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 (39) “쌉싸름한 홉 향이 일품인 막걸리 맛보세요.”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11.27 14:18 | 수정 2020.11.27 14:20

    문경주조 홍승희 대표, 밭에서 직접 기른 홉 넣은 막걸리 ‘폭스앤홉스' 선보여
    막걸리보다는 맥주에 가까워...쌉싸름한 홉의 풍미, 곡류의 구수한 풍미 등이 고루 느껴져
    "수제맥주 즐기는 젊은층이 전통주 가까이 했으면 해서 홉 넣은 막걸리 개발했다"
    2008년 문경주조 설립...문경 특산물인 오미자 넣은 생막걸리 출시해 ‘과일 막걸리 시대' 열어
    황토방, 유약처리 안한 옹기에 발효-숙성...문희약주는 숙성만 2년 거친 귀한 술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만찬주로도 선정

    문경 오미자 생막걸리 제조업체로 유명한 문경주조가 최근 신제품 ‘폭스앤홉스'를 내놓았다. 문경주조가 어떤 양조장인가? 2008년 국내 최초로 일반 생막걸리에 문경 특산물 오미자를 넣어 ‘대박’을 쳤고, 10년 뒤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만찬주로 선정된 ‘오희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를 만든 유명 양조장이다. 양조장이 자리한 문경 동로면은 전국 오미자 생산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오미자 최대 산지다. ‘신맛을 비롯해 다섯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를 넣은 오미자 생막걸리,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는 이제 애주가들에게 낯설지 않다.

    그런데, 맥주 원료 중 하나로, 쌉싸름한 향과 맛을 내는 홉을 넣은 막걸리 신제품 ‘폭스앤홉스'는? 맛이 맥주 같기도 하고 화이트와인 맛이 난다는 평도 있다. 문경주조 홍승희 대표는 "쌉싸름한 수제맥주를 즐기는 젊은층에서도 전통주를 쉽게 접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홉이 들어간 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용한 홉은 양조장 인근 밭에서 직접 길렀다고 한다. 전국의 수많은 수제맥주 브루어리들 중 직접 기른 홉은 고사하고, 국산 홉을 사용한다는 사례도 듣지 못했는데, 직접 기른 홉을 넣은 막걸리라니?

    문경주조 홍승희 대표가 폭스앤홉스, 오희를 들고 양조장 입구에서 웃고 있다. 문경주조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도 선정돼 일반인들이 술빚기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박순욱 기자
    두어달 전에 ‘폭스앤홉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전통주 홍보대사’인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영상으로 폭스앤홉스를 따라 마시는 모습을 올린 걸 봤기 때문이다. 이지민 대표가 따로 보내온 폭스앤홉스 향과 맛 평가 글은 다음과 같다.

    "병 뚜껑을 오픈하는 순간 기포들이 뽀글뽀글 경쾌하게 밀려 올라온다. 막걸리인데 마치 맥주를 오픈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신선하다. 컬러도 맥주를 연상시킨다. 막걸리의 뽀얀 아이보리 빛 컬러를 상상하면 오산이다. 약간의 주황빛이 보이는 톤 다운된 황금빛 컬러를 띈다. 코를 대고 향을 맡아 보아도 이색적인 느낌이 든다. 막걸리에서 연상되는 향들이 아닌 시원한 홉의 풍미, 맥주에서 느껴지는 향이 피어 오른다. 업장에서 이 술을 잔에 따라서 서빙 하면 막걸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맥주라고 판매해도 많은 사람들이 믿을 것 같다.

    맛은 어떨까? 맥주의 쌉싸름함과 쓴맛, 홉의 풍미, 곡류의 구수한 풍미 등이 두루 느껴진다. 관능용으로 쓰는 작은 잔을 쓰면 쓴 맛이 강하게 느껴져 이 술의 맛을 충분히 느끼기가 어려워 바로 맥주 전용잔으로 바꿔 시음했는데, 제품의 맛과 향이 더욱 살아났다. 폭스앤홉스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잔을 신중하게 선택하길 권한다. 관능 평을 쓰며 순식간에 한 병을 다 마셨는데, 맛 만으로는 막걸리라기 보다는 맥주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시음한 술은 알코올 도수 9도 버전인데, 낮은 도수가 좀 더 마시기에 편할 것 같다."

