 2상 뒤 정부 승인을 받아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지난 9월부터 의료진 등 고위험군에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등 임상 3상에 해당하는 시험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 측은 지난달 11일 스푸트니크V가 코로나 예방에 92% 효과를 보였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임상 2상 중간 분석 결과 95% 면역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내서 생산되는 스푸트니크 V는 전량 해외 수출용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에도 벨라루스, 베네수엘라, 인도 등에서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미국 등의 선진국은 스푸트니크 V에 큰 관심을 두지 않지만,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스푸트니크 V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와 대거로 선계약을 맺어 개도국들은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러시아 백신을 가장 먼저 맞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