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치가 국제표준 됐다" 종주국 韓 배제하고선 "한국의 굴욕"

입력 2020.11.29 14:16 | 수정 2020.11.29 15:12

중국 주도한 ISO 김치 산업 국제 표준
쓰촨성 메이산시 2017년부터 추진
"中이 국제 김치산업의 기준 됐다"
"종주국이라던 한국은 빠졌다" 조롱

중국이 상임이사국인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난 24일 중국이 주도한 '김치산업 국제표준'을 정식으로 승인했다./연합뉴스
중국이 주도한 김치 산업 국제 표준이 165국이 참여하는 국제 비정부 기구인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제정됐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보도했다. 중국 민족주의 성향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27일 "중국 주도로 김치업 국제 표준이 제정됐으며, 한국 언론은 ‘김치 종주국의 치욕’이라고 표현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김치 산업 기술 표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시장의 감독관리 현황을 전하는 중국시장감관보는 26일 "중국 주도로 24일 김치 산업 국제 표준이 제정됐으며, 쓰촨성 메이산시 시장감독국이 김치 업종 국제 표준의 정식 탄생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김치는 중국에서 파오차이(泡菜·paocai)라 부른다. ISO에 등재된 표현도 중국어 병음 표기를 따라 ‘Pao cai(salted fermented vegetables)’로 정해졌다.

중국시장감관보는 "이는 중국 김치 산업이 국제 표준화 작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직접적 구현이며, 중국이 ISO의 틀 아래서 제정한 6번째 식품 표준"이라며 "이제부터 중국 김치는 국제시장에서 더 많은 발언권을 갖게 됐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쓰촨성 메이산시가 2017년 4월 김치 산업 국제 표준 제정을 제안했다. 메이산시는 중국 김치 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국가표준위원회에서 중국표준화연구원과 중국식품발효공업연구원의 협력 아래 ISO NP 24220 ‘김치(염장 발효 채소) 규범과 시험 방법’ 국제 표준 제안이 만들어졌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소개된 중국식 김치 ‘파오차이(Pao cai). /ISO
중국과 ISO 회원국인 터키·세르비아·인도·이란 전문가가 참여하는 김치 국제 표준 항목이 정식 안건으로 채택된 건 2019년 3월이다. 석달이 지난 6월에는 해당 안건이 ISO 식품제품기술위원회 과일·채소·파생제품 분과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통과했다.

이후 1년여간 △제안 단계 △위원회 초안 단계 △초안의 의견을 구하는 단계 △비준 단계를 거치고 2개월에 걸친 회원국 투표 및 전문가 의견 청취 끝에 이달 24일 ‘ISO 24220 김치(염장 발효 채소) 규범과 시험 방법 국제 표준’이 만장일치로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 중국 국가표준위원회와 중국표준화연구원, 중국식품발효공업연구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김치 산업이 국제 김치 시장에서 기준이 된 것"이라며 "중국의 김치 산업에 대한 기술 표준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특히 "중국 김치 생산의 표준 계수가 국제 표준의 일부분이 됐고, 전 세계 김치업계가 이 표준에 따라 김치를 만들 것"이라며 '중국 김치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고 했다.

26일 중국 환구시보 인터넷판 환구망에 '중국이 주도하는 김치산업 국제표준이 지난 24일 탄생했다'는 내용의 중국 시장감독 관리 전문매체 중국시장감관보의 보도가 게재돼있다./환구망
◇"한국은 ‘김치 종주국’ 아닌 ‘김치 적자국’" 노골적 공세

중국시장감관보는 이번 김치 산업 국제 표준 제정에 참여한 전문가 중 ‘김치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 전문가는 없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환구시보는 2017년 한국의 김치 무역이 4728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수입이 수출의 10배 이상에 달했다고 전했다. 한국이 김치 소비량의 3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체 수입의 99%가 중국산이라고도 했다.

특히 환구시보는 2018년 1월 한국 연합뉴스가 "‘김치 종주국 굴욕’ 작년 무역적자 4730만달러, 사상 최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낸 것을 전하며 "이른바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란 말은 이미 유명무실하다"고도 했다.

한국의 배추가격 급등으로 중국산 수입 김치의 '몸값'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2018년 한국 정부가 '김치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16년 기준 65% 수준인 김치 자급률을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 등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으나, 최근 배추가격이 전년 대비 40% 올라 곤경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내 원활한 김치 공급을 위해 중국산 김치를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상임이사국인 ISO 공식홈페이지. 현재 165개국 회원국이 가입돼있다./ISO
◇韓 배제한 국제표준 공신력 의문...反韓 여론만 자극

다만 ISO 국제 표준 제정이 '중국 김치의 국제 표준화'를 의미한다는 중국 언론의 해석은 과도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제정된 김치 표준의 공신력은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환구시보가 '국제 표준'이라고 주장하는 ISO는 산업 및 통상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을 개발하고 국가 간 상호 협력을 증진하는 목적으로 1947년 출범했다. 비정부 기구로, 현재 165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다. 중국에선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관리하는 중국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가 중국을 대표해 ISO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편 환구시보는 지난달 방탄소년단(BTS)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을 가장 먼저 문제 삼아 보도한 언론이다. 이후에도 한국 네티즌의 반응을 여러 차례 전하며 중국 내 반한(反韓) 여론을 자극했었다. 특히 미국 등 외신이 중국 언론의 태도를 문제 삼자 이 매체의 총편집인은 논평을 내고 "한국 언론이 중국인의 표현할 권리를 존중하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