    SNS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맥걸리', '여우술' 이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었고, "홉을 넣어 기타주류로 판매하면 주세(30%, 막걸리는 5%)도 더 내야 해서 불리할 텐데 이렇게 제품을 냈다는 건 시장에서 자신이 있거나 스스로 만족할 만큼 완성도가 높거나 둘 중 하나이겠다는 생각"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지민 대표는 "대중에게 친숙한 맥주의 홉을 막걸리에 적용해 새로운 시도를 한 양조장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대중들이 조금 더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도수와 가격을 낮춘 버전이 탄생하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경주조 홍승희 대표가 견학생들에게 양조장 곳곳을 안내하고 있다. /문경주조 제공
    ‘폭스앤홉스’를 생산하는 문경주조 양조장은 경북 문경시 동로면 노은리에 있다. 양조장 앞으로 비단천이 흐른다. 최상류 지대라, 오염이 전혀 없다고 한다. 전통 한옥 스타일의 나무 대문과 전체가 황토방으로 만들어져 있는 양조장이 외부인을 편하게 맞이한다. 옛부터 황토 성분이 우리 몸에 이로워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기본상식. 황토방 안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술 맛은 또 얼마나 좋을까?

    이뿐이 아니다. 오희, 문희주 같은 문경주조의 프리미엄 전통주 제품은 황토방은 물론, 최고급 옹기 항아리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친다. 몸에 해로운 유약처리를 하지 않고 구운 옹기라, 가격은 일반 항아리의 세배 수준이지만, 술 품질에 관한 한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는 홍승희 대표의 고집이 양조장 곳곳에 묻어있다.

    홍 대표의 고집은 오미자 생막걸리를 만들 때부터 유감없이 드러났다. 술 제조허가 주무관청인 국세청이 "오미자 같은 부재료를 넣은 막걸리는 변질 우려가 있으니, 생막걸리로 만들지 말고, 살균처리하라"고 했지만, ‘오미자 생막걸리’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국세청 관련 법규까지 개정하도록 해서, 오미자 생막걸리 제조허가를 받았다. 오미자 생막걸리는 과일같은 부재료를 넣은 생막걸리 국내 1호다. 지금은 귤, 인삼, 밤, 땅콩이 들어간 막걸리까지 줄줄이 나와 있지만, 과실이 들어간 우리나라 최초의 생막걸리가 문경 오미자 생막걸리다. 오미자 생막걸리 병 라벨에는 ‘건강증진 기능성 제조방법 특허' 번호가 적혀 있다.

    홍 대표의 술 비즈니스는 서른다섯에서 시작됐다. 옥수수막걸리 양조장을 하는 사촌오빠의 권유로 막걸리 유통사업을 하다, 2008년 문경주조, 자신의 양조장을 전국의 오미자 생산 50%를 책임지는 문경시 동로면에다 차렸다. 동로면에 양조장을 차린 게 ‘신의 한수’였다. 오미자 생막걸리 제조 아이디어는 순전히 양조장 입지에서 비롯됐다. 지금도 문경주조의 매출 60%를 오미자 생막걸리 한 제품이 책임지고 있다고 하지 않나.


    문경주조의 다양한 제품들. 왼쪽부터 발효식초,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 문희약주, 문희가향주, 폭스앤홉스, 문희탁주, 오미자 생막걸리, 구름을벗삼아 생막걸리. /박순욱 기자
    -신상품 폭스앤홉스는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 유통을 오래 했다. 전통주 유통만 오래할 수 있어도 좋지만, 세월도 변하고 음식문화도 변하고 술문화도 변하고 있다고 여긴다. 폭스앤홉스 같은 경우는 젊은 세대들이 우리 농산물을 재료로 만든 술을, 가까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홉에서 비롯된 수제맥주의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는 젊은층이 홉이 들어간 우리 막걸리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개발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만찬주로도 선정된 ‘오미자 스파클링막걸리 오희’ 역시 스파클링을 즐기는 젊은층에서 인기가 많다."

    -폭스앤홉스 맛은 어떤가?

    "맛이 거의 수제맥주와 비슷하다고들 하고, 또 그와는 다르게 와인 맛이 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수제맥주, 와인, 누룩 맛이 다 들어있는 복합적인 맛이 난다는 평이 많다. 대개 잘 만든 약주를 두고 ‘화이트와인 맛이 난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폭스앤홉스는 부재료로 홉을 첨가한 술이다. 제조 과정은?

    "전통주 만드는 방식으로 지역쌀과 누룩, 물을 재료로 1차로 막걸리를 만든다. 발효 도중에 홉을 넣어 같이 발효를 시킨다. 1차 발효 때는 홉을 분쇄해서 넣고, 2차 발효 때는 향이 잘 우러나라고 말린 홉 꽃잎을 그대로 넣는다. 그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기계를 사용한 필터링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폭스앤홉스 병 밑바닥에는 침전물이 소량 남아 있다."

    -막걸리 유통사업을 하다가, 2008년 문경주조를 설립하면서 전통주 제조로 바꾼 계기는?

    "옥수수막걸리를 시작으로 막걸리 유통사업을 한게 30년 전이다. 35살 나이에 시작해, 지금 63세다. 양조장을 하는 사촌오빠의 권유로 당시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에서 생산된 옥수수 막걸리 유통사업을 했다. 옥수수 동동주라고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유통을 오래 하다보니 당연한 일이지만, 제품의 품질에 욕심이 생겼다. 제품이 좋아야, 맛이 좋아야 잘 팔리고 소비자들도 좋아하고. 내가 유통하는 제품에 뭔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고. 그래서 술 유통을 하면서도 ‘정말 좋은 술을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늘 생각했다."

    홍승희 대표가 양조장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시음용 술, 구름을벗삼아 생막걸리를 제공하고 있다. /문경주조 제공
    -양조장을 문경에 정한 이유는?

    "첫 과제가 양조장 입지 선정이었다. 유통사업은 문경이 아닌 고향인 경북 예천에서 했다. 술맛을 좌우하는 것은 물이라고 하지 않나. 그게 기본상식이다. 좋은 양조 환경과 물을 찾기 위해 여러군데를 답사했다. 그 와중에 지금 양조장이 있는 문경 동로면 근처를 지나가다 보니, 우선 산세가 좋았다. 물맛을 보니 물도 좋았다. 양조장 바로 앞의 하천이 금(비단)천인데, 이곳이 금천의 최상류, 발원지다. 그래서 물이 더할나위 없이 깨끗했다. 한마디로 청정지역이다. 이 일대가 월악산 줄기에 해당된다. ‘여기 정도면 앞으로도 오염이 되지 않고, 좋은 물로 술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양조장 1호 제품이 오미자 막걸리인데.

    "양조장을 문경에 정하면서도 오미자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처음엔 없었다. 그런데, 문경 동로면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 여기가 우리나라 오미자 최대 생산지역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전국 오미자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곳이 양조장이 자리한 문경 동로면이다. 또, 지역 이장님을 만나서 양조장을 차린다고 하니까, ‘여기서 막걸리를 만들 생각이면 오미자가 들어간 막걸리를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그게 동기가 돼서 첫 제품으로 오미자막걸리를 만들게 됐다. 2008년 9월에 출시됐다. 제품 개발은 2007년부터 시작했다."

    -오미자 막걸리는 과일(부재료)이 들어간 생막걸리 1호다. 그 이전엔 정부가 제조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그 난관은 어떻게 뚫었나?

    "오미자 막걸리 이전에는 오미자 같은 부재료가 들어간 막걸리 제조허가가 없었다. 정부에서 아예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제품 개발에 앞서, 담당부서인 문경시청 기술센터를 찾아가니 ‘오미자막걸리는 안된다'는 거였다. 문경주조 이전에 이미 3곳의 양조장이 오미자막걸리 개발에 나섰다가 실패를 봤다는 거였다. 술이 더 빨리 상하는 문제점이 있어 제품화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래도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의 어려움과 별도로 오미자를 첨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됐다. 오미자는 과일이기도 하고 한약재로도 쓰인다. 그래서 생막걸리에는 첨가할 수 없다는 게 문경시나, 국세청 같은 관계당국의 입장이었다. ‘굳이 오미자를 넣겠다면, 생막걸리가 아닌 살균막걸리로 만들라’고 했다.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오미자가 들어간 생막걸리를 꼭 만들겠고, 문제가 생기면 다 책임지겠다'고 했다. 살균막걸리는 생막걸리와 달리 열처리를 해서, 막걸리 병 속의 효모가 더이상 활동하지 못하도록 한 술이다. 유통기한은 그래서 생막걸리보다 긴 장점이 있지만, 신선함은 생막걸리만 못하다. 나는 막걸리는 오미자가 들어가든 안들어가든 생막걸리로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살아있는 좋은 효모를 살균시켜(죽여) 왜 맛없는 술을 만들라고 하나'고 반박했다. 하지만 아무도 내 얘기에 귀기울여 주지 않았다.

    오미자는 신맛이 강한 게 특징이지만, 살균 효과도 있다. 그래서 술 맛이 변질되지 않고 오래가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방부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오미자가 들어간 막걸리는 굳이 살균처리를 하지 않아도, 오미자 자체가 방부제 역할을 하니, 살균막걸리가 아닌 생막걸리로 만들어도 변질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득에 나섰다. 지역의 특산품인 오미자의 소비를 장려해야 하는 문경시에서는 이런 내 입장을 지지했지만, 최종결정은 중앙부처인 국세청이 한다.

    그래서 술 신상품 허가권을 가진 국세청 기술연구소와 수십차례 통화를 했다. 처음에 양조장을 차렸을 때 국세청 기술연구소 직원이 답사를 왔었다. 그때 안면을 튼 직원에게 통화를 하면서 매달렸다. ‘국세청장님께도 꼭 말씀해달라. 오미자가 들어간 생막걸리, 자신있다'. 하도 떼를 쓰니 국세청 담당자가 ‘윗분들과 한번 상의해보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결국 수개월이 지나서 국세청에서 허가가 떨어졌다. 그래서 ‘과일이 들어간 막걸리 1호’인 오미자 막걸리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 뭐든지 1호가 어렵다. 오미자막걸리가 출시되자, 그다음부턴 온갖 과일이 들어간 막걸리들이 줄줄이 세상에 나왔다."

    -짝퉁 오미자 막걸리는 금방 나오지 않았나?

    "그런 우려도 했었다. 그래서, 오미자막걸리 제조법을 특허청에 등록했을 정도로 비밀에 붙였다. 다른 양조장들이 쉽게 모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오미자 막걸리 병을 자세히 보면 ‘건강증진 기능성 제조방법특허’ 숫자가 적혀 있다. 출시에 앞서 특허출원부터 했다. 그래도 소용 없었다. 일년도 안돼 고만고만한 제품들이 쏟아져나왔다. 오미자 자체를 넣지 않고, 빨간 오미자와 비슷한 색깔을 내는 인공색소를 넣는다든지 하는 편법을 사용해서 짝퉁 오미자막걸리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짜 막걸리들이 오리지널 제품인 우리 오미자막걸리 이미지를 많이 실추시켰다. 그것도 문경시 안에 있는 양조장들이 그랬다. 그러지만 않았더라면 오미자 막걸리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그래도 오미자막걸리는 여전히 문경주조의 효자상품임에 틀림없다. 전체 매출의 50~60%를 차지한다."

    -오미자막걸리 제조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자세한 제조법은 공개를 가급적 않는다. 짝퉁 제품 좋은 일만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얘기하자면 건오미자 우린 물을 넣는다. 겨울에는 3일, 여름에는 2일 정도 우린 물을 막걸리 발효 도중에 넣는다. 그전에 7~8년 숙성시킨 오미자 액기스를 1차 발효 때 먼저 넣는다. 천연 재료만 쓴다. 그런 이유로 소비자가격이 한병에 2500~3000원 정도 한다."

    홍승희 대표가 발효 중인 술 향기를 맡고 있다. 문경주조 발효-숙성실은 황토벽돌로 마감처리가 돼 있다. 고급 술은 스테인레스 탱크 대신,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최고급 옹기 항아리에서 발효, 숙성을 거친다. /박순욱 기자
    -프리미엄 전통주들은 모두 옹기 항아리에 숙성 보관하고 있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옹기 항아리에 술을 90~100일 숙성한다. 오미자막걸리, 구름을벗삼아 같은 중저가 막걸리는 스테인레스 통에서 발효시킨다. 옹기 숙성 술은 문희탁주, 문희 청주같은 고급술이다. 유리병에 담는 술들을 옹기 항아리에 숙성한다고 보면 된다. 유약을 바르지 않았기 때문에 옹기 자체가 숨을 쉰다. 또, 인체에도 당연히 무해하다. 제작자는 전통방식 그대로 좋은 흙과 잿물처리만 해서 옹기를 굽는다. 나무 불가마에서 굽는다. 가스나 기름으로 열을 가하지 않는다. 그런 탓에 일반 항아리보다 세배 비싸다."

    -빌효-숙성실을 황토방으로 꾸민 이유는?

    "황토로 마감한 공간이 모든 술의 발효, 숙성에 좋다고 한다. 황토가 사람은 물론, 술 발효에도 좋다는 얘기다. 그래서 막걸리 만드는데 만족하지 말고, 정말 좋은 전통주를 좋은 공간에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빌효-숙성실을 황토방으로 꾸몄다. 이곳의 황토는 흔히 하듯이 경화제를 넣어 단단하게 만들지 않고, 해초풀과 찹쌀풀을 넣어 반죽을 해서 벽돌을 만들었다. 물에 담그면 다 풀어질 정도다. 벽돌은 기계로 찍지만, 자연건조를 시켰다. 그래서 가격이 꽤 비싸다.

    발효-숙성실 외에 주거공간도 황토벽으로 마감했는데, 그전에 흔했던 잦은 피로감, 감기같은 잔병치레가 없어졌다. 술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싶다. 사람에게 좋은 황토방이 좋은 술 만드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제품 종류가 많다. 출시 연대를 알려달라.

    "문경오미자생막걸리, 구름을벗삼아 햅쌀생막걸리가 2008년으로 가장 앞선다. 그다음에 문희탁주, 문희가향주(오미자가 들어간 프리미엄탁주)가 2010년. 문희약주가 2015년, 오희 스파클링막걸리 2017년에 나왔고 폭스앤홉스는 2020년산이다."

    문경주조는 월악산 줄기이면서 오미자 명산지인 문경 동로면에 자리하고 있다. /문경주조 제공
    -본격적인 프리미엄 전통주 제조는 2010년 문희주가 시작이다.

    "그렇다. 문희탁주와 약주의 모델이 된 전통주는 고려시대 왕에게 진상하는 술로, 궁궐에서 빚는 술이었다. 누구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술이었다. 내가 술 이름으로 정한 ‘문희’는 문경의 옛이름으로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뜻이다. 이 술은 전통 삼양주 방식으로 만드는데, 황토방 안에서 90일에서 100일 옹기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 탁주가 그렇고, 약주는 2년간 숙성한다.

    그런데, 전북 익산의 이씨 문중에 이 전통주 제조법이 전해졌다고 한다. 이 술을 나보다 먼저 재현한 술인 ‘자희향’을 우연한 기회에 맛보게 됐는데, 한모금에 반했다. 아주 독특한 맛이었다.

    평소에 ‘왜 우리 막걸리는 값싼 술의 대명사가 됐을까? 고급스런 막걸리는 왜 드물까?’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수소문해서 제조법을 아는 분을 찾아, 일주일간 문경 양조장에 모셔서 술을 빚었다."

    -쉽게 만들어졌나?

    "레시피대로 똑같이 만들어봤지만 원하는 술맛이 나지 않았다. 쌀, 물이 옛날과 똑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료를 약간 바꾸었다. 문헌에는 100% 찹쌀로 만든다고 돼 있는데, 나는 유기농 찹쌀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밑술에 두번의 덧술을 하는 삼양주다. 밑술은 멥쌀, 덧술은 두번 다 찹쌀을 쓴다. 그래서 단맛이 많다. 하지만, 천연의 단맛이다. 인공적인 것은 일체 들어가지 않는다. 찹쌀, 누룩, 물 세가지만 사용한다. 밑술에 들어가는 멥쌀은 소량, 대부분은 찹쌀이다. 인공 재료를 넣지 않는 것은 당연, 기계도 쓰지 않는다.

    문희탁주는 100% 수제 술이다. 기계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몸이 힘들 수밖에 없다. 귀하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 술이다. 고두밥을 쪄서 발효가 잘되도록 치대기하는 것도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힘들다."

    -문희탁주 반응은?

    "여러 사람들에게 맛보여줬다. 대부분 첫반응이 ‘술에 뭘 넣었느냐?’는 질문이다. ‘쌀, 누룩, 물 외에 더 넣은 게 없다’고 답하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느냐?’ 다들 신기해했다. 다른 곳에서도 같은 술을 여러번 빚어봤지만, 이런 과일향은 없었다는 거였다.

    다른 사람이 만든 술과 내가 만든 술의 또다른 차이는 ‘손맛’이다. 술맛은 손맛이 좌우한다. 우리 양조장이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됐기 때문에 가끔 체험주 만들려고 오는 분들이 있다. 술 만드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치대는 경우, 세 사람, 다섯 사람이 치대는 경우가 있는데, 술은 많은 사람이 손댈수록 더 맛있어진다. 사람 손에는 보이지 않는 효모가 묻어 있는데, 여러 사람의 다양한 효모가 들어간 술이 더 맛있다는 얘기다. ‘술은 손맛’이라는 얘기가 이래서 나왔다. 그래서 우리 양조장에서는 직원들이 술 만들때 치대기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한다. 여러 사람 손의 효모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술맛이 더 좋아지라는 뜻에서다."

    문경주조 양조장 직원이 고두밥을 쪄서 식히고 있다. /박순욱 기자
    -그 다음에 나온 오희 스파클링막걸리는 어떻게 만들었나?

    "오희는 문희주와 제조방식이 완전 다르다. 오희는 1차 발효 후 탄산을 강화하기 위해 2차 발효를 거친다. 문희주는 한번의 발효로 끝난다. 오희는 1차 발효가 끝낸 술 중 맑은 약주 부분만 떠내 오미자를 첨가해 2차 발효에 들어간다. 2차발효 탱크는 공기가 드나들지 못하는 압력탱크를 쓴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가스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때 최소한 한달 이상 발효(2차)를 시켜야 오미자에서 우러나는 향이 난다. 1차 발효도 짧으면 15일, 길면 한달 걸린다. 결국 병입해서 숙성까지 거치는 시간을 다 합하면 3개월은 걸린다. 병 밑에 침전물이 약간 생기지만, 전체적으로는 오미자 색이 도드라지는 투명한 스파클링 형태다."

    -그럼 오희는 사실상 스파클링 막걸리가 아닌 스파클링 약주 아닌가? 맑은 약주만 떠내 탄산이 더해졌는데?

    "막걸리로 제조허가를 받아야 세금이 싸다. 그래서 오희는 막걸리로 신청해서 제조허가를 받았다. 사실, 기타주류로 분류된 폭스앤홉스도, 막걸리로 승인받기를 바랬다. 막걸리 세금은 5%, 기타주류는 여섯배인 30%로, 막걸리로 승인받아야 소비자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세청에서는 ‘홉이 첨가제로 들어간 술은 막걸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왜 막걸리가 안되느냐고 설명해 주었는데, 처음에 맥주 만드는 대기업들이 진입장벽을 높이려고(누구나 홉을 술에 첨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맥주의 핵심 원료인 홉은 조미료로 등재하고, 홉이 들어간 술은 세금이 높은 맥주 혹은 기타주류로 허가받도록 돼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폭스앤홉스도 처음엔 막걸리 도수인 6도와 약주에 가까운 9도 제품, 두 종류로 만들려고 했는데, 홉이 들어간 술은 막걸리 스타일로 만들어도 무조건 기타주류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는게 국세청 설명이었다.

    하지만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는 허가가 가능했다. 오미자는 지역농산물인데다, 홉처럼 사용에 제동을 건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기타주류가 아닌 막걸리로 승인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낮은 세금(5%, 지금은 종량세 적용)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양조장 방문고객에게 1만5000원에 판매한다. 오희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는 문희탁주와 가격이 비슷하다. 반면에 2년 숙성해야 하는 문희약주는 500ml 제품이 4만원대. 현대백화점에만 유일하게 입점돼 있다.

    -폭스앤홉스 가격은?

    "폭스앤홉스는 어떤 병을 쓸까를 놓고도 고민이 많았다. 홉이 들어간 만큼 맥주병에 담아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갈색 맥주병이 외부 빛에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맛의 변질이 없다. 그런데 시중의 맥주 가격이 2000원대로 싼데, 같은 병에 넣은 폭스앤홉스는 1만원에 가까우니,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할 것같았다. 그래서 결국 일반 맥주병 사용을 포기했다.

    폭스앤홉스는 오희와 제조공정이나 원료가 비슷하다. 홉과 오미자 차이는 있지만. 그런데, 오희는 세금이 5%, 폭스앤홉스는 30%로 세금은 폭스앤홉스가 여섯배다. 그래서 폭스앤홉스는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양조장 방문고객 기준)
    중간마진이 들어가는 온라인에서는 1만6000원 밑으로 팔기가 어려웠다. 이게 제일 안타깝다. 소비자들이 7000~8000원 정도에 폭스앤홉스를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만원이나 하니 소비자들이 쉽게 사먹긴 사실상 어렵다. 최대한 단가를 더 낮추려고 애를 더 써봐야 할 것 같다."

    문경주조 김태환 실장이 ‘폭스앤홉스’에 들어가는 홉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순욱 기자
    -숙성실에 가보니 옹기에 증류주가 숙성 중이던데, 신제품 증류주가 곧 나오나?

    "지역특산주로 국세청 기술연구소에는 이미 허가를 받았다. 술 이름과 알코올 도수 정하고, 사용할 병 정도만 더 정하면 된다. 문희주를 증류한 증류주는 이미 일년 이상 숙성해서 곧 시판할 준비가 돼있다. 내년 출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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